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떠난 여의도 야인들 현주소

내년 총선까지 무사 귀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당을 들어가고 나가는 것. 민주주의 정치판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당적 변동은 비교적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각각 유별난 서사가 담겨 있는 탓이다. 혹시 생환할까? 아니면 그대로 내쳐질까. 이제 총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국회로 출근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간 지 17일 만이다. 앞서 가상화폐(코인) 자산 거액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지난달 14일 SNS를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며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탈당 
무소속 8인은?

이날 민주당 측은 김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탈당 절차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진상조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재명 대표가 긴급 지시했던 윤리감찰 역시 완전히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에 당 안팎에선 수세에 몰린 김 의원이 ‘꼼수 탈당’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절묘한 탈당 시점 또한 입길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등 의정활동 중에도 코인을 거래한 정황이 나온 직후 탈당을 선언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원조’ 꼼수 탈당으로 지적받았던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꼼수 탈당 논란이 불거졌다. 민 의원은 지난해 4월20일 검수완박 국면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스스로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할 목적이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되는 해당 위원회는 여당 의원 3명, 야당 의원 3명으로 이뤄진다. 이때 야당 몫 중 한 자리는 비교섭단체에게 돌아간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한 자리를 양향자 의원으로 채우려 했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이 법안 통과에 찬성해주면, 과반을 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법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고, 민 의원이 이 자리에 들어갈 요량으로 탈당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국 민주당과 민 의원의 계획대로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원회 방어선은 무너졌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다수 의견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고, 국회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월26일 민 의원의 특별 복당을 요청했다. 

민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반정치적인 정치 부정행위’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의 탈당이 자신의 사례와 동일선상에 놓이자 “(김 의원 탈당은)나와 전혀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민 의원은 지난달 25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 같은 경우에 입법활동을 하다가(그랬던 것)”라며 “전혀 다르다. 제가 볼 때는 당에서 (김 의원)복당을 고민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민 의원은 당헌 당규를 이유로 김 의원이 총선 전에 복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형배 이어 김남국…‘꼼수 탈당’ 논란 
‘회전문’ 탈당→복당 반복에 비판 잇달아 


하지만 정작 김 의원에겐 추후 복당 의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탈당 선언문에서 “(당을)잠시 떠난다”는 표현을 두 차례 남겼다.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복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친명(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을 여전히 옹호하는 목소리가 남아있다.

민 의원의 적극적인 선 긋기에도 둘 사이 등호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이 같은 상황의 유사성에 있다.

다만 김 의원의 경우 민 의원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이 남아있다. 우선 김 의원에 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 징계 안건을 상정했다. 양측 간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국회가 김 의원에게 제명 등 중징계를 부여한다면 “무고함을 밝히고 돌아오겠다”던 김 의원의 복당 명분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당 자체 징계를 피해 탈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서 탈당한 경우’로 판단될 시 제명에 상응하는 제재가 가능하다. 복당은 향후 5년간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순전한 ‘자진 탈당’으로 해석하더라도 탈당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야 복당을 신청할 수 있다. 

의혹이 말끔하게 소명되거나, 당 지도부의 ‘예외적 결단’이 없다면 사실상 다음 총선 이전 복귀와 공천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측이 김 의원 탈당 직후 “징계 절차 중 탈당으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히긴 했지만, 비명(비 이재명)계 등 당내 비판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평가다.

원조 꼼수 탈당의 ‘무사 생환기’와 또 다른 꼼수 탈당. 총선이 불과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서 민주당 출신 ‘야인’들에게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최근 복당한 민 의원과 탈당한 김 의원 외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여럿 남아있다.

현재 원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은 총 9명으로 ▲김남국 ▲김진표 ▲김홍걸 ▲박완주 ▲양정숙 ▲양향자 ▲윤관석 ▲윤미향 ▲이성만 의원이 있다. 이 중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각종 범죄나 부정 의혹에 휘말리면서 당적을 잃었다.

징계 피해
밖으로∼

비례대표 출신의 김홍걸 의원은 2020년 9월 부동산 축소 신고, 투기 논란을 이유로 출당됐다. 비례대표는 탈당 시 의원직을 잃는다. 이에 민주당이 여론을 달래는 동시에 김 의원의 의원직을 지켜주기 위해 ‘탈당 권유’ 대신 출당 조치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후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의원직을 지킨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해둔 상태다. 민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복당 절차가 진행됐고, 현재 당무위원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의혹에 관한 사법절차가 종결된 만큼, 복당 절차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반면 양향자 의원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양 의원은 광주 서구 을 지역구서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그러다 2021년 7월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에 관해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 출당을 건의하자, 실제 출당이 이뤄지기 전에 자진 탈당했다. 이후 복당을 신청했지만, 당규 원칙상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양 의원과 민주당이 완전히 척을 지게 된 건 검수완박 국면 때다. 양 의원이 법안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기권 투표까지 감행한 것이다. 몇 주 뒤 양 의원은 자신의 SNS에 복당 신청을 철회하겠다며 “내가 입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후 한동안 오히려 여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의힘서 제안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이에 국민의힘 합류설도 돌았으나 실제 입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먼저 “양 의원이 신청한 복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양 의원이 복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약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 의원의 향후 거취는 안갯속이다. 

탈당 후에도
돌격대 활약

윤미향 의원은 2021년 6월22일 양이원영 의원과 함께 부동산 의혹으로 출당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관련 의혹이 있는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했는데, 비례대표인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해주기 위해 출당 조치했다. 


양이 의원은 같은 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당한 반면, 윤 의원은 아직 복당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1심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민주당 내부서 윤 의원을 복당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윤 의원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양정숙 의원은 당선인 신분인 2020년 4월29일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서 제명됐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제20대 총선에 비해 43억원가량 증가한 액수였다. 양 의원이 재산을 급격히 불려나가는 과정서 동생 명의를 도용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당은 양 의원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에 고발했다. 양 의원은 1심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민주당은 양 의원을 고발하기 이전에 “복당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양 의원을 직접 고발하는 것을 간접적 사퇴 요구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무죄 선고 뒤에도 양 의원 복당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은 지난해 5월 보좌진 성추행 의혹으로 제명됐다. 피해자를 입막음하고 2차 가해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말, 박 의원에게 성추행‧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선거를 참패한 이력이 있는 민주당이 박 의원을 다시 품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홍역을 앓고 있는 돈봉투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이들은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자진 탈당했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도 바깥에…열 달 내 생환 가능성은?
대여투쟁 최전선 서지만…커지는 손절 확률

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이 ‘다른 경쟁 캠프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역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이들의 복당과 공천은 사실상 수사·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수사 향방의 첫 가늠자는 이들의 체포 동의안 통과 여부가 될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오는 12일 본회의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거리낌 없는 탈당과 슬그머니 이뤄지는 복당의 반복. 민주당 안팎서 ‘당이 회전문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그 의원들이 탈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탈당 후에도 조만간 복귀할 것을 시사하는 일부 의원은 탈당 후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위해 싸우기도 한다. 복당을 위한 명분을 쌓고자 하는 마음과, 당에 자신의 ‘과오’로 인한 정치적 부담보다 활약에 따른 득이 더 크다는 인상을 안겨주기 위한 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예컨대 민 의원은 야인 시절 일명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 선봉에 섰던 바 있다. 현 정부를 “군사독재정권의 후예, 검사독재정권”이라고 맹폭하기도 했다. 검수완박 국면 이후에도 강성 발언과 활동으로 당 지도부·지지층 등에 꾸준히 존재감을 표출한 것이다.

민 의원이 이번에 ‘특별 복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탈당 후 1년간의 강성 행보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는 당이 탈당자를 먼저 궂은 일에 동원하는 사례가 왕왕 포착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수차례 활용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공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단독 통과를 추진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를 활용해 지연 전술을 펴고자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야당 몫 중 한 자리를 꿰차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민 의원이 검수완박 국면서 보여준 수법이 어김없이 올해도 재현된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강행 통과될 땐 윤미향 의원이 투입됐다. 이때도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로 시간을 끌고자 했지만, 안건조정위에 윤 의원이 배치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법안에 취임 후 첫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민주당은 입법부 내부의 저지 시도를 봉쇄함으로써,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이라는 여권의 정치적 부담 증대를 이끌어냈다.

몇이나
살아남나

하지만 정치권엔 이들을 향한 회의적 시선이 가득하다. 몇 명이나 당으로 생환할 수 있을지, 또 다음 공천을 받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마침 이들 8명 중 박완주·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초선 의원들로 비례 의원도 섞여 있다. 당 입장에선 무리하면서까지 ‘흠결’이 있는 초선 의원을 품어줄 이유가 딱히 없다. 이들 중 상당수가 여느 초선 의원들처럼 ‘손절’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들의 탈당·제명 사유는 부동산, 선거비리, 성추문 등의 의혹이다. 하나같이 민주당의 ‘모순’을 도드라지게 해 앞서 선거 참패를 야기한 전적이 있는 사유들이다. 선거가 접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질수록,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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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