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 여가부 빅딜 시나리오

잼버리 책임, 폐지로 퉁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잼버리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객관적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목됐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는 어이없는 발언이 한몫했다. 당정 안팎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나 말뿐인 분위기다.

여성가족부가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자화자찬’과 말실수로 여당 내부의 시선도 차갑다. 김 장관은 사퇴에는 선을 그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장관의 거취 및 정치적 책임이 여가부 폐지로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첫날부터
행사 폭망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지난 1일에 시작됐다. 잼버리에 참석한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첫날부터 대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물웅덩이와 진흙탕이 곳곳서 발견됐고 화장실에서는 사용 전부터 악취가 났다는 주장이다.

잼버리 대회가 진행된 전북 부안의 기온은 약 35도였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 수준으로 높은 습도가 지속됐던 걸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잼버리에 참석했던 스카우트 관계자는 “나무와 그늘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베테랑이라고 불린 다른 대장들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며 “어린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병원 앞에는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수백명이 대기했지만 100개도 되지 않는 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악취가 심한 화장실과 샤워장 상황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카우트 관계자는 “샤워를 해도 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물과 섞인 갯벌 흙이 굳어버린 채로 배수구를 막아서 벌레도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대원 대부분은 탈수와 탈진 증세를 보였다. 마실 물까지 부족해 야영지 외부로 나가 생수를 사야 했다.

복수의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회 이틀째 150명에 가까운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400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 등 대표단이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총력 지원을 지시하고 전 부처가 수습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었다.

태풍 ‘카눈’을 피해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서 철수한 지난 8일 이후에도 조직위 운영은 부실했다. 대회 개최 전 자신했던 ‘폭우 시 사전 지정된 8개 시·군의 342개 실내 구호소로 대피’한다는 대책은 정작 태풍 앞에서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국제적 망신 분명한데 지금도 자화자찬
잇단 개각설 수면 위 정치적 책임 희석?

김 장관은 “왜 대피소를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342개 구호소는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영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전국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그럴 경우 여기서(참가자들을) 소거(퇴영)하는 매뉴얼이 있다. 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원 점검도 허술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입국도 안 한 예멘·시리아 대원들을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했고, 남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 스위스 여성 잼버리 대원들을 배치했다가 다시 호텔로 옮기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본인들의 책임을 지운 채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을 동원했다.

아이돌 차출을 통해 사실상 권위주의적인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잼버리 진행에 관한 걱정과 우려는 수년 전부터 언급됐다.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경고 목소리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서 김 장관에게 “빨리 (잼버리)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거기 배수시설이라든가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차출
이미지 세탁

이 의원은 또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부터 잼버리가 임박한 지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김 장관의 문제점은 행보서 그치지 않았다.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관해서는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고,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등 어이없는 망언을 이어갔다.

김 장관의 지속적 돌발행동 때문이었을까? 외신의 평가는 비판으로 얼룩졌다. 영국 <BBC>는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의 학부모의 말을 인용해 “끔찍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지난 12일 ‘K팝이 구출? 한국,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 기사에서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비상 자금을 투입했지만, K팝 팬들부터 공공 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서 열린 잼버리는 폭염,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문제 제기, 대피로 얼룩진 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잼버리를 책임졌던 공동조직위원장은 김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민주당 김윤덕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모두 5명이다. 조직위 아래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다. 공동조직위원장 중 3명이 현 정부 국무위원이다.

조직위 주무부처는 여가부지만, 정부 부처 장관 3명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책임을 떠넘기기 ‘안성맞춤’이다.


모두 다
떠넘기기

언론의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자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를 예고했다.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2017년 8월부터 지난 6년간 준비·추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171억원 중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예산 외에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덩굴 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 205억원,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편의시설 설치에 13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히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 등의 외유성 출장 수십 건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장관이 ‘입꾹닫’으로 일관하자 여가부 내부의 분위기는 처참한 상황이다. 행사 파행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장·차관 등 수장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다.

여가부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잼버리 개영 전 현장에 간 건 5번도 안 된다. 그런 사람이 국회서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대비를 제대로 못 한 게 아니라 할 생각이 없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가부 기자단은 김 장관에게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잼버리 파행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 질의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사실상 거절만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현장을 지키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16km 떨어진 생태탐방원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 탐방원’은 에어컨, 샤워부스 등이 잘 갖춰진 숙소로, 당시 여가부는 신변 위협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사흘 전부터 계속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여가부는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에도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본업’마저 소홀히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김 장관의 잠행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개각으로 김 장관이 교체 대상에 오르거나 여가부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내부서도 사퇴 목소리 거세
추석 전 해체 겸 퇴장 관측 반반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가부 폐지가 진즉에 이뤄져야 했지만 김 장관 책임과 신림동 사건까지 겹쳤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폐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당내서도 교체 목소리가 강해서 교체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부처 개각은 최소한으로, 꼭 교체가 필요한 장관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체 장관이 늘어날수록 야당과의 인사청문회 전선이 넓어지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장관만 교체하는 핀셋 개각을 먼저 하고, 연말쯤 정치인 출신 장관과 수석 및 비서관을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다음 교체 대상이 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여가부 등 중앙부처, 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장관의 우선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잼버리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야영장을 벗어나 인근 국립공원 숙소서 묵으며 하루도 숙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타나면서 경질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해진 건 없으나 감사원의 감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김 장관이 정해져 있는 여가부와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도 있다”며 “연말까지는 여가부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추석 전 여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와 내년 총선 출마 뜻을 가진 대통령실 참모진 등에 관한 인사를 고민 중이다.

경질 아닌
부처 분해?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다. 윤 대통령도 총선 출마에 나설 장관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수석급에선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관급에선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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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