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 여가부 빅딜 시나리오

잼버리 책임, 폐지로 퉁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잼버리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객관적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목됐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는 어이없는 발언이 한몫했다. 당정 안팎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나 말뿐인 분위기다.

여성가족부가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자화자찬’과 말실수로 여당 내부의 시선도 차갑다. 김 장관은 사퇴에는 선을 그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장관의 거취 및 정치적 책임이 여가부 폐지로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첫날부터
행사 폭망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지난 1일에 시작됐다. 잼버리에 참석한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첫날부터 대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물웅덩이와 진흙탕이 곳곳서 발견됐고 화장실에서는 사용 전부터 악취가 났다는 주장이다.

잼버리 대회가 진행된 전북 부안의 기온은 약 35도였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 수준으로 높은 습도가 지속됐던 걸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잼버리에 참석했던 스카우트 관계자는 “나무와 그늘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베테랑이라고 불린 다른 대장들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며 “어린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병원 앞에는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수백명이 대기했지만 100개도 되지 않는 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악취가 심한 화장실과 샤워장 상황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카우트 관계자는 “샤워를 해도 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물과 섞인 갯벌 흙이 굳어버린 채로 배수구를 막아서 벌레도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대원 대부분은 탈수와 탈진 증세를 보였다. 마실 물까지 부족해 야영지 외부로 나가 생수를 사야 했다.

복수의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회 이틀째 150명에 가까운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400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 등 대표단이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총력 지원을 지시하고 전 부처가 수습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었다.

태풍 ‘카눈’을 피해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서 철수한 지난 8일 이후에도 조직위 운영은 부실했다. 대회 개최 전 자신했던 ‘폭우 시 사전 지정된 8개 시·군의 342개 실내 구호소로 대피’한다는 대책은 정작 태풍 앞에서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국제적 망신 분명한데 지금도 자화자찬
잇단 개각설 수면 위 정치적 책임 희석?

김 장관은 “왜 대피소를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342개 구호소는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영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전국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그럴 경우 여기서(참가자들을) 소거(퇴영)하는 매뉴얼이 있다. 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원 점검도 허술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입국도 안 한 예멘·시리아 대원들을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했고, 남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 스위스 여성 잼버리 대원들을 배치했다가 다시 호텔로 옮기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본인들의 책임을 지운 채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을 동원했다.

아이돌 차출을 통해 사실상 권위주의적인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잼버리 진행에 관한 걱정과 우려는 수년 전부터 언급됐다.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경고 목소리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서 김 장관에게 “빨리 (잼버리)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거기 배수시설이라든가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차출
이미지 세탁

이 의원은 또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부터 잼버리가 임박한 지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김 장관의 문제점은 행보서 그치지 않았다.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관해서는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고,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등 어이없는 망언을 이어갔다.

김 장관의 지속적 돌발행동 때문이었을까? 외신의 평가는 비판으로 얼룩졌다. 영국 <BBC>는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의 학부모의 말을 인용해 “끔찍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지난 12일 ‘K팝이 구출? 한국,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 기사에서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비상 자금을 투입했지만, K팝 팬들부터 공공 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서 열린 잼버리는 폭염,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문제 제기, 대피로 얼룩진 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잼버리를 책임졌던 공동조직위원장은 김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민주당 김윤덕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모두 5명이다. 조직위 아래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다. 공동조직위원장 중 3명이 현 정부 국무위원이다.

조직위 주무부처는 여가부지만, 정부 부처 장관 3명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책임을 떠넘기기 ‘안성맞춤’이다.


모두 다
떠넘기기

언론의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자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를 예고했다.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2017년 8월부터 지난 6년간 준비·추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171억원 중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예산 외에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덩굴 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 205억원,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편의시설 설치에 13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히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 등의 외유성 출장 수십 건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장관이 ‘입꾹닫’으로 일관하자 여가부 내부의 분위기는 처참한 상황이다. 행사 파행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장·차관 등 수장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다.

여가부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잼버리 개영 전 현장에 간 건 5번도 안 된다. 그런 사람이 국회서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대비를 제대로 못 한 게 아니라 할 생각이 없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가부 기자단은 김 장관에게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잼버리 파행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 질의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사실상 거절만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현장을 지키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16km 떨어진 생태탐방원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 탐방원’은 에어컨, 샤워부스 등이 잘 갖춰진 숙소로, 당시 여가부는 신변 위협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사흘 전부터 계속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여가부는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에도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본업’마저 소홀히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김 장관의 잠행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개각으로 김 장관이 교체 대상에 오르거나 여가부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내부서도 사퇴 목소리 거세
추석 전 해체 겸 퇴장 관측 반반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가부 폐지가 진즉에 이뤄져야 했지만 김 장관 책임과 신림동 사건까지 겹쳤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폐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당내서도 교체 목소리가 강해서 교체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부처 개각은 최소한으로, 꼭 교체가 필요한 장관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체 장관이 늘어날수록 야당과의 인사청문회 전선이 넓어지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장관만 교체하는 핀셋 개각을 먼저 하고, 연말쯤 정치인 출신 장관과 수석 및 비서관을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다음 교체 대상이 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여가부 등 중앙부처, 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장관의 우선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잼버리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야영장을 벗어나 인근 국립공원 숙소서 묵으며 하루도 숙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타나면서 경질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해진 건 없으나 감사원의 감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김 장관이 정해져 있는 여가부와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도 있다”며 “연말까지는 여가부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추석 전 여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와 내년 총선 출마 뜻을 가진 대통령실 참모진 등에 관한 인사를 고민 중이다.

경질 아닌
부처 분해?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다. 윤 대통령도 총선 출마에 나설 장관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수석급에선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관급에선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