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금감원 초강수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2 10:00:00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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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발 늦는 무능한 저승사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은행 직원들의 횡령과 내부정보 거래, 무단 계좌 개설 등의 도덕적 해이로 금융감독원이 분주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조사 1·2·3국 체제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검사 출신답게 특기를 살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권위를 되찾기 위해 강수를 뒀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회사 검사 체계를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했다. 일각에선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최근 금융권서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한
책임론

지난해 1월 금감원은 검사의 예측 가능성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해 검사체계를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바꿨다.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규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해 일정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다. 수시검사는 금융사고 예방, 금융질서 확립, 기타 감독정책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실시하는 검사로 테마검사나 기획검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당시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종합검사는 금융회사 업무 전체를 일시에 점검할 수 있으나 사후적 시각에 중점을 둔 검사만으로는 예방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며 “주기적인 정기검사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검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금융회사별 특성에 맞춰 핵심·취약 부문에 검사 역량을 집중하게 돼 검사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특정 검사사항에 대해 개별·다수 금융회사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는 자체감사요구제도를 도입했다. 


시범 실시안을 살펴보면 금융회사는 자체감사 요구사항에 관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후 금감원에 보고하게 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조치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자체감사 활동이 부실하거나 허위 보고한 경우, 직접 검사한다.

이외에도 검사결과 처리의 투명성·수용성 제고 차원에서 검사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이 수석부원장은 “검사 결과의 조기 교부 및 충분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쟁점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국장이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다수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검사 결과를 충분히 리뷰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검사 결과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사체계 개편은 2022년 검사업무 운영계획 수립 시 반영됐다. 검사체계 전환 속에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했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과 주가조작 의혹이 터지자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이슈나 금융기관 내부의 탈법 등을 약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취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 금융시장 안정 등을 강조한 이 원장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거듭되는 내부통제 강화 요청에도 은행권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와 내년 은행 부문 중점 감독·검사 테마로 ‘은행 지배구조’를 선정했다.

은행 경영실태 평가서 지배구조·내부통제와 사회적 책임 비중을 확대했다. 

갈수록 더하는 은행권 비리 
검사 출신 원장 드디어 폭발


결국 전면전에 나섰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자체 점검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업무상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주식 매매차익을 챙겼다.

지난 9일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의 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의 정보를 미리 파악했다. 이를 주식 매매에 활용해 66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무상증자란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호재로 통한다. 기존의 주주들에게 신주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은 재무적으로 건실한 기업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무상증가를 했다는 것은 건전성을 증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주가가 오른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은행 내 다른 부서 직원들을 비롯해 본인들의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이들도 주식거래를 통해 61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규모가 총 127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민은행 직원은 6~8명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비위가 입증돼 업무서 배제된 직원은 차장급 직원 1명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 혐의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는 증권 범죄임에도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은행 내부 제보가 아닌 금융위·금감원이 포착한 것이다. 따라서 은행 내부에선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주가조작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이상현상에 집중하고 있어 사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계속 터지는
사건·사고

금융위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긴밀한 공조로 인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양 기관은 매매분석, 금융계좌 추적은 물론 스마트폰 포렌식까지 동원했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 치명적인 횡령사고도 여전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지난해 101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횡령액은 592억7300만원으로 2위다. 덩달아 금감원 책임론도 부상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은행권 비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 수위가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금감원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씨가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에 경남은행은 최고리스크담당자(CRO)를 교체했다. 지난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용운 CRO에게 지난 9일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대신 BNK금융지주의 CRO인 윤석준 상무가 겸직하기로 했다. 


이씨는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약 15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CRO는 2021년부터 IB사업본부, 투자금융그룹장을 역임한 이후 지난해부터 CRO를 맡았다. 경남은행은 정 CRO가 이씨와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4일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 회의를 열고 횡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 탓인지, 실적에 눈이 멀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최근 대구은행은 고객 문서를 위조하다 발각됐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10일,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했다. 이를 감지한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 직원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은행장에 
책임 묻기로

해당 직원들은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개설했다. 직원들은 미동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 6월30일 해당 건과 관련한 민원을 접수받고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감원은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을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사고를 막고자 은행장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행장 확인서명이 들어간 내부통제체계 자체점검을 지시했다. 추후 내부통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서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17개 은행장과 함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간담회에 앞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최근 드러난 금융사고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은행권은 내부통제체계 전반에 관한 종합점검을 은행장 주관하에 실시해야 한다. 점검 항목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 상황,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이다. 특히, 금감원은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KPI) 개선, 위법·부당사항에 관한 관용 없는 조치 등 내부통제에 대한 자체 유인체계 마련도 요청했다.

이날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이 국민의 재산을 지켜준다는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횡령액 환수 고작 12%
실효성 없는 ‘셀프준법’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은행권은 여전히 비리의 온상이다. 횡령사고 규모에 비해 횡령액의 환수는 저조한 실정이다. 최근 7년간 횡령액 중 환수된 금액은 224억6720만원으로 환수율은 12.4%에 그친다. 특히 은행의 경우 환수율은 7.6%(114억9820만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임직원의 준법의식이 취약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발표했음에도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것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지만,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직원이 신고를 누락하면 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부실이 비단 일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이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최고경영자들은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비단 은행권만이 아닌 금융업 전반에 걸쳐 찬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의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금감원 특사경이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사경은 검찰과 4월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SM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식을 대량 매입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SM 지분경쟁을 하고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

주가 상승으로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에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진정을 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7일 취재진에게 SM 수사와 관련해 “역량을 집중해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수사가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며 “실체 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경영평가서 A 등급을 받았다. 이 원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금융시장 안정과 상생 금융, 내부혁신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A 등급 평가는 올해 금융사고와 무관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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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