죽 쑤는 수익형…틈새는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상황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생활(형)숙박시설·분양형 호텔 등에 대한 투자는 위험하고, 전통적인 수익형 상품인 상가와 오피스텔 등도 전반적으로 거래 절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한동안 높은 인기를 보였던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들이 보물단지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수익형 부동산이었지만,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매물들이 시장에 쌓이고 있다. 

대신 오피스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소형 오피스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기반 기업이나 1인 창조기업 등 소규모 기업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임대 수요가 확충됨에 따라 오피스 시장서 소형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 결과 2020년 기준 1인 창조기업 수는 총 91만736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5만8322개 대비 2배 이상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2017년 40만2612개서 2018년 42만7367개, 2019년 45만83 22개에 이어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보물서 
애물로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기반산업 및 1인 창조기업의 특징은 굳이 큰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나 거점 오피스 등의 운영이 늘어나면서 소형 오피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수도권 일대의 테크노밸리, 벤처밸리 등 기업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소형 오피스의 인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익형 분양시장에서는 이 같은 소형 오피스가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권역에 공급한 섹션오피스 ‘놀라움 마곡’은 단기간에 완판됐다. 안양벤처밸리에 공급된 ‘인덕원역 더리브 디하우트’ 역시 소형 오피스 설계를 선보인 결과 빠르게 완판에 성공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 시장에서는 작을수록 선호도가 높은 일명 강소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소형 오피스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부담이 적다는 것인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늘어난 수요만큼 임차인 리스크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항아리 상권 입지를 갖춘 상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터운 고정수요와 배후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아리 상권이란 대규모 주거단지 내에서 다른 상권으로 소비자가 빠져나가기 힘든 입지를 말한다. 인근 수요를 독차지하고, 소비자의 패턴이 생활권 내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거단지와 중심상업지역을 연결하는 입지에 위치한 상가는 유동인구까지 모두 배후수요로 흡수할 수 있어 더욱 인기가 좋다.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 좋았는데…
‘마이너스 프리미엄’ 쌓이는 매물들


한 상가 전문가는 “항아리 상권은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가능해 상가 투자를 고려하는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특히 대규모 주거단지 내에 들어서는 상가일수록 풍부한 배후 수요를 모두 유효수요로 흡수할 수 있어 올 하반기 신규 분양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을 공유하는 단지 안 오피스텔도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파트와 함께 조성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 내에 위치한 조경 시설과 각종 커뮤니티를 공유할 수 있는 데다, 단지 주변에 형성되는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실거주 여건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관리사무실이나 경비실 등 입주민 공동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만큼 관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홀로’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자주식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초, 대전서 분양한 ‘대전 하늘채 스카이앤2차’ 오피스텔은 50실 모집에 1만2530건이 접수돼, 평균 25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분양한 ‘구리역 롯데캐슬 더 센트럴’ 역시 1000여 가구의 대단지와 함께 조성된다는 점이 부각되며, 평균 33.2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몸값 오름세도 일부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서구 청라동 소재 ‘청라 롯데캐슬’ 전용 58.57㎡ 타입은 지난 3월 2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8월에는 2000만원 오른 2억2000만원에 손바꿈됐다. 

작을수록 
선호도↑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가운데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단지 내에 조성되는 오피스텔은 커뮤니티 및 조경시설 등 아파트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청약통장이나 각종 규제서 자유로운 만큼 2030세대 등 청약 저가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틈새 수익형 부동산.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 GTX -C 노선 등 4개 노선이 예정된 인덕원역 도보 1분 거리에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 규모다. 8~ 18층은 오피스, 3~7층은 메디컬, 1~2층은 근린생활시설 등이 공급된다. 자주식 주차장 140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들어선다.

소형 오피스 수요는 늘어
1인 기업 등 소규모 성장

4개 노선으로 재탄생될 인덕원역은 현재 운영 중인 4호선부터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 동탄인덕원선(2026년 예정), GTX -C노선(2028년 예정)까지 총 4개 노선이 관통하는 쿼드러플 역세권 프리미엄 상권이다. 인덕원역을 주 지하철역으로 이용하는 아파트는 30여개가 넘으며, 이들 단지들의 세대수는 약 2만세대에 달한다. 이를 인구수로 추산하면 약 4만7000여명에 육박한다. 

인덕원은 과천시와의 경계서 불과 500m 거리에 떨어져 있다. 안양 벤쳐밸리, 의왕 테크노파크, 인덕원 IT밸리 등과 현재 조성 중인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의왕 제2테크노파크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 등의 직주근접의 요건이 잘 갖춰져 있다.


▲화성 봉담2지구 DS타워 상가=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살리 690 -4번지 봉담2지구 일대 ‘DS타워’ 상가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7269.06㎡,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에듀타운 형태의 ‘항아리 상권’ 내 상가로 꼽힌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SE를 비롯해 초·중·고 입시반 유명 브랜드의 대형학원, 고기전문식당, 키즈카페, 피부샵 등이 선임대 확정된다.

특히 ‘DS타워’ 주변에는 부지 1만3223㎡ 규모의 대형마트가 공사 준비 중이고, 유명 프랜차이즈가 대거 입점한 상태다. 유명 프랜차이즈(커피전문점·전문음식점·패스트푸드)등 문의가 증가세에 있다. 병·의원 등도 유망하다. 일반음식점(한식·중식·일식)도 입점 부족으로 선입점 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시설
공유 거주

화성 봉담2지구는 봉담 중심부의 1만2000세대를 품은 계획도시로, 현재 입주율 80%에 이른다. 사업지를 둘러싼 힐스테이트 봉담, 중흥S클래스 등 약 2만2000여세대(구도심 포함)의 풍부한 주거 배후수요를 품고 있다. 수현초·중교, 봉담초·중·고교, 장안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의 밀집 학세권에 인접해 있어 학생과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담2지구 상업시설비율은 2.5%로 주거세대에 비해 절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봉담2지구의 직접세대와 봉담1지구와 구도심의 잠재 고객 수요까지 흡수하는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봉담2지구는 화성세무서, 대형마트, 근린 체육공원 및 첨단바이오 산업단지 등 풍부한 종사자와 이용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440대에 이르는 대형 공영주차장(도보 1분)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 오피스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산4-2번지 일원에 주거용 오피스텔인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은 아파트에 이어 후속으로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 소식을 알렸다.


앞서 분양된 아파트는 73.75대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동일 단지 내에 위치한다. 지하 2층~지상 27층, 2개 동, 전용면적 108㎡, 총 234실로 조성된다. 아파트(전용면적 84~130㎡, 총 1034세대)와 합치면 총 1268세대의 대단지 규모를 자랑한다.

단지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채광을 풍부하게 누릴 수 있고, 108㎡ OA 타입은 주방과 거실이 마주보는 구조로 통풍과 환기에 유리하다. 공용 욕실은 세면 공간을 건식으로 분리해 욕실을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호출, 택배 도착 안내, 주차 위치 확인, 난방 및 전등 제어, 가스 차단, 에너지 사용량 확인, 무단침입 감지 알림 등이 가능한 스마트 월패드를 도입해 주거 편의성을 높였다. 4개실 모두에 비치되는 총 4대의 시스템 에어컨과 현관 중문 및 작은 방들의 붙박이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있는 피트니스클럽과 넓은 휴게 공간을 갖춘 쾌적한 골프연습장, 최신 설비를 갖춘 스크린골프장과 실내 운동이 가능한 GX룸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규 단지
키 맞추기

선착순 계약은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이라면 거주지역, 주택 소유 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계약이 가능하다. 추첨으로 진행되는 일반분양과는 달리 원하는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단지는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하며, 계약금(1차)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혜택도 제공한다.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108㎡의 단일 면적으로, 아파트 전용면적 84㎡(구 33평)와 유사한 넓은 평면으로 설계된 데다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돼 실거주 수요층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 해에는 분양가 상승률이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피스텔은 인근에 공급되는 신규 단지와 키 맞추기식의 프리미엄 형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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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