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까지…’ 한일시멘트 사정 칼바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1.30 13:35:38
  • 호수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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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국세청도 달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일시멘트가 ‘오너가 주가조작’ 의혹과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세무조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가 있을 시 투입되는 조사4국이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주식 시세조종으로 재판 중인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 때문이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다만, 국세청은 “상세히 들여다보기 위함”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한일시멘트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서초구 한일시멘트 본사 등에 투입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쳤다 

조사 대상 시기를 놓고 봤을 때 2018년 한일시멘트 지배구조 개편 전후 과정 등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인적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와 한일시멘트로 나뉜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가 한일시멘트서 한일홀딩스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의 주요 계열사와 거래처 등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내부거래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탈세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바라봤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뿐 아니라 지주사인 한일홀딩스, 한일인터내셔널, 한일L&C(구 한일건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시멘트 그룹의 거래처로 알려진 J사, S사 등 관련사도 함께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이 거래처인 J사와 S사를 특정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도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한일시멘트 그룹과 거래처 간 부당거래 정황을 파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도소매 업체인 J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사원 수 1명, 2021년 매출액은 81억원, 당기순이익은 6억원 규모다. 2008년 4월 한일산업 대리점권 계약을 맺는 등 한일그룹의 거래처 중 하나다.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 공시자료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2017년 3월31일 J사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주식 3만7727주를 시간외거래로 매입해 회사 지분율을 늘린 바 있다.

2002년 1월 설립된 S사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체다. 특이점은 현 한일시멘트 감사인 장모씨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S사 대표를 지냈다는 점이다. 한일시멘트 계열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무조사 대상 계열사는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 전체 매출 중 특수관계자 비중은 최소 40%대서 최대 90%대에 육박했다.

한일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400억7137만원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382억8574만원으로 95.5%에 달했다. 이 중 261억원은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배당수익으로 파악됐다.

탈세? 비자금? 내부거래?
조사4국 투입 탈탈 털어 

한일홀딩스는 계열사 등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익의 상당 부분을 허 회장과 친족 등 주주에게 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회장과 친족 지분 비중을 볼 때 지난해에만 1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허 회장과 그 일가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 회장의 지분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말 10%서 지배구조 개편 후인 2018년 말 30%로 3배가량 급증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 허 회장이 그룹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안정적 수익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일홀딩스의 배당액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124억86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배당액은 246억6500만원으로 지주사 전환 전보다 배로 급증했다. 한일홀딩스는 2019년 별도 기준 6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배당액은 오히려 늘어나 137억8700만원이 주주에게 돌아갔다.

허기호 회장은 한일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31.23%를 보유,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허 명예회장은 16.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른 친족인 허정미 3.08%, 허동섭 2.74%, 허남섭 2.68%, 허기준 1.57%, 허기수 1.15%, 허서연·허서희 0.94% 등 허 회장 일가가 6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룹 최상위 지배사인 한일홀딩스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60.9%, 한일인터내셔널·한일L&C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일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은 4478억원이다. 이 중 특수관계자 거래가 2459억원으로 54.9%에 달했다.

심각한
이중고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1389억원, 107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한일L&C는 지난해 매출 954억원 중 41.7%인 398억원이 한일시멘트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386억원, 11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일L&C는 한일시멘트 206억원, 한일현대시멘트 22억원, 한일홀딩스 3억원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총 232억원의 매입거래도 있었다.

이번 세무조사가 탈세,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기획 세무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다양하다. 허 회장과 임원 등이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의 합병 과정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2018년 1월 한일시멘트를 분할존속회사인 한일홀딩스(투자사업 부문)와 분할 신설회사인 한일시멘트(시멘트, 레미콘, 레미탈 사업 부문 등)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같은 해 7월 인적분할이 이뤄졌다. 

이어 2020년 5월14일 한일현대시멘트의 모회사인 HLK홀딩스와 한일시멘트의 합병 과정서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혐의를 받는다. 2018년 8월 12만원대였던 한일시멘트 주가가 합병 당시인 5월 8만원대로 30% 넘게 빠졌다.

주가 하락으로 한일시멘트 합병 비율은 실제 기업가치보다 하락했다.

합병된 HLK홀딩스는 한일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허 회장 소유다. 한일시멘트 기업가치가 낮아질수록 합병이 성사된 이후 허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일홀딩스의 지분율이 커지는 것이다.


앞서 허 회장은 한일홀딩스 산하의 두 회사를 합쳐 수직계열화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 1대 HLK홀딩스 0.5024632였다. 검찰은 당시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가 이 과정을 통해 한일시멘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으로 봤다.

수사당국은 한일시멘트 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도 지적했다.

거래처도 조사
부당거래 파악

업계에선 한일시멘트 재무 상태 악화를 무시하고 합병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허 회장이 주가조작을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적 목적을 위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내팽개친 꼴이다. 

이번 재판 관련 수사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2020년 7월 한일시멘트, 한일홀딩스, 허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특사경은 K증권사 지점에서 한일시멘트 관계자의 거래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서 허 회장은 초등학교 동창생 안모씨의 계좌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차명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를 빌려준 안씨는 수사기관에 “지주회사 전환 과정서의 경영권 확보”라는 거래 목적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추정한 것을 사실처럼 말했다”며 번복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장성훈 부장판사)는 지난 8월24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등 6명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고, 안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의료보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대표 안씨는 사석서 만난 허 회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계좌를 개설해줬다고 증언했다.

안씨는 “증인은 허기호 피고인이 ‘믿을만한 차명계좌가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는 없고 재산 규모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명의를 빌려줬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돈이라고 추정했다. 회사 측에서 계좌개설에 필요한 서류나 정보를 요청해왔고 제가 들어줘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좌개설 이후 통장, 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회사 측에서 관리했다. 발생한 세금은 회사 관계자가 사후에 정산해줬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의 차명계좌에는 2010년 3월23일부터 6월17일까지 28회에 걸쳐 3억2000여만원이 입금됐다. “어떤 주식이 거래됐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만 사는 것으로 봤다”며 “구체적인 거래 과정을 눈여겨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허기호 회장 시세조종 의혹 수사
초등 동창과 주식 차명거래 포착

검찰은 “증인은 수사기관서 ‘한일시멘트 주식을 사는 것을 보고 경영권을 위한 지분 문제인가 보다. 자금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니 차명으로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안씨는 “대기업 경영자는 자신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그런 취지라고 상식적으로 추론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사후에 회사로부터 차명계좌를 돌려받은 뒤 직접 한일시멘트 주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그가 2018년 8월21일부터 9월7일까지 거래한 한일시멘트 주식은 6250주로, 거래액은 9억1400여만원이었다. 안씨는 2019년 5월22일 6250주를 8억3000여만원에 블록딜 매도(일괄매각)했다.

안씨는 “허기호로부터 ‘네가(차명계좌를)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들었고 수용했다. 주식을 매수한 경위는 (공동피고인인)김모씨로부터 ‘갖고 있는 돈으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매수해달라’는 요청을 듣고서”라고 말했다. 

안씨가 언급한 김씨는 한일홀딩스 전무이자 계열사인 한일인터내셔널의 대표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측에서 안내해주는 대로 집행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거래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달리 배경 설명은 모호하게 답변했다.

안씨의 진술 번복에 검찰은 진술조서를 직접 제시하며 캐묻기도 했다. 안씨의 금융감독원 진술조서에는 ‘지분구조는 모르지만 아버지(허정섭 명예회장) 성격이 유해요. 삼촌(허동섭·허남섭 명예회장) 등 아버지 형제간 지분 정리가 안됐다. 아버지 지분을 받는 것도 돈이 들어가니 홀딩스로 투자받아 정리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안씨는 “그때는 그렇게 답변한 게 맞지만 제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며 “숙부님들 지분이 많아서(경영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겠구나 짐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또 다른 증인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끝으로 본격적인 피고인 신문에 돌입한다. 2021년 11월 시작된 조 회장의 형사재판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판기일이 3주서 1달을 주기로 열리는 데다, 검찰이 피고인별 약 2시간의 신문 시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4월 수사를 마무리한 특사경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한일시멘트 측은 재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뭔가 말 못할
사정 있는 돈?

허 회장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 관련 혐의만 인정하고 시세조종 혐의는 부인했다. 당시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관한 확대 해석을 삼가달라고 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세무조사는 맞다.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재판과 세무조사를 결부시키는 언론 보도는 흠집 내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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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