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윤석열 한가위 플랜

‘민심·표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길다. 그동안 왕래가 없던 친인척끼리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명절 대화 주제 중 빠질 수 없는 내용은 바로 정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뿌린 만큼 민심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추석을 맞아 민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관건은 이 시기에 쌓아둔 민심을 깎아 먹지 않고 총선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다. ‘빈손 외교’부터 개각 인사 논란까지 지지율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총선 위한
시나리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3일 단행된 개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과 ‘MB정권 돌려막기’ 비판이 재조명되면서 대통령실의 인사풀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를 내정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부처를 대상으로 개각을 진행한 탓일까? 인사청문회가 가닥 잡히기 전부터 후보를 향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신 후보는 ‘을사늑약’을 체결했던 이완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유 후보의 경우 2008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 욕설 논란 등 부적절한 언행이 지적됐다.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투트랙 장악을 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주식을 제3자에게 맡겨놓은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을 받으면서 국민의 비판을 샀다. 백지신탁 이후 본인과 배우자의 지분이 단 1%도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소셜뉴스’의 지분 25.8%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특히 백지신탁 이행을 위해 김 후보 배우자의 지분을 떠안았다던 시누이의 지분이 이 시기 12.82%서 1.1%로 줄어 주식 파킹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세 인물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자 민주당은 “부적격이 후보 자격의 기준이 된 것 같다”며 수위 공세를 높였다.

개각이 진행될 때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 내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차기 총선이 남은 현시점서 벌써부터 민심이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연말 동선은 지지율은 물론, 총선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 안팎을 둘러싼 인물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국민의힘은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 20일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도 경찰청장, 박영춘 전 SK 부사장, KBS 코미디언 출신의 유튜버 김영민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들은 보수·여당의 험지에 뿌리를 둔 인사들로 분류된다. 친노(친 노무현)계 전직 지자체장을 비롯한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을 등에 업은 것이다.


개각 이후 고꾸라진 여론
총선 후보와 PK로 고삐 꽉

국민의힘은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와 합당도 추진 중이다. 총선 전략으로 ‘험지’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시선이다.

총선에 대비한 장관 교체 역시 주목할만한 시나리오다. 현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총선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공직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에 공직서 사퇴해야 한다. 12월 전후로 3~4개의 부처를 대상으로 추가 장관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거 인사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추석 이후 총선 출마 후보와 차기 장관 후보를 동시에 관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 장관과 한 장관은 언론 노출이 잦은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에게도 여러 차례 눈도장을 찍은 인물이다. 이 같은 ‘스타 장관’이 무당층을 타깃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낸다면 국정 이미지 쇄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현재로서는 싸늘해진 PK(부산·경남) 민심과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보수 텃밭인 PK와 TK(대구·경북)가 지지율의 쌍두마차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PK 세력이 약해지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 등 정책 이슈 관련 체감도는 낮은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롯한 안전 문제와 외교 민감도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 참석 순방은 엑스포와 외교·안보를 동시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데이비드 캠프’서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도움만 주고 정작 우리는 받아온 게 거의 없다는 혹평이 나와서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나 나라별 맞춤형 협력과 엑스포의 비전을 설명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기죽은
민주당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순방은 오염수 방류라던가, 일본에게 이익을 주면서까지 우리가 얻는 건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빈손으로 귀국한다면 그야말로 처참한 외교 참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외교를 통해 국익이 눈에 띄게 부각된다면 그만큼 추석 민심에도 톡톡히 반영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띄우면서 정부·여당 지지율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등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어떻게든 비회기를 건너뛰고 추석 밥상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슈를 올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추악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오전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냈다. 단식투쟁에 나선 이 대표가 건강 악화 탓에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였다. 체포동의안 당론을 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당에 분열이 생기면 지지율 역시 함께 타격을 입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1타2피인 셈이다.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해왔다. 체포동의안 부결 시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가결이 돼도 반란표가 아닌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명계는 단식투쟁을 이유로 동정론을 호소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의원에 대한 ‘색출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민주당은 국민이 던지는 싸늘한 눈길을 염두에 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에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부결도, 가결도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안 쳐내기에 급급한 민주당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침몰하는
김기현호?

결국 지난 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당분간 민주당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주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로 과반을 채우면서 최종 가결됐다. 무효는 4표였다.

게다가 최근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생긴 ‘조작을 일삼는 야당’ 프레임 역시 부담으로 작용된다.

지난 15일 감사원은 문정부가 당시 집값, 소득,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를 작성·활용하는 과정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청 등을 압박해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대선 공작 게이트는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제공한 김만배씨와의 인터뷰 녹음파일 편집본을 보도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박영수 변호사를 통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해당 언론사가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에 관해 국민의힘에서는 “대선과 부동산을 조작해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통계 조작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동시에 겨냥해 “조작된 뉴스와 허위 사실에 기초한 주장을 원칙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 대표 수사 등 여야 모두 인물 위주의 현안을 추석 밥상에 올렸다. 다만 이번에는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민주당 자체를 타겟으로 올린 만큼 ‘민주당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으레 국민은 명절마다 모여 현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물가, 경제 등 정권 심판 발언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슈성이 강한 이 대표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등 야당의 부정적인 면이 더욱 돋보이는 형국이다.

이 리스크에 치고 나가는 윤?
엇박자 타는 김기현의 무리수

추석에 쏠린 민심이 연말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 손발이 맞아야 안정적인 지지율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메시지 하나에도 민심이 흔들리는 만큼 ‘일심동체’ 같은 국정 수행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김 대표 리더십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면서 정부·여당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먼저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내보낸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 인물이 김 대표인데, 막상 앉혀놓고 보니 용산에 납작 엎드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추석 이후 강서구청장 당선 여부에 따라 당 대표직 존폐가 갈리지 않겠느냐”며 국민의힘 체제 변화를 귀띔했다.

최근 김 대표의 거친 발언이 이어지는 것 역시 용산을 향한 ‘세레나데’라는 평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국가반역죄’와 ‘1급 살인죄’에 비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를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가 아닌 김 대표가 존재감과 역할 부문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쌈닭’ 같은 말과 행동이 일종의 생존 방식이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생존 방식이 오히려 시한부 정치 인생을 앞당겼다고 평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향한 거친 발언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사이다일지는 몰라도 무당층에는 되레 반감을 사게 하는 자충수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애초에 김 대표는 거친 발언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억지로 내뱉다 보니 국민이 봤을 때 오히려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요즘 들어 용산과 ‘쿵짝’이 잘 안 맞는 모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 체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총선 승리다.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국정 동력은 물론 지지율까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 책임은 오롯이 당 대표가 떠안게 된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지도부를 물색해 총선 전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뿌린 만큼
거둘라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오히려 추석 밥상에 정치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가족이 모인 자리서 서로 얼굴을 붉히느니 애초부터 정치 성향을 드러낼만한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해 저마다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는 없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한 표가 소중한 때다. 상대방의 약점을 터뜨리고 내 것은 감추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사님의 조용한 추석 내조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는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등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상인을 격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안전한 수산물’ 홍보 등 추석 민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을 앞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길에도 동행했다.

김 여사는 ‘한가위 인 뉴욕’ 행사에 참석해 “해양도시 부산은 한국 경제의 탯줄이었고, 우리 경제의 어머니와 같은 도시”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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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