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에 씹힌 한동훈 법무 장관 필패론

총선, 나와도 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벌써 3번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출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단 “지금은 업무에 집중할 때”라며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보인다. 국민의힘이 위기 때마다 한 장관에게 이미지를 빌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도층마저 그에게 시큰둥한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정치’에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한 달간 모습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지난 7월,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했다. 조선업계의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 허용을 위한 비자 발급을 늘리기로 한 뒤다. 

이후에도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경제 이야기를 통해 법무부 장관과는 거리감 있는 영상을 게재했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여론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해당 영상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겼다. 

다음 선거
대표 얼굴?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또다시 한 장관에게 정치에 참여하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사실상 내년 총선서 ‘얼굴’로 쓰겠다는 의도다. 한 장관의 출마지로 마포를 비롯해 동작, 강남 3구,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까지 예정지도 다양하다. 강남 3구를 제외하면 이른바 ‘국민의힘 험지’로 불리는 지역들이다. 

이처럼 한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와 역할을 두고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현 상황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오히려 좋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차기 총선서 선거를 총 지휘할만한 인물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모두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김기현 현재 대표의 존재감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서 윤석열 대통령을 얼굴로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 같은 상황서 당내 얼굴 부재 사태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 장관을 연일 소환하는 것으로 추론된다. 한 장관의 법무부 장관 지목은 이미 예견됐으며,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때부터 그의 존재감과 몸값은 줄곧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는 엘리트 이미지와 속 시원한 발언으로 일찍부터 여의도 정가서 이미 주목받아왔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파급력이 컸다. 전체회의, 특정 현안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늘 한 장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해 도무지 그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민주당서 여러 의혹을 제기했지만 매번 되레 민주당이 역풍을 맞기에 바빴다. 

이 덕에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스타 장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보수는 물론 중도층에게까지 소구력이 생겼다. 이대로라면 총선의 얼굴로 쓰여도 크게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그의 존재감은 때릴수록 커졌다. 거대 야당의 공세를 비교적 잘 방어해냈고, 차기 대권주자까지 인식됐다. 이번 총선서도 한 장관이 할 역할이 있다면서 보수 및 중도층서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발판 삼아 야당 의원과의 설전을 보여준 덕에 국민의힘서도 내년 총선에 필요한 인물로 여긴다. 중도층이 30%를 넘는 현 시점에 한 장관을 통해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인 중도층 공략을 실행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에선 자꾸 오라 손짓
민주당 놓고 보면 이길 적임자


한 장관은 차기 대권 지지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범여권 주자 중에서는 1위를 독주 중이다. 문제는 한 장관이 중도층에 가진 영향력을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나서도 펼칠 수 있겠느냐는 부분이다. 

최근 한 장관에게 여러 비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조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윤 대통령과 따로 분류해놓고 한 장관을 바라봤지만, 최근에는 한 장관이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인식되면서 미묘하게 다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의 약점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를 함께 짊어져야 할 위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높지만, 차기 총선에서는 정부 견제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장관이 차출되더라도 쉽게 이기기 힘든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만 상대하는 싸움이라면 한 장관은 적임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중도층을 끌어들일 방법이다. 

최근 한 장관이 미국 출장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한 장관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던 바 있다. 지난해 6월 한 장관은 미국으로 9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당시 한 장관과 동행한 법무부 직원 3명이 사용한 돈은 약 4800만원이다. 

출장의 목적은 한국과 미국 사법기관의 공조 및 협력 방안 논의였다. 문제는 한 장관이 제출한 출장계획서상 미국 법무부 장관과 만나겠다고 명시돼있었지만, 실제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다. 일각에선 한 장관의 9일 출장 중 3일간의 일정이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한 장관과 법무부는 ‘국익 침해’라는 이유로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생기는
약점들

사용했던 출장 경비 내역이 국가안전 보장,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11개월 만에 출장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단순한 출장 경비의 세부적인 집행 내역, 지출증빙 서류가 국가안전 보장 등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전에 공개돼있는 상황서 출장업무가 종료된 이후, 세부적 집행 내역 및 지출증빙서류를 추가적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이익을 해친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법무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렇듯 한 장관에게도 조금씩 약점이 생기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 장관은 정치 이력이 전무하다는 게 걸림돌인 만큼 정치권 일각에선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 설도 제기되고 있다. 보통 총선 지휘는 중량감을 가진 인물이 맡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등이 그런 존재였다. 한 장관의 정치 이력은 없지만, 인지도만큼은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은 파격적일 수 있다. 민주당의 86세대에 제대로 각을 세워가며 비교적 젊은 나이를 앞세워 세대교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서 승리만 한다면 한 장관은 단숨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이 총선을 진두지휘했다가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모든 책임은 한 장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치명상은 물론, 향후 정치적 행보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설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이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며 “지도부와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치 이력이 없어 대놓고 싸우기도 애매하다”고 곤란해했다. 

보수층
믿을맨

이 전 대표도 “제2의 황교안이 될 수 있다”며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설을 두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설을 두고 그를 향한 아부성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윤정부 2인자,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한 장관에게 이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줬다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것. 


이처럼 한 장관은 보수층에게 믿을맨으로 인식되며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패배 시 국민의힘은 소중한 대권주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전쟁서 승리해야 한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 요구 및 체포동의안 표결 등 최근 잇따라 위기 상황이다. 검찰을 완전한 ‘적’으로 돌렸고, 단식투쟁으로 윤석열정부와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한 장관 역시 이 대표를 자주 겨냥하고 나섰다. 이번 사법 전쟁서 패배할 경우 한 장관 역시 타격을 입는다. 민주당서 차기 총선 지휘를 이 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 장관과 총선 쟁탈전은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단은 김기현 대표의 존재감서 비롯된 시선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용산의 적극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전당대회서 과반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지도부가 여러 설화에 휩싸였고, 김 대표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들이 다수 나온 바 있다. 

최근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호남을 방문하는 등 여러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두드러지는 편이 아니다. 한 장관의 선대위원장설 역시 한 장관이 이 대표와 맞붙을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온 듯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장관 차출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중도층 확장에 한계성 있어
잘 보이기 위한 아부 경쟁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은 많은 장점을 가졌지만, 대통령과 캐릭터가 많이 겹친다. 결국 윤 대통령이 소구할 수 있는 지지층과 중첩된다”며 “선거서 이기려면 밖에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기존 지지자들 중 수도권, 중도, 청년층을 끌어올만한 인물에게 선거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 장관이 정치권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장관은 최근 ‘밉상’ 이미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조선제일검서 점차 보수제일검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검찰특활비 공개 부분이 그렇다. 검찰 조직을 보호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추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을 연일 겨냥하고 있다. 한 장관은 “특활비 지침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한 장관이 민주당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고는 있지만, 총선 출마 시에는 약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야당 공세에 맞설만한 인물임에는 확실하나, 점차 윤 대통령과 여당을 보호하려는 의견을 많이 내면서다. 다음 선거의 키워드는 ‘중도 표심’이다. 중도층이 표심을 가르는 만큼 한 장관이 중도층을 확실히 포섭해야 한다는 게 선대위원장이 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윤석열정부는 지속적으로 우클릭만 향하고 있다. 

조직만 지키며 중도층은 나 몰라하는 형국이다. 지난 총선서 자유한국당이 패한 이유는 과도한 우클릭 탓이었다. 이대로라면 한 장관이 중도층에도 소구력을 펼치는 데 한계를 맞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한 장관의 출마에 유보적인 태도를 비치는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중도층 이탈이 심각하자, 현 시점서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은 지지층을 모을 수는 있지만 중도층까지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과도한 
우클릭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선대위원장설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다. 나와서 지지층을 결속시키기 위해 선대위원장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한 장관이라고 해서 중도층이 무조건 반응할지 의문이다. 윤정부 내각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당 내에서 아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사형시설 점검 지시 이유는?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다만 법무부 측은 실제 사형을 집행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각에서는 단순 시설관리 지시를 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범죄자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한 장관은 “주권적 결정이다. 외교적 문제,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지만,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법에 사형제도가 명시돼있는 만큼 진행 시설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있는 사형수는 총 59명이다.

이들 중에는 연쇄 살인, 존속 살인 등의 범죄자가 다수 포함돼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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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