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익선’ 초고층 아파트 매력은?

부동산에 사자성어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나온다. 대표적인 사자성어로는 ‘다다익선’ ‘거거익선’ 그리고 최근 등장한 ‘고고익선’ 등이 있다.

다다익선은 이왕이면 전철 노선이 많을수록 단지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의미에 사용된다. 여러 노선의 이용이 가능한 다중역세권은 대중교통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주거 수요층이 탄탄해 요즘 같은 시기에도 시세가 견고하게 유지된다. 

또 타 지역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출퇴근 환경이 좋고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상권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역세권이라도 단일역보다는 2개 이상의 역을 이용할 수 있는 다중 역세권 단지는 편리한 교통환경은 물론, 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며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다익선
거거익선

부동산시장서 대단지 아파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가구 수가 많을수록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다다익선이란 단어가 통하는 것이다. 규모가 큰 만큼 거주자가 많아 단지 인근에 상업시설, 교통시설, 교육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진다.

중소단지에 비해 대지가 상대적으로 넓어 단지 내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되고, 조경시설도 뛰어나기 때문에 풍부한 수요층을 바탕으로 거래도 활발해 환금성이 좋다. 공용 관리비를 각 세대로 나누다 보니 중소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주거공간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주거공간 중 일부를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업무와 학업을 위해 서재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운동을 위한 홈트레이닝 공간, 취미활동을 위한 미니 홈카페 등 수요자 니즈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넓은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자 실사용 면적이 넓은 중·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다. 수요자 사이서 아파트도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확산되며 중대형 평형의 인기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상업·업무용 건물은 물론 주거용 건물인 아파트도 고고익선이 통한다. 초고층 아파트는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인근 일반 아파트들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곤 한다. 국내 최고층 건축물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로 총 123층(555m)에 달한다.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인근보다 높은 가격 형성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높은 건축물은 포스코이앤씨가 부산 해운대구에 건설한 ‘엘시티’다. 랜드마크타워동이 411.6m로 두 번째에, 타워A동과 B동이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고층 건축물은 설계, 공사, 관리가 매우 까다롭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품성과 기술력을 겸한 건축물로 들어서게 되면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난다.

신규 초고층 아파트 분양 단지도 주목받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는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인근 일반 아파트들 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60층 이상의 ‘타워팰리스’는 2000년대 초반에 입주해 준공 20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강남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강남구 아파트 거래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는 ‘타워팰리스1차’ 전용 301.47㎡로 거래가격이 무려 99억원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단지 전용 244.66㎡는 7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아파트의 거래가를 압도했다.


크면 클수록 
높을수록 좋다

초고층 아파트 입주를 통해 신흥 주거지로 변신한 곳도 있다. 청량리역 일대는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는 입주 직전 전용 84㎡가 16억56 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동대문구 아파트 거래 사례 가운데 가장 높은 거래가에 해당한다. 청량리역 일대 59층(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40층(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높이의 고층 아파트들도 동대문구 아파트 가격을 리드하고 있다.

지역서 손꼽힐만한 최고층 높이를 자랑하는 아파트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시 송천동2가 일원 에코시티서 분양한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은 평균 85.39대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완판됐다. 

앞서 지난 5월 충북 청주서 분양한 ‘신영지웰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은 평균 73.75대1 경쟁률을 기록하고 빠르게 모든 분양을 마쳤다. 이 아파트는 49층 초고층 단지로 청주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에 해당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고층 단지는 단순히 층고만 높은 것이 아니라 상품, 커뮤니티 등 차별화된 요소로 수요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초고층 아파트 입주로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등의 변화도 나타나 앞으로도 이들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가을 분양하는 수도권·충청권 초고층 아파트.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  의정부동 민간임대주택 협동조합이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를 10년 후 분양 전환형 민간임대 방식으로 공급한다. 전 세대 선호도 높은 84㎡ A·B·C·D타입, 지하 5층~지상 47층, 총 171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 슬세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우수한 생활편의성을 확보했다. 

단지 가까이 신세계백화점, 영화관, 대형서점, 의정부 제일시장, 로데오거리, 관공서, 을지대병원 등이 자리해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운동시설과 산책로가 조성된 중랑천을 비롯해 추동공원 등 자연환경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500m 거리에 있는 신동초를 비롯해 반경 2㎞에 신곡중, 의정부여고, 상우고까지 초, 중, 고교가 모두 도보권에 자리한 탄탄한 교육 환경을 더했다. 

호국로와 3번국도 대체 우회도로가 인접해 있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통하는 의정부IC, 호원IC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1호선 의정부역뿐 아니라 GTX-C 의정부역(예정), 고양~양주~의정부 연결 교외선(24년 재개 예정) 등의 호재가 예고돼있다.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 포스코이앤씨가 경기 의정부 캠프 라과디아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공급하는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48층, 6개동, 1401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타입별로는 ▲84㎡ 1058가구 ▲112㎡ 339가구 ▲162㎡ 2가구 ▲165㎡ 2가구 등이다. 대형평형 4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는 수요가 많은 국민평형으로 이뤄졌다.

선호도 높은 
타입으로 준비


1호선 의정부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의정부 경전철역인 흥선역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민간 투자방식의 도시개발사업으로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참여해 약 3만㎡의 공원과 공공복합청사가 단지 바로 옆에 조성된다. 단지 내의 커뮤니티시설과 별개로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인 셈이다. 

단지에서 도보권 내로 신세계백화점, 을지대학병원, CGV, 제일시장, 로데오 상권 등의 이용이 편리하다. 의정부서초와 다온중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며, 의정부중, 의정부여중·고를 비롯해 학원 밀집지역과도 가깝다. 입주예정일은 2027년 10월.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 현대건설이 경기 시흥시 정왕동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를 선보인다. 아파트 851가구만 먼저 분양한다. 타입별 가구수는 공동주택 ▲60㎡ 326가구 ▲85㎡A 175가구 ▲85㎡B 350가구로 구성된다. 4베이 판상형 구조(일부 가구) 및 남향 위주의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입주 예정일은 2027년 6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함께 들어서는 주거복합 단지로 최고 35층으로 건설된다. 첨단산업과 해양레저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되는 시화MTV에 들어서며, 시화호, 서해 바다 등의 조망이 가능하다.

커뮤니티 등 상품 차별화
놀라운 경쟁률 완판 행진

시화MTV는 시화호 북측 간석지 약 301만평(약 9.98㎢ 면적)을 개발해 첨단산업복합단지이자 해양레저도시로 조성되는 곳이다. 첨단벤처, IT산업, 연구기관 등 첨단복합용지는 물론, 물류, 유통 등 지원시설, 시화호 수변 공간을 활용한 상업, 업무, 주거, 관광 용지, 쾌적한 전원도시로 개발될 공공시설, 공원녹지 등으로 꾸며진다. 


단지 바로 맞은편에는 시화나래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커뮤니티로는 휴게공간인 힐스라운지와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GX룸의 운동시설을 비롯해 H아이숲,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작은도서관, 게스트하우스 등이 마련된다.

▲논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 대우건설은 ‘논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6개동에 총 433가구(전용면적 84·103㎡) 규모로 조성된다. 논산지역 최고 높이로 압도적 전망을 자랑한다. 지상에 차 없는 공원형 랜드마크 단지로 설계됐다. 타입별로 4베이-4룸, 대면형 주방 등의 설계도 돋보인다. 

논산에는 국방대, 육군훈련소, 육군항공학교 등 국방 관련 기관이 다수 위치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유치도 성공해 국방수도 역할이 강화된다. 국방 국가산업단지(약 87만㎡)가 들어설 예정이며,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최종 심의만 남았다. 무기를 제외한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물자를 생산하는 전력 지원 체계 산업이 중심이다. 

▲더샵 오창프레스티지= 포스코이앤씨는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서 ‘더샵 오창프레스티지’를 선보인다.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 단지로 이차전지 기업들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다. ‘더샵 오창프레스티지’ 아파트 분양 성공에 힘입어 오피스텔도 분양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에 단지 바로 옆으로 진통공원부터 오창호수공원 등 녹지가 형성돼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메가박스와 홈플러스 등 상업지역도 걸어서 이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지 내에 별동으로 9층 스케일의 의료시설이 지어진다. 의세권 오피스텔의 남다른 특권도 누릴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독보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단지 설계도 입주민의 자부심을 높여줄 전망이다. 희소성 높은 전용 84㎡의 단일면적으로 4베이 구조, 테라스(전실) 등 아파트와 동일한 설계로 일반적인 오피스텔 대비 주거활용도 및 상품성을 높였다.

탄탄한 교육
쾌적한 환경

오창은 이차전지 이외에도 많은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청주시에는 국가가 지정한 첨단전략기술 보유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이 입주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오창 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신·증설하고 시험연구동을 건립한다. 

에코프로그룹은 2025년까지 15만㎡ 규모의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주변에 방사광가속기 개발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오창제2일반산업단지,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 등 여러 산업단지가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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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