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젊은 상권 ‘뉴타운 상가’

서울, 경기권 뉴타운에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완판 행진을 거듭하면서 덩달아 지역 내 상가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뉴타운으로 청량리뉴타운, 이문·휘경뉴타운, 신림뉴타운, 광명뉴타운 등이 있다.

뉴타운은 재개발 사업과 달리 뉴타운 기본계획이란 큰 틀 안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되다 보니 신도시나 택지지구 못지않게 도로, 학교, 공원, 상업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지게 된다. 여기에 기존에 조성돼있는 인프라와 연계도 수월해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도시가 새롭게 재탄생되는 뉴타운 내 상가는 신도시 라이프를 누릴 수 있고,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도 수월해 수요자를 흡수하기가 유리할 뿐만 아니라 뉴타운 개발에 따라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뉴타운은 도심 속 신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풍부한 인프라를 품고 있고 주거 및 생활환경이 대폭 개선되므로 젊은 소비세대 인구를 유입하는 데 수월하고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며 “개발에 따른 미래가치 상승도 전망돼 시세 차익이나 수익률을 높이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경기권 뉴타운과 상가.

청량리


동대문구를 대표하는 정비사업장은 청량리역 일대에 자리한다. 청량리역세권을 중심으로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인 데다 제기4구역, 청량리 6·7·8구역 등 일대 정비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처럼 청량리 일대서 이뤄지는 대대적인 정비사업은 인근 다른 뉴타운 사업장에도 자극제가 됐다. 

실제 청량리와 가까운 전농·답십리뉴타운의 경우 연계 상승효과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었다. 청량리역 일대 정비사업과 전농·답십리뉴타운 개발이 마무리되면 이곳은 2만가구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신흥 주거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과거엔 낙후지역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곳들이 이제 주상복합 단지와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되는 셈이다.

청량리는 최근 ‘전통시장 핫플(명소)’ ‘레트로 감성공간’과 같은 키워드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도배하고 있다. 지난해 경동시장 내에 있던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이 문을 열면서다. 추억을 찾는 중·장년층을 비롯해 MZ세대들이 방문하면서 청량리 상권이 한층 젊어졌다. 청량리 상가(소규모)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3.6%로 서울 평균 6.3%를 크게 밑돌았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완판 행진
덩달아 지역 내 상가들도 관심

성수동과 마찬가지로 청량리도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들이 연달아 입주에 나서면서 ‘젊고 세련된 도시’로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올해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220가구)를 시작으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11 52가구)이 이미 집들이를 시작했고,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1425가구),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486실)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교통호재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도 청량리 상권을 주목하게 하는 요소다.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수인분당선 등 6개 노선에 더해 GTX-B·GTX-C·강북횡단선·경전철 면목선 등 4개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노후했던 청량리 일대가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상권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교통망 확충에 따른 풍부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랜드마크타워= 4개동 규모의 아파트와 랜드마크 타워로 구성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랜드마크타워가 본격적으로 특화 상업시설 34개 호실 분양을 시작했다. 지하 1층~지상 42층 규모에 판매시설, 사무실, 오피스텔, 숙박시설로 구성된다. 지상 4층에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며 특별히 5층에는 메디컬 및 부대시설로 이뤄진 특화 상업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특화 상업시설은 웨딩홀, 호텔 등 다양한 유동 소비층은 물론 섹션 오피스와 오피스텔, 아파트의 안정된 고정 소비층을 확보해 탄탄한 내부 수요는 물론, 랜드마크 타워 반경 1㎞ 내 거주하는 7만명 및 일평균 유동인구 50만명 이상의 수요 역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문·휘경

동대문구 이문동과 휘경동 일대 주택가를 재개발하는 이문·휘경뉴타운도 젊은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을 중심으로 회기역과 신이문역 사이에 위치한 이문·휘경뉴타운은 2005년 3차 뉴타운지구로 지정 이후 입주가 끝난 2개 구역을 제외하고 4개 구역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4월 ‘휘경자이디센시아’는 1순위 평균 경쟁률 57.1대1을 기록하며 1순위로 청약을 마감, 조기완판에 성공했다. 이어 이문1구역(삼성물산), 이문3구역(HDC현대산업개발·GS건설)도 브랜드 아파트가 하반기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문4구역도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취득한 이후 빠른 속도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문·휘경뉴타운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미 입주를 마친 1200가구를 포함해 총 1만400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촌을 형성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이문·휘경뉴타운 인근으로 이문 삼익, 쌍용 등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있어 동대문구 내에서도 선호도 높은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학령기 자녀를 둔 3040 실수요자라면 시선을 돌릴만하다. 다양한 초·중·고 학군을 갖춘 데다 카이스트, 경희대, 한국외대 등 인근에 국내 주요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다. 학령기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에게는 최적의 학군인 셈이다. 또 홍릉·배봉산근린공원 등 아이들과 생활하기에 자연 친화적인 환경도 갖추고 있다. 

종합적·체계적으로 개발
쾌적한 환경 편리한 생활

그뿐만 아니라 회기역과 외대앞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환경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버스노선도 다양해 서울 및 경기 동북부 일대로 이동이 쉽고, 아울러 청량리역 일대 교통인프라 확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입지다. 진행 중인 호재도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홍릉 R&D 지원센터 및 첨단·의료기기개발센터 조성사업을 진행해 이곳을 의료 R&D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문휘경지웰에스테이트 상가=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내에 주상복합 단지인 ‘이문휘경지웰에스테이트’ 상가가 분양 중이다. 이문지구 단위계획 구역 내 특별계획 구역 2에 들어선다. A, B, C, 3개동으로 이뤄진 상가는 44호실로 이뤄져 있고 주상복합 상층부의 직주인구뿐만 아니라 주면 대단지 아파트의 배후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을 품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의 접근성을 갖고 있는 당 상가는 450세대의 고정 수요인원과 2019년에 입주한 2구역 휘경SK뷰 아파트(900세대), 3구역의 184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에 위치한 접근성으로 상권 형성에 최고의 입지적 특수성을 누릴 수 있는 활발한 유동인구는 상권 발달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수요인원을 흡수시킬 수 있는 상가 내 점포 업종은 상가의 가치 향상에 많은 도움으로 작용한다. 생활밀착형 상가이며, 사방에서 유입이 가능한 구조로 역세권에 위치한 특수성과 결합된 중심지에 자리 잡은 메인 상권의 중심상가다.


고양 능곡

고양 능곡뉴타운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일대에 추진 중인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다. 고양시 능곡동, 행주동, 토당동 일대는 경의선 능곡역이 생기면서 시가지가 발달했으나, 1990년대 들어 덕양구에서 일산신도시의 개발과 연계하여 개발된 화정지구, 행신지구, 능곡지구와는 달리 체계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낙후된 지역으로 남은 구시가지는 21세기 들어서 지속적으로 뉴타운 재개발 수요가 있어왔다. 그에 따라 고양시청에서 뉴타운 지구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GTX 및 서해선, 대곡역 역세권 개발사업에 따라 인접지역인 고양 능곡뉴타운이 교통 편의성 개선을 바탕으로 서울에 직장을 둔 신혼 및 맞벌이 부부 등 실수요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능곡 지역은 현재 7개 구역 중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3개 구역을 제외한 4개 구역(1, 2, 5, 6구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4년까지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총 9500여가구가 들어서는 미니신도시로 탈바꿈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기 때문에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고양시는 비규제지역이란 장점에 GTX 정차역 인근 구역이고, 미니 신도시 규모의 뉴타운으로 정비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5년 뒤 실제 입주 계획을 갖고 있는 실수요에게는 눈여겨볼 지역 중 하나다.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 단지 내 상가=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1층에는 베이커리, 편의점, 카페, 음식점, 라이프 서비스 등의 업종, 2층에는 학원, 클리닉, 헤어, 음식점, 뷰티숍, 스크린 골프 등 업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단지 내 상가는 총 13호실이 한정된 점포수로 주목받고 있다.


대로변 사거리 코너에 위치해  5만여명의 배후수요를 흡수하기에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가 대로변 사거리코너에 위치할 경우 2면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의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방에 노출돼 가시성 뛰어나 자연스러운 광고효과를 발생시켜 집객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 834세대의 단지 내 고정수요까지 확보돼있다. 해당 단지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소비력이 왕성한 젊은 부부와 신혼부부 등이 입주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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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