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길 뚫리는 수도권 ‘활기 띨까’

올해나 내년에 지하철, 철도 등이 새롭게 뚫리는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철도가 개통되는 주변은 여전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조기 개통 소식이 알려진 GTX-A 노선 주변은 수요가 급증하며 매매 가격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개통이 예정된 GTX-A 동탄역 주변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 2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월 거래가(9억2000만원) 대비 8000만원 올랐다. 

GTX-A
30분대로

하반기 개통을 앞둔 GTX-A 운정역(예정) 인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같은 달 전용 84㎡가 6억8000만원에 손바뀜 되며 전월 거래가(6억2000만원) 대비 6000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평균 출근 소요 시간은 1시간27분. 정부는 이를 30분대로 줄이겠다며 각종 광역교통 확충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철도 분야에선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될 GTX-A 노선과 올해와 내년 개통을 앞둔 지하철 8호선 연장, 서해선 연장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와 내년 잇달아 개통할 수도권 신규 전철 노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지역은 어디인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서해선 연장= 수도권 서부·북부는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수도권 서부에선 기존 서해선의 부천 소사~고양 일산 연장선이 하반기 중 개통하면 경기도 시흥과 부천, 고양 등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든다.

현재 고양 대곡역서 김포공항역까지 지하철로 35~40분 걸리던 것이 10분 수준으로 단축되고, 5·9호선·공항철도로 환승 시 마곡지구·여의도 등 업무 지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북부에선 1호선 전철 동두천~연천 구간이 올해 하반기에 연장돼 이 지역 주민들의 서울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신설 철도 개통 주변 여전한 인기
수요 급증하며 매매 가격 반등세

▲GTX-A 8호선 연장선= 서울까지 시속 180㎞로, 기존 지하철의 2배 속도로 달릴 GTX-A 노선은 내년 상반기 동탄~수서 구간, 내년 하반기 운정~서울역 구간의 운행이 시작된다. 예상 소요 시간은 20분 이내로, 지금보다 이동 시간이 1시간가량 줄어든다.

지하철 8호선을 경기 구리시·남양주시로 연장한 별내선은 내년 6월 개통 예정으로, 남양주 별내역서 서울 잠실역까지 27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양~검단 연장선도 내년 말 개통 목표로, 검단 신도시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이 빨라진다.

▲9호선·GTX-C·위례신사선= 수년 뒤 개통을 목표로, 올해 공사에 착수하는 노선도 있다. 연초부터 공사를 시작한 지하철 9호선 4단계는 기존 종점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역서 고덕강일 1지구까지 정거장 4개를 신설해, 길동·명일동·고덕동 주민들의 도심 진입 시간을 줄인다.

올해 착공 예정인 경전철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가락시장역(3·8호선)~학여울역(3호선)~삼성역(2호선)~봉은사역(9호선)~청담역(7호선)~신사역(3호선)’을 잇는 총 14.7㎞, 11개 정거장의 경전철이다. 지하철 2·3·7·8·9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어, 강남권 전역으로 이동이 빨라진다. 수원과 삼성·청량리·양주를 이을 GTX-C 노선은 착공이 1년가량 지연돼, 올 하반기 첫 삽을 뜰 예정이다.


8호선 연장
서해선 연장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길이 뚫리는 곳에 돈이 몰린다는 격언이 불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이라며 “교통망 확충은 그 지역과 주변 아파트 단지의 입지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상권, 인프라 등 지역 경제와 주거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금강주택 등 주요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발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올해와 다음 해 개통 노선 수혜 예상 단지.

▲1호선 전곡역 제일풍경채 리버파크= 제일건설㈜의‘1호선 전곡역 제일풍경채 리버파크’가 분양 중이다. 경기도 연천에는 먼저 동두천, 소요산, 초성리, 전곡, 연천까지 총 20.9㎞를 연장하는 경원선(지하철 1호선 연장)이 올해 개통될 예정이다. 이 연장선이 개통되면 의정부까지 42분, 청량리까지 1시간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028년 개통되는 GTX-C노선 덕정역을 통해 삼성역 등 서울 강남까지 약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파주~양주구간도 올해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이 도로를 통해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 물류 교통망이 확보될 예정이다.

특히 이와 연계해 연천 BIX(은통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연천 BIX는 식료품 업체가 들어서 K-푸드의 거점 역할을 도맡는다. 섬유, 가죽, 화학, 의약, 금속,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등 다양한 업체도 입주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3번국도 우회도로 신평화로가 올해 개통 예정돼, 장기적으로는 서울~양주 고속도로, 동서평화고속도로 등이 계획돼있어 경기 북부 주요 도심 및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연천에는 교통 호재뿐만 아니라 연천 제3국립현충원, 무비월드 테마파크 등이 조성돼 약 1조1000억원의 경제효과 및 1만5400여명 이상의 고용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먼저 연천 제3국립현충원은 대광리 일대에 2025년까지 93만9200㎡ 규모로 지어진다. 안보, 문화, 관광, 경제를 연계한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비월드 테마파크는 고능리 일대 98만8800㎡ 규모로 20 25년까지 약 1조1700억원을 들여 조성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에너지자립형 친환경 순환시스템(LNG 액화천연가스)이 적용되는 테마파크로 사계절 실내 스키장, 워터파크,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접근성 향상
고용효과↑

한편, 제일건설㈜이 작년 선보인 ‘1호선 전곡역 제일풍경채 리버파크’는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일대에 위치한다. 지하 1층에서 지상 14층~최고 27층, 10개동, 전용면적 65~220㎡, 총 845가구다. 연천군 내 최대 단지로 최근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

계약금 5%(1600만~1800만원)에 나머지 5% 무이자 신용대출 지원으로 초기 부담을 낮췄다.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으로 금융지원 또한 나서고 있다. 그 외 전매 가능, 거주의무기간 미적용, 취득세 중과 미적용 등 다양한 혜택이 적용되며 선착순 동·호를 지정해 계약 중이다. 준공은 다음 해 12월 예정.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 GTX-A 노선이 지나가는 동탄2신도시에서는 금강주택이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를 분양 중이다. 84㎡ 718세대, 100㎡ 385세대 총 1103가구 대단지다. 동탄2신도시 내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금강펜테리움’ 브랜드 후속 단지다. 

‘길 뚫리는 곳에 돈 몰린다’
교통망 확충 입지여건 개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로, 3.3㎡당 평균 1450만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는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될 왕배산3호공원(조성중)과 신리천 수변공원(조성중)이 가깝고, 단지 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비롯해 바로 앞에는 초·중·고교 부지가 계획돼있다.

내년 개통이 예정된 GTX-A노선이 지나갈 SRT동탄역과 동탄 트램(2027년 예정), 동탄인덕원선(2023년 공사예정)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CGV 등 생활편의시설도 인접해 있다. 신주거문화타운 내 계획된 근린생활시설용지도 가깝다. 입주는 2026년 2월 예정.

▲해링턴 플레이스 다산파크= 효성중공업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 3473 일대 외 24필지에 ‘해링턴 플레이스 다산파크’를 공급한다.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0층, 3개동, 총 350가구로 소비자들의 선호도 높은 전용면적 84㎡로만 구성된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돼 내년 2월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도 평균 7억5000만원 수준이어서 착한 분양가에 공급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급이 희소한 다산신도시 핵심 생활권에 공급되는 민간분양 브랜드 아파트로 뛰어난 정주여건도 갖췄다. 


대규모 타운
무이자 혜택

경의중앙선 도농역이 가깝고 8호선 연장 다산역 개통도 예정돼있다. 북부간선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수석호평도시고속도로 등 다양한 도로망이 접해 있어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도보권에 도농초, 미금중, 도농고, 동화고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다산신도시 내 형성된 대규모 학원가로의 통원이 편리해 우수한 면학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아파트 바로 앞 현대프리미어캠퍼스몰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쇼핑시설은 물론 다산행정복지센터, 다산아트홀, 정약용도서관 등 이용이 용이하다. 남양주시 최초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조성되는 만큼 남다른 주거 쾌적성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둘러싸는 3만7500㎡ 규모의 도농근린공원 용지 조성 계획 및 왕숙천, 도농체육공원 등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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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