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지 않는 새마을금고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1 08:49:29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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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장담 못 하는 심폐소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권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안심하라며 설득에 나섰다.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수료 비리 의혹 등이 불거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방만 경영도 재조명된다. 올해만 성추문 등 사건 사고가 23건에 달한다. 행정안전부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불황으로 핑계 삼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지난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서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대출 부실로 같은 지역에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고객들은 예·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해당 지점에 몰렸다. SNS 등을 통해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PF 대출 
치중 결과

부동산 PF시장 후발주자였던 새마을금고는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6.18%까지 솟았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위주인 기업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악인 9.63%에 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불안심리는 지난 2일 절정에 이르렀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눈에 띄게 줄면서 시작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58조2811억원이다. 지난 2월 말 265조2700억원에 비해 약 7조원 감소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5.34%)도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1분기 기준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2.42%)을 2배 이상 웃돌았다. 내부서 파악한 지난달 기준 잠정 연체율은 6.4%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기존 고객이 가입한 상품의 만기로 예금이 빠져 지난 3~4월 금고 예금 잔액이 잠시 감소했다”고 안심시키면서 “5월부터는 상승세를 회복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적 불안감으로 번져 진화작업은 어려워졌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관할 기관은 행정안전부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낮추겠다고 특별대책을 발표했으나 되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나”는 등 불안심리만 키웠다.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금고 100개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연체율이 10%가 넘는 3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7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결정했다. 필요하면 통폐합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일엔 기획재정부도 동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실한 금고는 우량 새마을금고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고 달랬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서울 종로 교남동 새마을금고를 직접 찾아 “안심하고 새마을금고를 이용하셔도 된다”며 예금 가입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튿날엔 행안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컨트롤 타워인 범정부 대응단이 꾸려졌다. 새마을금고 지점이 합병하더도 고객의 모든 예금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또 예·적금을 다시 예치하면 비과세 혜택과 당초 약정이율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곪을 대로 곪은 게 결국 터졌다
급한 불 끄기 나선 정부 대책은?

지난 7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을 찾아 6000만원 신규 예금을 가입했다.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에 행안부는 자세를 바꿨다. 이날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한 특별검사 계획을 연기했다. 같은 날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뱅크런서 돌아온 재예치 건수는 이날 3000건을 넘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호금융권의 규제 강화에 나섰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조합은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탄생 배경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함이다. 직능 중심 조합으로는 농협·수협·축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이 있다. 지역 중심 조합으로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가 있다. 관리·감독하는 주무 부처는 모두 다른데, 신협은 금융당국이 맡는다. 전문성으로 보면 금융위가 관리해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의 관리·감독 부실이 꾸준히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는 설립 취지가 달라 행안부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공헌과 서민금융 지원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은 실상과 달랐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뛰어넘어서다. 새마을금고 통계에 따르면 햇살론 등 공공대출은 2010년 말 기준 1조6302억8000만원서 2020년 말 6988억4700만원으로 급감했다. 약 57%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90조7774억원서 209조1199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최근 5년 새 급격히 늘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액은 18조367억6700만원이었다. 올해 기준으로는 111조600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뱅크런
막아라”

논란에 휩싸인 연체율 역시 기업대출서 발생했다. 심지어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1.65%로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관련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로 높은 수준이다.

탄생 배경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행안부의 전문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고 지적한다. 같은 상호금융권조차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신규 공동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지역 농·축협, 신협 등 발을 맞췄던 반면, 새마을금고는 취급한도를 축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새마을금고만 행안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우리가 오히려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반박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기보다는 권한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감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2020년에는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의 감독을 금융위와 협의하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했다. 최근 개정된 법은 금감원장 등에게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가깝다.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일부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로 “새마을금고의 경영건전성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2021년 1월 발의된 이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머물러 있다. 

행안부가 기득권 유지 차원서 감독권을 고집한다는 해석도 있다. 행안부 외풍은 새마을금고의 인사권에 영향을 줄 정도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1명을 행안부 장관이 중앙회장과 협의를 거쳐 추천한다. 9명 이상 13명 이하로 구성되는 예금자보호준비금 관리위원회에도 행안부 장관이 3명을 지명한다.

이사장의 
절대권력

게다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예산 승인 권한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최근 공포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이 임원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반면, 행안부가 감독할 명분으로 제시한 지역금융 기능은 약화됐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자산 비중은 2012년 61.8%서 2021년 54.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신협은 68.6%서 66.8%로 1.8%p 감소에 그쳤다.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대출 비중은 2012년 63.2%서 2021년 55.5%로 낮아졌다. 

신협은 70.0%서 67.0%로 3%p 떨어졌고, 농협은 60.4%서 62.3%로 오히려 1.9%p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새마을금고의 방만 경영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행안부엔 새마을금고를 관리할 금융 전문가도 없다. 심지어 행안부 공무원 10명이 전국의 새마을금고 4000개를 관리한다.


지역 단위 경제에 이바지해온 역사적 배경과 달리 지방 금고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480개였던 금고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1293개까지 감소했다.

일각에선 “지역별 금융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가 지역경제를 위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양철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상근이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신 전 상근이사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서 “새마을금고는 고수익을 좇는 조직이 아니다”며 “부동산 PF 투자도 상생이 아닌 수익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지역 자금은 지역을 위해 쓴다는 원칙만 지켜도 이번 사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새마을금고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올해만 23건
횡령·사기는 시중 5대 은행과 맞먹어

무분별한 영업행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서 올해만 23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감정가격 과다평가 대출’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출 등 관계형 비위’가 12건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도 다양했다.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이 9건이었다.

이 밖에 ‘횡령’ ‘직무관련 투자’ ‘출퇴근보조비 중복 수령’ ‘부정 환전을 통한 차액 편취’ ‘목적 외 예산 사용’ 같은 금품 관련 8건 등이었다.

이는 개별 금고 이사장의 막강한 지배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새마을금고 사건사고는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해 건수나 피해액이 큰 수준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횡령은 총 60건에 피해액만 385억58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 60건·154억원, 신협은 58건·78억원, 수협은 20건·53억원 등이었다.

올해는 지역 금고뿐만 아니라 중앙회서도 비위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팀장급 직원 A씨를 구속했다. 지난 6일에는 박차훈 중앙회장의 측근인 류혁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 등 사고는 수년간 발생해왔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사고는 85건으로, 피해 금액은 640억9700만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에 불과했다. 피해액은 1982억원으로 한 곳당 약 40건, 400억원 안팎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사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번 사태의 일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건 관리·감독 부실이다. 행안부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관리감독 부실
행안부도 책임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시중 은행보다 20배 높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새마을금고 관리주체를 현재 행정안전부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관부처로 바꾸고 금융기관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책임감을 통감하고 해결에 나선 모습은 다행스럽다. 새마을금고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철저하게 감독할 명분도 주어진 셈이다. 정부는 행안부 관리 부실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금고 이사장 각자의 막강한 권한도 손질할 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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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