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㊱남북 사이 녹슨 철조망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6.13 11:15:24
  • 호수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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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물론 서두를 필요야 없겠지요. 다만, 해서는 안 된다고 억지로 트집을 잡기보다 가능하면 통일하는 길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통일이 되면 손해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국민에겐 이익이 되는 면이 크겠죠. 통일이란 이상적인 말은 좀 접어두더라도, 분단 상태로 발생한 피해가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너무나 심하니까 말예요.” 

화합 경쟁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통일되지 않은 분단 상태의 이익도 있을 테니까요.” 

“어떤 이익?”

“글쎄요…. 갑자기 질문받으니 얘기가 잘 안 나오네요. 혹시, 남북한이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경쟁해서 발전하는 긍정적인 면은 없을까요?” 


“아, 물론 있겠죠. 분단되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도 각각의 주 또는 지방끼리 서로 화합 경쟁하면서 독특하게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하곤 상황이 다르잖아요. 증오심과 적대감은 없으니…. 경쟁이라도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어야 의미가 있지, 우리처럼 서로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짓을 매년 매시 반복해서야 무슨 가치가 생겨나겠어요.”

“특히 요즘처럼 글로벌과 자국 이익주의가 혼재하는 시대에…. 더구나 남북한은 미국과 일본과는 달리 어리석고 창피스럽게도, 한민족끼리 인간의 복지와 자유 그리고 정신과 문화를 위해 경쟁하기보다 군비 증강과 무력 대결에 혈안이 돼 진정 아름다운 삶을 못 본 채 귀중한 것들을 허비‧낭비하고 있잖아요. 해마다 미국에 쏟아 부어 주는 무기 구입비를 좀 절약해 참다운 국리민복에 쓴다면 많은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질까요!”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다잖아요. 엄연한 현실 상황을 도외사한 채 너무 이상향만 추구해선 안 된다고 봐요.” 

“그래요. 이제 그만하죠. 그런데… 물질적인 분단보다 더 위험한 건 정신적인 분단 의식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마저 늘 분단상태에 놓여 있으니까요. 이건 비현실적인 몽상이나 공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시시각각 체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잖아요?” 

“허허, 글쎄….” 

“아니, 농담이라기엔 꽤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다른 나라는 다 극복해서 버린 빨갱이니 뭐니 하는 어거지가 아직도 이 땅에선 통하고 있어요.” 

“하하, 심각한 농담이로군요.” 


통일의 득과 실…어떤 것이 더 클까?
남북 국민 모두 ‘감언이설’ 피해자들

“세계에서 머리가 가장 좋다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얽매여 일종의 이상한 짐승처럼 살아가는 건 바로 남북이 녹슨 철조망으로 분단돼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정치, 경제, 법률, 군사, 문화 예술, 교육, 철학 사상 등등 모든 분야가 그 철조망의 영향을 받고 있잖아요. 물론 소수의 상류 특권층은 이런 특수한 상황을 독특하게 활용하여 나름 재미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국민은 차가운 쇠사슬에 코를 꿴 채 불안스러운 노예처럼 살고 있거든요.”

“사이비 정치꾼들은 그걸 정쟁에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선거 철만 되면 북풍공작 따윌 조작해 한자리 감투를 꿰어 훔칠 궁리만 하잖아요. 그들은 국민을 자기들과 동류의 인간이 아닌 일종의 가축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그들의 감언이설에 세뇌돼 속지 않는다면 아마 그자들도 계속 똑같은 사기를 치진 않을 텐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북풍 조작 짓거리가 저질러졌으나, 지나고 보면 대부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기술 협잡질이었거든요. 심지어 남한과 북한의 수뇌부 놈들이 미리 짜고 국민과 인민을 속여 넘긴 작태도 많았잖아요.”

“하하, 너무 의심이 지나치셔. 하하….”

“우리들은 가끔 생각하죠. 왜 저 북쪽 인민들은 악마 괴수들에게 세뇌돼 제정신과 인간성마저 빼앗긴 채 어리석은 무지렁이처럼 살고 있을까? 왜 정신을 바짝 차려 악마 놈들의 흑심을 간파하고 힘을 합쳐 일어서서 김정은 악귀 무리를 몰아낸 후 사람답게 살지 않을까?” 

“그야 물론 세뇌가 골수까지 진행돼서 그렇겠죠.”

“그럼 우리는요? 남한 사람들은 과연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주권을 확실히 인식한 채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나요?” 

“너무 잘난 체하지 말어. 정치 하시는 분들이 하숙생인 당신보다 못하겠어? 그리 잘났다면 직접 한번 발벗고 나서 보든지….” 

“너무 어이없어서 속이 터지니 그러지. 내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어린애나 강아지마저 비웃을 짓을 하잖냐 말야!”

“흥분하지 마. 정치란 우리 박 선덕여왕님처럼 대국적인 견지에서 무심중에 해나가야 나중에 큰 결실이 있지, 소국에 얽매여 빨갱이 자식들처럼 시시콜콜 따지다 보면 소탐대실의 비극을 맞게 되는 거야. 당신도 그런 성격 때문에 집을 경매 처분당하고 이혼까지 한 나머지 그런 꼴로 하숙 생활을 하고 있잖냐 말야.” 

“무심중에 하는 정치라면 정말 한 차원 높겠지. 옛 선덕여왕도 못 해 본 것일 텐데…. 요즘의 가짜 여왕은 무심중에 아름다운 정치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 무뇌충처럼 허장성세 미소나 날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걸.”

“그 무슨 발칙스러운 소리야! 작은 고통을 참아 넘기면 여왕님의 신비로운 미소처럼 곧 화려한 통일 꽃이 피어날 거야!”


“아하하… 삼척동자도 웃겠군. 작은 것을 잘해야 큰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세밀하게 노력하는지… 집 한 채를 짓기 위해서도…. 흠,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뿐만 아니라 왜국 일본도 그러한 진리를 알고 소부분 정밀하게 힘을 모아 목표를 향해 노심초사하는 판국에, 허황스러운 몽상의 조화(造花)로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며 희희덕거리는 꼴이니….” 

“사람의 능력만 너무 믿으면 안 되지. 다른 변수가 많으니까 말야.” 

모종의 기대

“위대하신 반인반신으로 추앙받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딸은 모종의 기대를 모았었지. 일부 국민들 사이엔, 만일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지 않았다면 계속 위대한 영도력을 발휘하여 대한민국을 상상 불허의 초강대국으로 만들어 나갔으리라며 아쉬워 통탄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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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