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가정폭력 피해자의 눈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13 00:00:00
  • 호수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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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3부터 개 패듯 몽둥이 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사연입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신보라)은 지난달 27일, 여성·아동 폭력피해 지원 실적이 담긴 <2022 해바라기센터 연감>을 발간해 전국에 배포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등에 관해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수사, 심리 지원을 원스톱 제공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아동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다.

성인 돼서도…

<2022 해바라기센터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한 피해자는 총 2만4909명이었으며, 하루 평균 약 68명의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했다. 이 중 여성은 2만401명, 남성은 4190명이다. 피해자 중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총 1만2311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49.4%로 나타났다.

13세 미만이 7594명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 때부터 폭력을 당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22세 여성 A씨도 마찬가지다.

A씨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 3학년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유년시절의 기억은 가족과 놀러가거나 친구와의 즐거운이 대부분이지만, A씨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폭력이 아닌 단순한 체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면 사춘기 학생이 ‘가정폭력이야’라고 생각하는 투정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A씨의 첫 유년시절 기억은 엄마에게 두들겨 맞는 순간이었다.

A씨는 엄마에게 맞아 온몸이 보라색으로 피멍이 들었고, 거실서 두꺼운 문제집으로 머리를 맞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다. 매일이 지옥이었다. 매를 맞다가 집에서 쫓겨나는 것도 일상이었는데,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친구들도 모두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다만 억울한 것이 있다면 형제 중에서 본인이 가장 엄마에게 많이 맞았다는 것이다.

A씨는 4남매 중 셋째다. 첫째 오빠, 둘째 언니, 여동생이 있다. 아빠는 A씨가 중학교 2학년 당시 집을 나가서 쭉 별거하다가 이혼했다.

엄마는 유독 첫째 오빠와 막내 여동생만 예뻐했다. 언니와 A씨에게는 냉정하고 엄격하게 대했고,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오빠와 여동생도 A씨와 둘째 언니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형제들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A씨는 엄마에게 “왜 나는 자주 때리고 엄하게 대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오빠는 남자인데 똑같이 대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냐. 여동생은 막내니까 그런 것”이라고 차별을 지속했다.

폭행·폭언 일상…친구는 만나지도 못하게
두꺼운 문제집으로 머리 맞아 기절하기도

폭언·폭행 외에도 차별은 계속됐다. 음식으로 차별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오빠와 여동생은 친구를 만나 자유롭게 놀게 뒀지만, A씨와 언니는 외출도 하지 못하게 했다. 학교를 마치면 바로 집으로 와야 해서 친구와 놀 수가 없었다. 어쩌다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30분에 한 번씩 욕설이 섞인 문자를 받았다. 걱정돼 연락했다는 핑계와 함께.


A씨는 미성년자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폭언·폭행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저 ‘어른이 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폭행에 엄마에게 “차라리 죽겠다”며 머리를 벽에 박으며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이때 엄마로부터 “제발 죽어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A씨에게 집은 감옥 같은 공간이었다. 성인이 되면 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힘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돼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도 돈을 모을 수 없었다. 한 달 월급은 100만원이었다. 엄마는 A씨의 월급날에 100만원을 그대로 계좌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자 엄마는 A씨를 때렸다. 피가 나도록 맞았다. 결국 100만원을 그대로 엄마의 계좌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A씨가 받는 용돈은 10만원이었다. 엄마는 A씨에게 “우리 집 형편이면 이렇게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와 오빠는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A씨 엄마는 A씨에게 돈이 부족하다고 11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정말 돈이 없어서 거절했더니, 엄마는 A씨에게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

4일 동안 밥은커녕 음식 자체를 먹지 못했다. 그 동안 엄마는 첫째 오빠와 막내 여동생과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다. 거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약 먹고 죽고 싶었다”
“친권 상실 청구 가능”

A씨는 “이때는 정말 약을 먹고 죽고 싶었다. 나는 방에 틀어박혀서 울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배달음식 먹으면서 웃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 저런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저런 사람들과는 같이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A씨는 또 엄마에게 폭행당했다. 여동생에게 말을 버릇없게 했다는 이유다. 엄마는 A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채를 잡았다. 놀란 A씨가 엄마의 손목을 잡자, 엄마는 A씨의 손을 물었다. 이 과정서 A씨 귀에 걸려 있던 피어싱이 터져서 피가 났고, 검지 손가락 살점이 뜯어졌다.

며칠 뒤 A씨는 엄마에게 “알바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경찰서로 가서 신고했다. 폭행당한 사진을 보여주며 진술서를 작성한 후 경찰관과 함께 집에 가서 짐을 쌌다. 엄마는 그 자리서 경찰관에게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A씨는 엄마를 고소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어릴 때 당한 가정폭력은 증거가 없고, 오빠와 여동생이 증언을 할 리도 없다.

가정폭력 굴레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대표 변호사는 “부모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양육권과 친권을 가지게 되지만 이런 권리를 남용해 자녀에게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성년 자녀가 특별대리인 없이도 직접 부모에 대해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어서, 자녀 스스로 학대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소송 절차를 확인해서 단계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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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