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재명-혁신위 동반 퇴장론

“당에 부담” 손잡고 나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조기 종료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켜줄 방패가 한 겹 얇아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계파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 와중에도 이 대표는 각종 룰을 손보며 마지막까지 혁신위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는 모양이다.

당초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임기는 9월 정기국회 전후까지였다. 예상보다 활동 기한을 3주 정도 단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수도
못 받고…

혁신위는 지난 6월 출범한 시점부터 각종 설화에 오르내렸다. 당시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뇌관이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초선 의원을 ‘코로나19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하고 “투표권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부여돼야 한다”는 취지의 노인 비하 발언을 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시누이 저격글’로 궁지에 몰렸다. 자신을 김 위원장의 시누이라고 밝힌 A씨는 인터넷을 통해 김 위원장의 행태를 폭로한 것이 발단이다.


앞서 혁신위의 노인 비하 발언이 물의를 빚자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사과를 위해 노인위원회를 방문했고 “시부모를 18년 동안 봉양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A씨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저희 부모님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온갖 악담과 협박을 받으셨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시부모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당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개인사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잡음이 커지자 혁신위가 당을 혁신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당 위기를 초래하는 기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안보다 논란을 더 많이 만들었다는 셈이다. 여기에 이 대표의 ‘뒷북 대응’이 맞물리면서 민주당은 여당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노인비하 문제에 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퇴 여부나 본인의 책임론에 관해선 함구했다. 김 위원장의 문제가 불거지는지 4일 만이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데 있어서는 닷새,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에 관해서는 2주 만에 사과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한 박자씩 늦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 대표의 태도가 국민 불신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말 많고 탈 많던 ‘김은경호’
결국 조기 종료…미진한 성과

혁신위는 논란을 의식한 듯 예정돼있던 전국 순회 간담회를 전면 취소하고 지난 10일 3차 혁신안 발표와 함께 활동 종료 사실을 알렸다.


다만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혁신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혁신안이 ‘대의원 축소 방안’과 ‘공천룰 손질’을 골자로 하면서다. 혁신위는 지난 8일 세 번째 혁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차례 미뤘던 바 있다.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혁신위가 ‘비명 학살’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대의원제는 당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수가 적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됐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이다.

따라서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와 맞먹는 만큼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일부 친명계의 해석이다.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가 표방하는 ‘전국 정당화’와 ‘숙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의원을 배제함으로써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이처럼 혁신위가 발을 딛는 곳마다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반복되는 논란에 염증을 느꼈는지 민주당 의원조차 혁신위가 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공천룰?
대의원제?

당의 발목을 잡는 혁신위를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당 지도부 체제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혁신의 메시지는 혁신위가 아닌 당 차원서 나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동안 제대로 된 혁신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결국 이 대표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패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 학생 발언의 경우 비명과 친명을 막론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김 위원장의 ‘입’이 혁신위의 동력을 잃는 데 한몫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 시점서 혁신위가 새로운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같은 당 의원들 사이서도 갈등이 잦은 만큼 하나의 혁신안이 탄생하기 위해서 계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셈이다. 결국 혁신위가 합의점을 찾아가며 혁신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혁신위 무용론’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당내에선 혁신위 조기 종료가 결정된 배경에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돼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혁신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이 대표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위의 좌초는 결국은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역시 혁신위의 모든 논란은 이 대표가 초래한 만큼 해체론에 대한 해법도 스스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로써 혁신위는 이 대표가 본인의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어책이며 결국 자충수였다는 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지난 4일, 무소속 윤 의원이 구속되면서 당내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 대표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위태로워졌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줄소환이 예상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 처리와 결과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과정부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황에 따라 판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2021년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같은 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 마련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현역 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직접 전달한 혐의도 있다.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 의원은 증거인멸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됐다. 그는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1100만원을 제공하고 같은 해 4월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서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의원 19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백혜련, 황운하, 박성준 의원 등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검찰을 피의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으며 해당 명단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화약고


이 대표에게 있어 이번 달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에 이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화력이 더해지면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대북송금 의혹 관련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이 대표가 연루돼있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해당 주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경우 검찰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다만 지난 8일 이 부지사의 재판이 파행하면서 영장청구 시기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재판 도중 퇴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수 있었던 만큼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건은 민주당이 불체포특권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달려 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경우 방탄 국회 오명을 벗을 수 있지만 당 대표에게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로 리더십에 생채기가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저를 향한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휴회기에 들어갔던 국회는 오는 16일부터 다시 임시국회를 시작한다. 만일 검찰이 회기 중을 노리고 16일 이후 영장을 청구한다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구속영장 만지작
조용히 퇴로 찾는 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주당 중에서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 31명이 지난달 18일보다 이른 14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먼저 선언하면서다. 만일 31명이 몽땅 등을 돌릴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10월 무렵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퇴진설이 본격 수면위로 올라왔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10월 사퇴설’을 주장했다. 총선 패배 시 당은 물론 진보 진영이 무너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만큼 10월 무렵 정통성 있는 후보로 당을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간판을 내걸고 총선을 치를 경우 패배의 원인이 본인에게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물론, 차기 대선서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미리 퇴로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퇴진설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전부터 여의도에서는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사퇴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추석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다면 이 대표 체제가 본격적으로 위태로울 전망이다.

이를 두고 혁신위의 혁신안 역시 이 대표의 퇴진을 염두에 두고 급히 나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당대회 일정은 내년 총선 이후인데 지금 대의원 배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유리한 출구를 뚫어줄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공천룰을 비롯한 모든 혁신안이 이 대표의 총알이 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앞장세워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비명계 의원은 입 모아 이 대표의 빠른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초점이 모이면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 대표 공석 시 잔여 임기 8개월 이내에는 전당대회 없이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를 고려하면 오는 12월 이전에는 대표직을 내려놔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해가 넘어가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당 대표 교체’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가 합심해 ‘이재명 퇴진’을 외치는 사이 친명계는 각종 설에 관해 적극 부인하며 방어에 나섰다.

친명계로 꼽히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10월 사퇴설은 말도 안 되는 뜬소문”이라며 “관련해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런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누군가의 주장에 살만 붙여주는 꼴”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민주당서 이 대표 이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사퇴설은 당내 혼란만 가중할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10월은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일부 친명계 의원의 시각이다. 국정감사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에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당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김은경호’를 양분 삼아 이번에는 당 차원서 보다 구체적인 혁신안을 제시하겠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누구?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경우 누구를 중심으로 당이 꾸려질지가 최대 관심사에 올랐다. 앞서 장 소장은 이 대표가 물러난 뒤에 차기 당 대표로 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밀어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 역시 “우리 여니(이 전 총리 애칭) 아니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겠냐”고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우상호 의원과 김부겸 전 총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서도 이 대표 퇴진설을 애써 회피하는 것일까? 당분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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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