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지 않는 새마을금고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1 08:49:29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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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장담 못 하는 심폐소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권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안심하라며 설득에 나섰다.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수료 비리 의혹 등이 불거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방만 경영도 재조명된다. 올해만 성추문 등 사건 사고가 23건에 달한다. 행정안전부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불황으로 핑계 삼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지난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서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대출 부실로 같은 지역에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고객들은 예·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해당 지점에 몰렸다. SNS 등을 통해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PF 대출 
치중 결과

부동산 PF시장 후발주자였던 새마을금고는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6.18%까지 솟았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위주인 기업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악인 9.63%에 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불안심리는 지난 2일 절정에 이르렀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눈에 띄게 줄면서 시작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58조2811억원이다. 지난 2월 말 265조2700억원에 비해 약 7조원 감소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5.34%)도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1분기 기준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2.42%)을 2배 이상 웃돌았다. 내부서 파악한 지난달 기준 잠정 연체율은 6.4%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기존 고객이 가입한 상품의 만기로 예금이 빠져 지난 3~4월 금고 예금 잔액이 잠시 감소했다”고 안심시키면서 “5월부터는 상승세를 회복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적 불안감으로 번져 진화작업은 어려워졌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관할 기관은 행정안전부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낮추겠다고 특별대책을 발표했으나 되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나”는 등 불안심리만 키웠다.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금고 100개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연체율이 10%가 넘는 3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7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결정했다. 필요하면 통폐합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일엔 기획재정부도 동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실한 금고는 우량 새마을금고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고 달랬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서울 종로 교남동 새마을금고를 직접 찾아 “안심하고 새마을금고를 이용하셔도 된다”며 예금 가입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튿날엔 행안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컨트롤 타워인 범정부 대응단이 꾸려졌다. 새마을금고 지점이 합병하더도 고객의 모든 예금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또 예·적금을 다시 예치하면 비과세 혜택과 당초 약정이율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곪을 대로 곪은 게 결국 터졌다
급한 불 끄기 나선 정부 대책은?

지난 7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을 찾아 6000만원 신규 예금을 가입했다.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에 행안부는 자세를 바꿨다. 이날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한 특별검사 계획을 연기했다. 같은 날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뱅크런서 돌아온 재예치 건수는 이날 3000건을 넘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호금융권의 규제 강화에 나섰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조합은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탄생 배경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함이다. 직능 중심 조합으로는 농협·수협·축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이 있다. 지역 중심 조합으로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가 있다. 관리·감독하는 주무 부처는 모두 다른데, 신협은 금융당국이 맡는다. 전문성으로 보면 금융위가 관리해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의 관리·감독 부실이 꾸준히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는 설립 취지가 달라 행안부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공헌과 서민금융 지원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은 실상과 달랐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뛰어넘어서다. 새마을금고 통계에 따르면 햇살론 등 공공대출은 2010년 말 기준 1조6302억8000만원서 2020년 말 6988억4700만원으로 급감했다. 약 57%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90조7774억원서 209조1199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최근 5년 새 급격히 늘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액은 18조367억6700만원이었다. 올해 기준으로는 111조600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뱅크런
막아라”

논란에 휩싸인 연체율 역시 기업대출서 발생했다. 심지어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1.65%로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관련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로 높은 수준이다.

탄생 배경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행안부의 전문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고 지적한다. 같은 상호금융권조차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신규 공동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지역 농·축협, 신협 등 발을 맞췄던 반면, 새마을금고는 취급한도를 축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새마을금고만 행안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우리가 오히려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반박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기보다는 권한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감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2020년에는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의 감독을 금융위와 협의하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했다. 최근 개정된 법은 금감원장 등에게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가깝다.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일부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로 “새마을금고의 경영건전성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2021년 1월 발의된 이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머물러 있다. 

행안부가 기득권 유지 차원서 감독권을 고집한다는 해석도 있다. 행안부 외풍은 새마을금고의 인사권에 영향을 줄 정도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1명을 행안부 장관이 중앙회장과 협의를 거쳐 추천한다. 9명 이상 13명 이하로 구성되는 예금자보호준비금 관리위원회에도 행안부 장관이 3명을 지명한다.

이사장의 
절대권력

게다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예산 승인 권한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최근 공포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이 임원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반면, 행안부가 감독할 명분으로 제시한 지역금융 기능은 약화됐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자산 비중은 2012년 61.8%서 2021년 54.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신협은 68.6%서 66.8%로 1.8%p 감소에 그쳤다.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대출 비중은 2012년 63.2%서 2021년 55.5%로 낮아졌다. 

신협은 70.0%서 67.0%로 3%p 떨어졌고, 농협은 60.4%서 62.3%로 오히려 1.9%p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새마을금고의 방만 경영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행안부엔 새마을금고를 관리할 금융 전문가도 없다. 심지어 행안부 공무원 10명이 전국의 새마을금고 4000개를 관리한다.


지역 단위 경제에 이바지해온 역사적 배경과 달리 지방 금고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480개였던 금고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1293개까지 감소했다.

일각에선 “지역별 금융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가 지역경제를 위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양철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상근이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신 전 상근이사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서 “새마을금고는 고수익을 좇는 조직이 아니다”며 “부동산 PF 투자도 상생이 아닌 수익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지역 자금은 지역을 위해 쓴다는 원칙만 지켜도 이번 사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새마을금고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올해만 23건
횡령·사기는 시중 5대 은행과 맞먹어

무분별한 영업행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서 올해만 23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감정가격 과다평가 대출’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출 등 관계형 비위’가 12건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도 다양했다.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이 9건이었다.

이 밖에 ‘횡령’ ‘직무관련 투자’ ‘출퇴근보조비 중복 수령’ ‘부정 환전을 통한 차액 편취’ ‘목적 외 예산 사용’ 같은 금품 관련 8건 등이었다.

이는 개별 금고 이사장의 막강한 지배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새마을금고 사건사고는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해 건수나 피해액이 큰 수준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횡령은 총 60건에 피해액만 385억58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 60건·154억원, 신협은 58건·78억원, 수협은 20건·53억원 등이었다.

올해는 지역 금고뿐만 아니라 중앙회서도 비위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팀장급 직원 A씨를 구속했다. 지난 6일에는 박차훈 중앙회장의 측근인 류혁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 등 사고는 수년간 발생해왔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사고는 85건으로, 피해 금액은 640억9700만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에 불과했다. 피해액은 1982억원으로 한 곳당 약 40건, 400억원 안팎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사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번 사태의 일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건 관리·감독 부실이다. 행안부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관리감독 부실
행안부도 책임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시중 은행보다 20배 높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새마을금고 관리주체를 현재 행정안전부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관부처로 바꾸고 금융기관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책임감을 통감하고 해결에 나선 모습은 다행스럽다. 새마을금고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철저하게 감독할 명분도 주어진 셈이다. 정부는 행안부 관리 부실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금고 이사장 각자의 막강한 권한도 손질할 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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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