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각 3인방 위기 탈출 승부수

돌아온 레트로 전사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윤석열정부의 2차 개각이 시작됐다. ‘공격수 장관’을 통해 국회에 긴장을 불어넣으려는 ‘문책성 개각’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MB정부의 재탕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후보 개인사 논란까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칼날이 녹슬 새가 없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2차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이하 특보)가 올랐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는 국민의힘 김행 전 비상대책위원이 내정됐다. 대통령실은 연륜과 전문성, 책임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알 장전

세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 정국이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세는 국방부 신임 장관 후보인 신 의원에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현 국방부 장관의 ‘꼬리자르기’ 비판이 제기되자 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정무 교체 기류가 확산하자 이 장관은 개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2일, 사의를 표했다.

야당의 탄핵소추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방 안보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 장관 사의 표명은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로 오른 신 후보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자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이다. 그는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여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다. 이 장관이 해병대 순직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 신 후보는 ‘박격포 오발탄’ 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신 후보는 1985년 10월 자신이 중대장으로 있던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공지합동훈련 중 박격포 오발탄을 맞고 숨진 A 일병의 사인을 ‘불발탄 사고’로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A 일병이 불발탄을 밟아 사망했다고 결론내렸지만 지난해 10월 재심사에 나선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오발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진상규명위 결정문에 따르면 “누구 주도로 사망의 원인이 왜곡·조작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적시됐다. A 일병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이 사인을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왜곡·조작함으로써 사고의 지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신 후보는 국회 입성 전인 2019년, 문재인정부 당시 한 집회서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건 시간문제”라는 발언으로 여당의 집중 포격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신 후보는 “청문회 중이나 청문회 직후 국민께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 모가지” 발언 논란
영부인 친분설 뒷말도

차기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된 인물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네 둘째 아들 용식이로 이름을 알린 유인촌 특보다. 2002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돼 3년간 재임한 ‘MB맨’으로 꼽힌다.

유 후보는 장관 재직 중 세웠던 공로보다 ‘육두문자 사건’이 더 널리 알려졌다는 평을 받는다.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고 욕설하는 영상이 두고두고 회자되면서다.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내부서도 유 후보자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장관 재직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깔아 놓은 판에 유 후보가 합세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둘이 손발을 맞춰 언론과 미디어를 입맛대로 주무를 것이란 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14일 유 후보는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대립적 관계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그런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며 “현장서 느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김현숙 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치고 자리한 만큼 주목도가 높다. 김 장관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 파행 등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여가부를 누가 이끌 것인지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기점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회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 후보자 임명을 통해 여가부의 전체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후보는 다른 인사에 비해 비교적 논란이 적었지만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이 불거지면서 급격하게 관심이 쏠렸다. 김 후보가 김 여사와 20년가량 친분을 쌓아온 만큼 이번 내정에 영부인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나둘 자리 앉는 MB맨들
용산 ‘안방마님’ 노렸나

이를 두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정책을 김건희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대통령 부인을 뽑은 게 아니다”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해당 의혹에 관해 김 후보는 “저는 70년대 학번이고 여사님은 70년대생인데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의 정도가 지나쳐 괴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 뜻을 외면한 퇴행적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념 전사’를 보강하고 ‘이념 전쟁’의 선봉장이 될 강경파를 수혈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정부의 인재풀 논란도 일었다. 용산에 MB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인물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임명된 이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역시 이명박정부 출신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은 만큼 믿고 맡길만한 인재가 많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국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유인촌·이동관의 투트랙 장악에 관한 우려도 크지만 가장 문제되는 것은 국민의 피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정을 운영하는 게 윤정부인지 MB정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며 “국민은 이미 한 차례 데어봤다. 과거 인사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10년 전 그 시절을 또 겪으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뢰밭

지뢰밭 인사청문회는 이미 예고됐다. 앞서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전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이번 후보들은 ‘최전방 공격수’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문회 회의론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인사청문회서 걸러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제는 정쟁을 넘어선 ‘전쟁’ 같은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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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