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각 3인방 위기 탈출 승부수

돌아온 레트로 전사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윤석열정부의 2차 개각이 시작됐다. ‘공격수 장관’을 통해 국회에 긴장을 불어넣으려는 ‘문책성 개각’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MB정부의 재탕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후보 개인사 논란까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칼날이 녹슬 새가 없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2차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이하 특보)가 올랐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김행 전 비상대책위원이 내정됐다. 대통령실은 연륜과 전문성, 책임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알 장전

세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 정국이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세는 국방부 신임 장관 후보인 신 의원에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현 국방부 장관의 ‘꼬리자르기’ 비판이 제기되자 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정무 교체 기류가 확산하자 이 장관은 개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2일, 사의를 표했다.

야당의 탄핵소추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방 안보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 장관 사의 표명은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로 오른 신 후보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자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이다. 그는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여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다. 이 장관이 해병대 순직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 신 후보는 ‘박격포 오발탄’ 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신 후보는 1985년 10월 자신이 중대장으로 있던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공지합동훈련 중 박격포 오발탄을 맞고 숨진 A 일병의 사인을 ‘불발탄 사고’로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A 일병이 불발탄을 밟아 사망했다고 결론내렸지만 지난해 10월 재심사에 나선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오발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진상규명위 결정문에 따르면 “누구 주도로 사망의 원인이 왜곡·조작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적시됐다. A 일병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이 사인을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왜곡·조작함으로써 사고의 지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신 후보는 국회 입성 전인 2019년, 문재인정부 당시 한 집회서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건 시간문제”라는 발언으로 여당의 집중 포격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신 후보는 “청문회 중이나 청문회 직후 국민께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 모가지” 발언 논란
영부인 친분설 뒷말도

차기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된 인물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네 둘째 아들 용식이로 이름을 알린 유인촌 특보다. 2002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돼 3년간 재임한 ‘MB맨’으로 꼽힌다.

유 후보는 장관 재직 중 세웠던 공로보다 ‘육두문자 사건’이 더 널리 알려졌다는 평을 받는다.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고 욕설하는 영상이 두고두고 회자되면서다.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내부서도 유 후보자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장관 재직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깔아 놓은 판에 유 후보가 합세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둘이 손발을 맞춰 언론과 미디어를 입맛대로 주무를 것이란 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14일 유 후보는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대립적 관계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그런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며 “현장서 느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김현숙 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치고 자리한 만큼 주목도가 높다. 김 장관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 파행 등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여가부를 누가 이끌 것인지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기점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회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 후보자 임명을 통해 여가부의 전체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후보는 다른 인사에 비해 비교적 논란이 적었지만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이 불거지면서 급격하게 관심이 쏠렸다. 김 후보가 김 여사와 20년가량 친분을 쌓아온 만큼 이번 내정에 영부인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나둘 자리 앉는 MB맨들
용산 ‘안방마님’ 노렸나

이를 두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정책을 김건희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대통령 부인을 뽑은 게 아니다”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해당 의혹에 관해 김 후보는 “저는 70년대 학번이고 여사님은 70년대생인데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의 정도가 지나쳐 괴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 뜻을 외면한 퇴행적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념 전사’를 보강하고 ‘이념 전쟁’의 선봉장이 될 강경파를 수혈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정부의 인재풀 논란도 일었다. 용산에 MB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인물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임명된 이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역시 이명박정부 출신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은 만큼 믿고 맡길만한 인재가 많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국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유인촌·이동관의 투트랙 장악에 관한 우려도 크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국민의 피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정을 운영하는 게 윤정부인지 MB정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며 “국민은 이미 한 차례 데어봤다. 과거 인사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10년 전 그 시절을 또 겪으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뢰밭

지뢰밭 인사청문회는 이미 예고됐다. 앞서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전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이번 후보들은 ‘최전방 공격수’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문회 회의론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인사청문회서 걸러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제는 정쟁을 넘어선 ‘전쟁’ 같은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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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