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 얼굴 마담 바뀌나?

한때 아파트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이 기대와는 달리 생숙에 규제의 핵심인 용도변경 허가와 이행강제금 소급 적용을 할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소형 오피스텔 등에는 주택 수 배제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은 오는 14일부터 전국 10만실 규모가 불법 건축물로 간주될 위기에 처했다. 2021년 5월 건축법 개정으로 생숙의 숙박업 등록이 의무화돼서다. 신규 생숙뿐 아니라 기존 시설에도 소급 입법이 적용되는 탓에 그동안 생숙을 내 집처럼 거주하던 수분양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숙박업 신고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이행강제금 부과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생숙의 주거 제한은 국토부(건축정책관) 담당 업무며 숙박시설의 숙박업 등록 신고를 규제하는 부서는 보건복지부다.

생숙의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변경 정책서 허가권자는 또 각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용도변경 전제 조건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지자체가 담당한다. 지구단위계획이 관광특구인 경우엔 다시 중앙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관 부처로 된다. 국제업무지구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일 경우 사업시행자의 신청 행위가 필요하다.

용도변경을 신청·검토하는 단계서 관계부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소방·교육·교통 등 관련 법의 모든 규제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10만실 규모
불법 건축물

당초 일반 민간인이 수행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는 14일까지 생숙을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 신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마다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된 것에 국토부의 책임이 있다고 레지던스 협회는 주장했다. 

2015년 국토부는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레지던스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공급을 늘리고 주거 안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생숙서 주거를 지속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생숙의 원래 용도대로 숙박업을 신고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영업신고는 30개실 이상부터 가능해 호텔 운영업체에 위탁해야 한다. 이때 인테리어 비용과 운영 대행 수수료 등도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후의 수단은 생숙을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돼 아파트 거래시장도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불법 건축물을 매수할 유인이 낮은 게 현실이다. 

생숙·오피스텔 지고 소형 오피스 뜬다
온라인 기반·1인 창조기업 증가로 각광

다만 정부가 당장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는 것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의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 소지로 실제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오피스텔의 경우도 정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 제외서 배제키로 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오피스텔 소유자의 실망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오피스텔을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지금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는 상황서 규제가 지속되면 시장 위축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까지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투기 근절을 목적으로 시행된 규제로 2020년 8월12일 이후 취득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합산과세로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고, 양도세 비과세도 받기 어렵다. 

“정부 책임”
협회 주장

물론 이전 취득한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시가표준액 1억원 이하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상속받은 경우에도 개시일 이후 5년 이내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서 주택 수 배제가 빠지면서 이번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소유주들은 불합리한 세금 정책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주택으로 분류돼 아파트와 같은 보유세를 내면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취득세는 주택(1~3%)보다 높은 4.6%를 부담해야 한다.

아파트와 비교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고 특례보금자리 대출 대상서도 제외된다. 주택으로 분류돼 세금은 대폭 늘었는데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아파트 규제 완화, 금리인상과 맞물려 오피스텔 시장은 수요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 월세 수익률이 낮아진 데다 매매값도 약세를 보여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지역 오피스텔 거래량도 664건으로 전년 동기(1033건) 대비 36% 정도 줄었다. 2021~2022년 월별 거래량이 1500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이상으로 감소한 것이다.

경매시장서도 외면받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오피스텔 낙찰률은 13.7%를 기록했다. 경매에 나온 매물 100건 중 14건만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다. 작년 같은 기간 30.6%서 대폭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다가구, 주상복합 등 주거상품 중 가장 낮은 낙찰률이다.

아파트 규제 반사이익으로 인기
주택공급 대책 후 애물단지 전락


더욱이 이번 주택 수 제외 무산으로 다주택자가 된 오피스텔 소유주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피스텔은 통상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어 잘 안 팔리며 1년 이상 매물이 수두룩 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조치로 오피스텔 거래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오피스텔을 통해 얻는 임대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해서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올 때 오피스텔 임대료가 대폭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2~3년간 수익형 부동산의 얼굴 마담 역할을 했던 생숙과 오피스텔이 시장서 외면당하면서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가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피스는 견고한 수요와 부족한 공급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 시장서 소형 오피스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 시장서 소형의 인기가 다소 누그러진 것과 대조된다. 

소유자
실망감

소형 오피스는 높은 공간효율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그리고 높은 환금성, 풍부한 임차 수요 확보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온라인 기반 기업이나, 1인 창조 기업 등 소규모 기업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오피스 시장서 소형이 인기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 창조기업 수는 총 91만736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5만8322개 대비 2배 이상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2017년 40만2612개서 2018년 42만7367개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오피스나 섹션 오피스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것”이라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늘어난 수요만큼 임차인 리스크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소형 오피스.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 GTX -C노선 등 4개 노선이 예정된 인덕원역을 도보 1분 거리로 오갈 수 있는 초역세권 ‘인덕원역 시그니티 타워’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05-15외 1필지 지하 5층~지상 18층 규모로 8~18층은 오피스, 3~7층은 메디컬, 1~2층은 근린생활시설 등이 공급된다.

자주식 주차장 140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들어서며, 신축 복합타워의 희소가치를 지닌 인덕원역 일대에 간만에 공급되는 대로변 랜드마크급 복합타워다.

4개 노선으로 재탄생 될 인덕원역은 현재 운영 중인 4호선부터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 동탄인덕원선(2026년 예정), GTX -C노선(2028년 예정)까지 총 4개 노선이 관통하는 쿼드러플 역세권 프리미엄 상권이다. 시그니티타워 인덕원이 자리 잡는 인덕원은 과천시와의 경계에서 불과 500m 거리에 떨어져 있다.

안양 벤처밸리, 의왕 테크노파크, 인덕원 IT밸리 등과 현재 조성 중인 과천지식정보타운, 의왕 제 2 테크노파크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 등 직주근접의 요건이 잘 갖춰 있어 경기 남부 주요지역을 아우르는 최중심 입지다. 

시내·외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개통 예정된 월곶-판교선과 동탄인덕원선, GTX-C노선 덕에 대중교통 편리성 또한 뛰어나다. 서울시의 평균 공실률은 6.5%, 경기도의 평균 공실률은 5%이지만 경기 인덕원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로 알려졌다. 인덕원역을 주지하철역으로 이용하는 아파트가 30여개가 넘으며, 해당 단지들의 세대수는 2만세대에 달한다. 이를 인구수로 추산하면 4만7000여명에 육박한다.

▲힐스테이트 동탄 르센텀= 일과 휴식이 조화된 신개념 소형 오피스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오피스’인 ‘힐스테이트 동탄 르센텀’이 분양한다. 동탄2신도시 지원35블록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4층, 3개동 규모로, 워라인 오피스, 주거형 오피스텔, 상업시설이 함께 구성되는 주거복합단지다.

워라인 오피스는 403실이 구성되며, 상업시설은 27실이 들어선다. 워라인 오피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차별화된 설계로 업무 쾌적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내부는 다락과 욕실, 트렌디한 탕비 공간이 포함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 풀 퍼니시드로 구성돼 일과 휴식의 조화로움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상 1층에는 공용 회의실 등 업무 편의를 위한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도 구성된다. 

견고한 수요
부족한 공급

약 2㎞ 거리에 SRT동탄역이 자리하고 있고, 단지 바로 앞에는 강남, 잠실, 서울역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광역교통망이 우수하다. 또 단지로부터 직선거리 600m에는 기흥IC가 위치해 있으며, 동탄2신도시를 관통하는 전국 최초의 지하차도 고속도로인 ‘경부동탄터널’도 개통됐다.

여기에 SRT동탄역은 향후 GTX -A노선(다음 해 상반기 목표), 동탄 트램(2027년 예정), 분당선 연장(계획) 등이 개통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혼잡 구간이었던 기흥IC는 정체 해소를 위한 개선 공사가 진행 중으로, 최근 임시개통을 완료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워라인 오피스와 함께 상업시설의 분양도 진행하고 있다. 상업시설은 임대 및 공실 여부와 상관없이 2년간 연 5%의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르센텀 렌탈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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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