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①청주 상당산성

호서 지방을 지켜준 귀중한 요새

6월1일은 의병의날이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민주항쟁기념일이며,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유달리 뭔가를 지키고 얻고자 한 날이 많은 6월, 어떤 주제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산성’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이라 산성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시중에 산성 여행을 다루는 책이 여러 권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산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쉽다.

산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산 정상부에 쌓은 성을 말한다. 그중 충북 청주 상당산성(사적)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성 이름은 백제 시대 청주목을 이르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김유신의 셋째 아들 김원정이 쌓았다는 기록(<삼국사기>)과 궁예가 쌓았다는 기록(<상당산성고금사적기>), 임진왜란 때 충청도병마절도사로 온 원균이 쌓았다는 기록(<선조실록>)이 있다. 당초 토성이던 것으로 짐작되나, 1716년(숙종 42년) 석성으로 다시 쌓기 시작해 영조 때 지금 모습이 완성됐다.

군사적 요충지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가뿐히 걸어보자. ‘산성 일주 코스’는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길이 약 4㎞, 1시간~1시간30분 걸린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온다. 산성 내부에 상당산성한옥마을과 식당가가 있어 일정 전후로 식사하기도 좋다.

상당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석축 산성이다. 포곡식이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정상부까지 성벽을 높게 쌓는 방식을 말한다. 물과 더불어 산성 내 지형을 넓게 확보해 오랫동안 적에게 항거할 수 있다. 저수지 옆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포곡식 산성답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쁜 호흡을 조절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른다. 이내 첫 번째 관문인 남문에 도착한다. 남문은 상당산성의 정문 격이다. 4~5m 아래 상당산성자연마당이 펼쳐진다.

남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남암문이 숨어 있다. 암문은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유사시 사람과 가축, 양식 등이 통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든다. 적에게 알려지면 급히 폐쇄할 수 있도록 암문 안쪽에는 항상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상당산성에는 서남암문과 동북암문이 있다.

수백 년 전 은밀한 암문은 이제 청주 시민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자연으로 드나드는 천국의 열린 문이 됐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청주와 청원 일대 모습이 장관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서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변해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성곽을 걷는 커다란 재미다. 우암산, 좌구산 등 이 일대 산야와 미호평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상당산성 성곽은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남문과 서남암문을 지난 뒤 한참을 걸어 서문에 이른다. 서문은 지형이 호랑이가 뛰기 위해 움츠리는 모습이라고 해서 ‘미호문(弭虎門)’이라고도 불렸다. 허물어져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1978년 복원했으나, 지반침하로 다시 무너져 2015년 해체해서 보수·복원했다. 그런 까닭에 서문은 외형이 제법 깔끔하다. 사각형 석축 출입문 위에 북방식 우진각지붕 문루를 올리고, 바깥쪽 성벽을 높이 쌓아 방어에 유리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특징인 
포곡식 석축 산성 상당산성

동북암문과 동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며 군사를 지휘하고 군대를 조련하던 곳으로, 1992년 복원해 옛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동장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저수지를 만나고, 상당산성 일주가 끝난다.


홀로 혹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행복하게 오르내리는 길.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당산성을 걸어보면 어떨까? 상당산성관리소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산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상당산성 여행 전후로 상당구에 자리한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명암유원지는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휴식처다. 1.5㎞ 남짓한 타원형 수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달리기 좋아,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암저수지에서 오리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유원지 인근에 다양한 식당가가 있어 특별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저수지 준설 공사, 낡은 목교 정비, 무장애 탐방로 신설 작업을 거쳤다.

우암산 자락의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시대의 상처가 남긴 고난과 가난의 흔적으로 한때 남루했으나, 2007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벽화 작업을 진행해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로 거듭났다.

현재 40여 가구가 거주해 규모는 작지만, 골목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자취가 오래 발길을 붙잡는다. 근래 허영만 화백과 방송인 류시원, 신현준, 우지원 등이 벽화 보수 작업에 동참해 수암골벽화마을에 활기를 더한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고대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의 산실이다. 1987년 10월 개관한 박물관은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청주를 비롯해 충북 지역의 유물 2300여 점을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나눠 전시한다. 통일신라 3개 범종 가운데 하나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보물), 국내 최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청주 사뇌사 금속공예품 등 충북에서 발견된 금속 문화재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수암골벽화마을→국립청주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주 상당산성→명암유원지→국립청주박물관
-둘째 날: 청주랜드→청주중앙공원→수암골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청주시 문화관광 www.cheongju.go.kr/ktour/index.do
-국립청주박물관 http://cheongju.museum.go.kr

문의 전화
-청주시청 관광정책과 043)201-2043
-상당산성관리소 043)201-0202
-명암유원지 043)201-4422
-명암보트장 043)221-8103
-수암골벽화마을(청주시청 관광정책과 관광마케팅팀) 043)201-1793
-국립청주박물관 043)229-6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청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35분 간격(05: 50~24: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80분 간격(07:05~22: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60분 간격(06:50~21: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00번·502번·511번 버스 등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지하상가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5번·105-1번·311번·833번 버스 이용, 청주체육관이나 사직사거리 정류장에서 862-2번 버스 환승, 산성남문 정류장 하차, 상당산성까지 도보 약 26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청주고속버스터미널(임시) 043)238-8880 청주시외버스터미널 1688-4321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청주 IC→상당사거리→산성제1터널→산성제2터널→상당산성

숙박 정보
-가영당: 청원구 오창읍 미래지로, 043)233-9966, www.gayoungdang.com
-초정행궁: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 043) 270-7332, https://crs.cjsisul.or.kr/com/facPortal.do

식당 정보
-상당집(두부전골·두부두루치기·청국장):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2-3291
-장수장(장수도리탕·닭백숙·오리백숙·오리탕): 상당구 성내로118번길, 043)253-9292
-효순이네칼국수(칼국수·콩국수·만두): 상당구 산성로, 043)293-4221

주변 볼거리
청남대, 문암생태공원, 오창호수공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옥화자연휴양림, 청주 흥덕사지, 초정행궁, 대청댐전망대, 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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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