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 위기의 응급의료 실태

낭만 병원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개선되지 못했던 사안이 최근 들어 급부상했다. 문제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구멍 사이로 환자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70대가 병상이 없어 병원을 찾아 헤맨 끝에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소방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8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향리 편도 1차로 도로서 보행자 A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커지는 구멍

구급대는 신고 접수 10분 만에 출동했다. 문제는 병원이었다.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되는 A씨를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용인시 용인세브란스병원, 수원시 아주대병원, 안산시 고대병원 등 인근 병원 11곳으로부터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했을 때 사고 발생 2시간이 넘은 뒤였다. 증상이 악화된 A씨는 끝내 사망했다. 

앞서 지난 3월 건물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병원을 찾아다니던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월19일 오후 2시15분경 대구 북구 대현동서 B양이 4층 건물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B양은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대구파티마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을 찾았지만 네 곳 모두 B양의 수용을 거부했다.


B양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구급차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보건복지부는 소방청·대구시와의 합동조사, 전문가 회의 등을 토대로 당시 사건과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4개 기관에 행정처분을 실시했다. B양을 받지 않은 병원 4곳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 및 이행 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받게 됐다. 

3월 10대, 5월엔 70대
구급차 타고 ‘뺑뺑이’

B양 이송 당시 대구파티마병원서 근무하던 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타 기관 이송을 권유했다. 당초 응급의료법에 따라 응급환자의 주요 증상과 활력 징후, 의식수준,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재차 요청했을 때도 대응은 같았다.

경북대병원은 B양의 상황이 중증외상이 의심된다며 권역외상센터에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이 과정서 대면 진료나 증증도 분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명대동산병원은 다른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출장 등으로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조사단과 전문가는 병원 4곳에 ▲병원장 주재 사례 검토 회의와 책임자 조치 ▲재발 방지대책 수립 ▲병원장 포함 전체 종사자 교육 ▲응급실 근무 전문의 책임‧역할 강화 방안 수립 ▲119구급대 의뢰 수용 프로토콜 수립 ▲119 수용 의뢰 의료진 응답대장 기록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여기에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은 2억2000만원 규모,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나머지 3곳은 4800만원의 보조금 지급이 시행명령 이행 시까지 중단되고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각각 3674만원, 16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3월에 일어난 사건으로 5월 관련 병원이 철퇴를 맞았음에도 또다시 응급환자가 병원 외부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응급의료체계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실 병상의 대부분이 경증 환자로 채워져 중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초래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정, 분주한 대책 마련
결국 실효성 문제 대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 부족 때문으로,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라면서 “가령 중증외상 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 수술팀이 갖춰져 있어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에 빨리 환자를 내려놓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며 “응급의료진을 희생양 삼아 공분을 돌린다고 예방가능한 응급·외상환자 사망률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병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응급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서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함께 논의체를 구성해 관련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복된 응급실 뺑뺑이 사망에 당정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계속되는 근본 원인으로 수술의사와 중환자실 병상 부족, 70%에 이르는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단일화,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의 정보 공유 체계 부족 등 3가지를 꼽고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느는 사망자

문제는 실효성이다. 대구서 10대 여학생이 구급차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정은 구급대 출동, 응급실 진료 등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원스톱 환자 이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중증 의료센터를 40개서 60개로 확충하는 계획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아과가 더 문제다

의료체계에 구멍이 생긴 분야는 응급만이 아니다. 소아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아과 진료를 위해 ‘티켓팅’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소아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1일부터 소아 초진환자가 휴일과 야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이 도입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과 함께 비대면 진료를 급하게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연장 시행함에 따라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소아 청소년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반대 의견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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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