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서 보는 탁 트인 자연

조망권은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분양 시 적게는 수천만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분양시장서 수세권(바다, 강, 호수 조망 가능 주거단지), 공세권(공원 근처 주거단지), 숲세권(산 조망 가능 주거단지) 등 자연환경을 가깝게 누릴 수 있는 단지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쾌적한 주거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강이나 호수 인근에 자리한 신규 단지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삶의 질이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탁 트인 바다와 강·하천 등을 거실서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질 듯하다. 

강? 바다?
산? 공원?

산이나 공원을 끼고 있다면 산책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조망권 단지는 주거환경이 뛰어난 것은 물론 투자가치도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동이라도 조망권에 따라 아파트 값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조망권이 시세에 반영되기 전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실제 청약시장서도 바다, 강, 하천 등 수변 조망을 품은 아파트 단지들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월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공급한 ‘더샵 송도아크베이’는 워터프런트 호수 조망권으로 청약 1순위 486가구 모집에 2만2848명이 몰려 평균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GS건설이 경북 포항에 공급한 ‘포항자이 디오션’ 또한 영일대 해안 조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1순위 101가구 모집에 1만2526건이 접수돼 평균 124대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됐다. 매천 조망이 가능한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14대1), 세대 내에서 영산강을 볼 수 있던 ‘나주역 자이 리버파크’(22대1) 등도 두 자리 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매매시장서도 수변 조망권 단지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송정해변 앞바다 조망이 가능한 ‘송정해변 신도브래뉴’ 전용 59㎡타입은 지난 6월 2억960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 전용 98㎡ 또한 지난 2월 14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물·공원 등 조망권 품은 신규 단지
가격 차이 크고 단기간 완판 릴레이

수변 조망 단지들의 강세는 수요자들의 니즈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주거공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전망·조망’을 선택한 응답자는 17.6%로 조사됐다. 이는 1위를 차지한 ‘내부 평면 구조’(28.8%)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조망권 중에서도 수변 조망권을 품은 단지는 공급 자체가 한정된 만큼 희소성이 높은 데다, 물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가장 높다. 비단 물 조망뿐만 아니라 공원 조망도 지역에 따라 인기가 높았다.

지난 1월 경남 창원 사화동서 분양했던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민간공원조성특례 사업을 통해 들어섰다. 창원 사화공원 조망권 단지로 관심을 끌며 1순위 평균 28대1 경쟁률로 단기간 완판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분양 시 조망 여부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하는 때도 있지만, 그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며 “리조트나 호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조망권을 가진 입지가 아파트 단지 희소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입지 희소성에 따른 장기적인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을 앞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새롭게 선보이는 수변 및 공원 조망권 단지.

▲청계 SK뷰= SK에코플랜트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일원에 조성하는 ‘청계 SK뷰’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4층, 아파트 3개동, 전용면적 59·84㎡, 총 396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108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전용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59㎡A 27가구, 59㎡B 48가구, 59㎡C 32가구, 84㎡ 1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 조합사업과 달리 일반분양가구가 3층부터 최고층인 34층까지 고르게 분포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주는 2025년 7월 예정. 분양가는 3.3㎡당 평균 3764만원이다.

내부 구조
다음으로…

청계천 수변공원을 집 앞에서 바로 누릴 수 있으며 일부 가구에서는 청계천 조망도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이 포함된 청량리역 상권과 복합쇼핑몰, 영화관 등이 입점한 왕십리역 상권 이용이 용이하다. 용답동 주민센터, 용답도서관 등도 주변에 위치해 있다. 용답초, 마장중, 한양대부속고 등 학군도 우수하다. 일대 대규모 개발 진행으로 미래 주거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청계 SK뷰 주변에 1600여가구 규모로 용답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며, 총 4800여가구 규모로 용답1·2구역 재개발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추후 총 7000가구 안팎의 대규모 아파트 타운이 자리 잡게 돼 주거여건 개선이 기대된다. 인근에 위치한 중랑물재생센터 시설물 지하화로 공원 등 녹지도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민간임대주택협동조합은 지하철 의정부역 인근에 자리한 47층 높이의 10년 민간임대 아파트인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 입주자를 모집한다. 지하 5층~지상 47층, 1개동으로 171세대가 공급된다. 주차 공간은 공동주택 215대, 근린생활시설 50대 총 265대다. 84A(42세대), 84B(43세대), 84C(43세대), 84D(43세대) 등 84㎡ 단일 평형으로 구성된다. 근린 생활시설은 지상 1층, 지상 2층, 지상 3층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쾌적한 
자연환경

북한강과 장암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권이 우수하며, 남향과 동향으로 구성돼 햇볕이 잘 들고 환기가 빨리 된다. 중랑천, 추동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의정부중앙역 부근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로데오거리가 있어 로데오 상권과 의정부역 상권 이용이 가능하다.

▲호반써밋 파크에디션= 호반건설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인천 서구 연희공원 내 ‘호반써밋 파크에디션’을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34층, 10개동, 총 137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전 가구 남향 위주의 단지배치로 공원 조망권을 살렸다. 4베이 판상형 구조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전용 84㎡타입은 주방 팬트리 등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하며, 99㎡타입은 드레스룸, 수납장 일체형 파우더장, 알파룸 등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보이냐 안 보이냐 따라
단지 희소가치 달라져

피트니스클럽, GX룸, 실내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1인독서실, 독서실, 작은도서관, 주민회의실, 키즈클럽,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마련돼 입주민들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돕는다. 연희공원 산책로와 바로 연결되어 도심 속에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운암산공원 우미린 리버포레= 우미건설이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서 ‘운암산공원 우미린 리버포레’를 분양한다. 지하 6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전용면적 84·94·101㎡, 총 73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국민 평형부터 북구 동림동 내 희소성이 높은 중대형 평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용별 가구 수는 84㎡ 399가구, 94㎡ 50가구, 101㎡ 285가구다. 


채광·통풍이 우수한 4Bay 설계와 오픈형 테라스 등을 적용해 개방감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100% 지하주차장 설계를 적용하고 조경 면적 약 43%로 공원형 단지를 구성했다. 단지 내에는 영산강 조망이 가능한 최상층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피트니스, 실내골프연습장, 카페 Lynn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다.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이 가능한 에어클린, 무인택배 등 최첨단 시스템도 도입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운암산근린공원)을 통해 조성되는 공원을 품었다. 운암산공원을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고 보행육교(사업주체 시공 예정)를 통해 영산강 수변공원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일부 세대는 운암산과 영산강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거제 유림노르웨이숲 디오션= ㈜유림E&C는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서 ‘거제 유림노르웨이숲 디오션’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7층, 2개동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아파트 84~161㎡ 299가구와 오피스텔 35~84㎡ 44실로 구성된다. 

오픈형 
테라스

오피스텔 일부 세대에 테라스 특화설계, 2~3룸 구조로 적용돼 주거와 휴양 모두 가능한 여유로운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최고 47층의 초고층 단지답게 탁 트인 조망권을 자랑한다. 장승포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파노라마 뷰를 확보했고, 일부 세대의 경우 바다 조망을 누릴 수 있어 지역 내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협성봉도 인접해 쾌적한 자연 속 생활이 가능하다.


▲e편한세상 삼천포 오션프라임= DL이앤씨는 경남 사천시 동금동 일원에 ‘e편한세상 삼천포 오션프라임’을 분양 중이다. 현재 잔여 세대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 중이다. 지하 4층~지상 49층, 4개동, 전용면적 84~138㎡, 총 677가구로 구성된다. 서부경남 권역서 최고층인 49층으로 계획된 만큼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의 자리매김이 기대된다. 바로 앞에 남해 바다가 있어 ‘오션뷰(일부 세대 제외)’를 가진 단지다. 

아울러 삼천포 일대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편입돼 도심 속 리조트에 머무는 것과 같은 힐링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단지 내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 원스톱라이프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그간 지역 내에서 경험할 수 없던 스카이라운지와 스카이 게스트하우스 등 차별화된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된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조경 공간인 ‘로비계절정원’을 동 진입부에 조성하고 지상 3층에 ‘어린이 물놀이터’ 등을 계획해 다채로운 생활을 즐기도록 했다. 더불어 실내스크린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실내놀이터·다함께 돌봄센터, 키즈스테이션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함께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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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