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밀착해 의중을 잘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에 지지 않고 늘 맞불을 놓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이야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이슈를 가지고 전면 배치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득과 실이 함께 존재한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장 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그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맨 앞에 있는 과학기술 분야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적 책무를 바로 세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첨예한 대치
다시 컴백
현재 과방위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사안들이 쌓여 있다.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 야권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그 덕에 다시금 실세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로 뛰어들면서 지근거리서 보좌했으며 윤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재 국민의힘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끌어 완벽히 당내 실세로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함께 당을 장악하는 과정서 분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선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오르내리자 백의종군하겠다며 한발 빠졌던 그였다. 이런 탓에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팽배했다.
그런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스피커로서 다시 돌아왔다. 전당대회 룰 변경을 두고서 잡음이 커지고 분란이 생기자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이 잘되길 바라는 분들이 우리 당을 가장 헌신적으로 이끄는 당 대표를 뽑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발언대로 이번 전당대회는 100% 투표로 결정됐고, 민심이 강했던 주자들이 순위서 밀리거나 줄줄이 출마가 불발됐었다.
그동안 장 의원은 물밑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지원해왔다. 특히 전대 당시에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김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장 의원의 일방적 밀어주기는 결국 김 대표를 당 대표직에 앉히는 데 성공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장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당내에선 일찌감치 분란의 씨앗이 발생할 조짐을 보였다. 그가 내년 총선 공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장 의원은 개인 정치는 없다고 선언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그의 행보는 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에도 당내 갈등 원인의 한 명으로 지목됐는데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큰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 ‘임기 초 레임덕’ 현상까지 발생했었다. 당시 지도부의 내홍으로 난파선이 돼 결국 침몰해 버렸다. 장 의원은 당시에도 2선으로 후퇴한 바 있다.
일선 후퇴·전면 배치 연속적 반복
당내 막대한 힘 과시…이번에도?
이후 표면적으로는 모임을 주도하고 나서지 않았다. 자신이 전면에 노출될수록 국민의힘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인지했던 듯 한동안 잠잠했다. 당내서 직접적으로 나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그동안 당내 실세로 불렸던 그가 전대 후 거의 모습을 감추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에선 도대체 실세가 누구냐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로 김 대표를 제외하고 당내서 중심을 잡아줄만한 지도부의 모습은 딱이 보이지 않는다.
또 최고위원들은 각종 설화들로 인해 김 대표에게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5인회’가 실세라는 말들이 자주 거론된다. 최고위와의 소통보다 최근 실세로 떠오른다는 다섯 인물들과 자주 소통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구체적으로 5인회가 어느 인사들로 구성돼있는지 지목되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매일 회동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오르내린다. 이들과 매일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방법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던 중 장 의원이 과방위원장을 맡게 돼 김 대표에게 힘을 싣게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당내에선 또 한 번 전운이 감지된다.
앞서 본격적으로 장 의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국민의힘 의원의 모임으로 불리는 국민공감 재출범 직후였다.
장 의원은 당장이라도 용산의 스피커 노릇을 하겠다는 태세다. 현재 과방위 주요 현안으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면직 이슈, 공영방송 개혁, 포털사이트 뉴스 배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다.
커지는
목소리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선출 직후 2시간 만에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리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현재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서 점수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면직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서 정부여당이 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준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장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만큼 앞으로 여야 간 치열한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여당의 목소리보다는 용산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 면직으로 차기 방통위원장에는 현재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을 뚫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해버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과정서 장 의원이 원조 윤핵관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그는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이는 등 회의 진행 등 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했다. 그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허락 없이 이석했다”며 고성을 지르고, 민주당서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에게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동전의 양면
또 중앙선관위원회의 특혜 채용 의혹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졌다. 결국 해당 논란은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고 박찬진 사무총장 및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바람대로 선관위 견제의 핵심 역할을 실행했던 셈이다.
장 의원은 본래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 파이터 기질이 강한 편으로 야당과 설전을 벌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강하게 나가며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과방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야당에 일절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실책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나 전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장 의원의 과방위원장 선출은 국민의힘으로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산의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방면으로 민주당을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전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사태에도 이렇다 할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냈지만 정치적 반사효과가 크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탓에 한동안 올랐던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지지율은 다시 하락 국면을 맞았으며 국민의힘도 지지율이 빠졌다. 최근 과방위서도 오염수 문제는 가장 뜨거운 주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서 윤준병 의원이 “1만100크렐 방사성 세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위험의 징표”라며 “도쿄전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서 포획한 우럭서 1만8000베크렐의 방사선 세슘을 검출했다”며 “넓은 바다서 희석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야 공세 막을 때 장점으로 작용
몸집 커지면 오히려 악영향 지적도
반면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우리 바다에 올 일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로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연스레 장 위원장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장 의원의 등판은 분명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조직을 지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존재한다. 장 의원의 행보에 대해 비윤(비 윤석열)계가 다시 반격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까닭이다.
장 의원은 당내서도 적이 많은 편으로 등판만 하면 비윤계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미 윤 대통령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낙점됐고, 윤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도 힘을 발휘했던 바 있다.
당내 영향력도 상당했다. 말 그대로 ‘용산 스피커’ 그 자체였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도 공개 비판을 당했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 불가론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장 의원의 말이 곧 용산의 의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등판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다시 김 대표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다. 지금도 김 대표를 따라다니는 게 ‘바지 대표’라는 꼬리표다. 그 역시 장 의원과 호흡을 맞춰 민주당을 공격할 때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독이냐
약이냐
당내 이슈를 혼자 독식할 경우, 지도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힘을 실어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장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통령실 마음에는 들겠지만, 좋지 않은 여론 탓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물러났던 장 의원이 앞으로 용산 지키기에만 나선다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전면 배치가 국민의힘에게는 좋을 수 있다”며 “과도하게 용산을 지키는 모습만 보이면 오히려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근황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잠잠하다.
앞서 전당대회 당시 권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세까지 과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상황에서도 두 인물은 한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다.
급히 수습에 나서서 갈등을 진화했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상임위 이동을 두고서 이상기류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것.
권 의원은 행안위로 자리를 옮겼다.
통상적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지만 ‘형제’로 불리다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온 탓에 나오는 소리다.
한편 권 의원은 최근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한 채 현안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 중이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