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각 3인방 위기 탈출 승부수

돌아온 레트로 전사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윤석열정부의 2차 개각이 시작됐다. ‘공격수 장관’을 통해 국회에 긴장을 불어넣으려는 ‘문책성 개각’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MB정부의 재탕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후보 개인사 논란까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칼날이 녹슬 새가 없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2차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이하 특보)가 올랐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김행 전 비상대책위원이 내정됐다. 대통령실은 연륜과 전문성, 책임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알 장전

세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 정국이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세는 국방부 신임 장관 후보인 신 의원에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현 국방부 장관의 ‘꼬리자르기’ 비판이 제기되자 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정무 교체 기류가 확산하자 이 장관은 개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2일, 사의를 표했다.

야당의 탄핵소추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방 안보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 장관 사의 표명은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로 오른 신 후보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자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이다. 그는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여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다. 이 장관이 해병대 순직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 신 후보는 ‘박격포 오발탄’ 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신 후보는 1985년 10월 자신이 중대장으로 있던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공지합동훈련 중 박격포 오발탄을 맞고 숨진 A 일병의 사인을 ‘불발탄 사고’로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A 일병이 불발탄을 밟아 사망했다고 결론내렸지만 지난해 10월 재심사에 나선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오발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진상규명위 결정문에 따르면 “누구 주도로 사망의 원인이 왜곡·조작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적시됐다. A 일병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이 사인을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왜곡·조작함으로써 사고의 지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신 후보는 국회 입성 전인 2019년, 문재인정부 당시 한 집회서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건 시간문제”라는 발언으로 여당의 집중 포격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신 후보는 “청문회 중이나 청문회 직후 국민께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 모가지” 발언 논란
영부인 친분설 뒷말도

차기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된 인물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네 둘째 아들 용식이로 이름을 알린 유인촌 특보다. 2002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돼 3년간 재임한 ‘MB맨’으로 꼽힌다.

유 후보는 장관 재직 중 세웠던 공로보다 ‘육두문자 사건’이 더 널리 알려졌다는 평을 받는다.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고 욕설하는 영상이 두고두고 회자되면서다.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내부서도 유 후보자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장관 재직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깔아 놓은 판에 유 후보가 합세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둘이 손발을 맞춰 언론과 미디어를 입맛대로 주무를 것이란 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14일 유 후보는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대립적 관계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그런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며 “현장서 느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김현숙 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치고 자리한 만큼 주목도가 높다. 김 장관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 파행 등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여가부를 누가 이끌 것인지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기점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회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 후보자 임명을 통해 여가부의 전체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후보는 다른 인사에 비해 비교적 논란이 적었지만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이 불거지면서 급격하게 관심이 쏠렸다. 김 후보가 김 여사와 20년가량 친분을 쌓아온 만큼 이번 내정에 영부인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나둘 자리 앉는 MB맨들
용산 ‘안방마님’ 노렸나

이를 두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정책을 김건희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대통령 부인을 뽑은 게 아니다”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해당 의혹에 관해 김 후보는 “저는 70년대 학번이고 여사님은 70년대생인데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의 정도가 지나쳐 괴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 뜻을 외면한 퇴행적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념 전사’를 보강하고 ‘이념 전쟁’의 선봉장이 될 강경파를 수혈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정부의 인재풀 논란도 일었다. 용산에 MB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인물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임명된 이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역시 이명박정부 출신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은 만큼 믿고 맡길만한 인재가 많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국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유인촌·이동관의 투트랙 장악에 관한 우려도 크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국민의 피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정을 운영하는 게 윤정부인지 MB정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며 “국민은 이미 한 차례 데어봤다. 과거 인사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10년 전 그 시절을 또 겪으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뢰밭

지뢰밭 인사청문회는 이미 예고됐다. 앞서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전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이번 후보들은 ‘최전방 공격수’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문회 회의론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인사청문회서 걸러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제는 정쟁을 넘어선 ‘전쟁’ 같은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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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