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계가 다시 대선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온갖 네거티브 공세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당리당략만을 위해 서로를 향해 ‘네가 묻은 똥이 더 더럽다’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기에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의 방어 차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 옥죄기에 나섰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선고 직후 최씨는 “억울하다”며 소리를 지르다 법원 경위에게 붙들려 나갔다.
처가 리스크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추진으로 이슈를 빼앗긴 민주당은 이 틈에 쌍특검 카드를 꺼냈다. 다시 한번 처가 리스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주도권을 완전히 끌어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묵혀둔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통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대장동 50억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불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특검을 통해 철저히 밝혀내겠다는 의도다. 또 다른 하나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의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김건희 엑셀 파일 작성자로 지목된 투자자문사 임원에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수사 속도가 더딘 상태로 검찰은 수사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단연 김 여사 특검법이다. 해당 법안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민주당·정의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됐다.
김 여사 특검법은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대통령 배우자와 가족이라는 이유로 진상규명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발의했다고 명시됐다. 특별검사의 임명은 법 시행 이후 3일 내로 이뤄진다. 특검법은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기 위해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 추천을 국회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정당에 서면으로 의뢰하도록 명기했다.
민주당 총선용 히든카드
이 대표에 역풍 불 수도
특별검사는 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시설을 확보하고, 특별검사보의 임명 요청 등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가 가능하다. 또 준비기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70일 이내에 사건 수사를 끝낸 뒤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쌍특검의 본회의 표결로 상황이 여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쌍특검은 원래 내달 말경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앞당겨졌다. 지난 4월 쌍특검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특검법은 사실상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있는 상태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은 부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한 달 정도 시기를 앞당겨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를 저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별로 없었다. 일단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의 묘수로 검사 탄핵안 표결을 막았다. 예정됐던 필리버스터를 급작스럽게 취소하면서 민주당의 강한 드라이브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민주당이 딱히 잃을 게 없다. 특검법 자체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자력으로 충분한 셈이다.
국회가 총선 국면을 맞으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여당과 윤 대통령에게 딜레마적인 폭탄을 던진 셈이다.
지면 선거 지고
주도권도 뺏긴다
여론도 쌍특검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60%에 달하는 등 민주당 편이다. 여기에 더해 TK(대구·경북)서도 김 여사 특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비교적 높았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최대한 협상을 이끌어가겠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여당은 쌍특검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쟁점 법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당에게는 큰 리스크다. 특검의 추진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급될 것이고, 특검의 결과에 따라 총선까지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같은 방탄 프레임이 작용할 수 있다. 대선후보 시절 떠오른 처가 리스크의 재연이다. 주요 길목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일가의 의혹으로 여러 난관에 처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 위험해진다. 총선의 대형 폭탄”이라고 우려했다.
총선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정부는 다시 여소야대 국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여당 내부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데, 당내서도 윤정부를 향해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는 세력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에게 무조건 좋은 패는 아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민주당이 자신들이 할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고 있는데, 김 여사는 배지와 비교 불가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에 좋지 않다. 다음은 이재명 대표라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 조그만 사안 하나로 특검을 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고 늘어지는 게 여당과 윤정부가 거의 유일하게 지니고 있는 카드로 분석된다. 검찰은 호시탐탐 이 대표의 세 번째 체포동의안을 꺼낼 기회만 엿보고 있다. 이를 통해 최대한 빨리 1심 선고를 내리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꽃놀이패?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둘러싼 다수의 의혹들과 윤 대통령의 처가 의혹으로 총선 내내 공방을 벌이다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또다시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는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서 리스크는 늘 따르는 법인데, 총선서 마지막에 어느 쪽의 리스크가 좀 더 부각되느냐의 싸움”이라며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의혹으로 공방을 벌이게 되면서 여야의 사이가 한층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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