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간다, GTX 타고〜

정부가 광역급행철도(GTX) 개통·착공에 속도를 내면서 다시 수혜지역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하지만, ‘대형 호재’로 통하는 GTX가 순차 개통할 경우 인근지역 부동산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

GTX-A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 개통을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동탄(39.5㎞) 구간, 하반기에는 운정~서울역(42.6㎞) 구간 개통이 예정돼있다. 오는 2028년에는 운정~동탄 전체 노선이 개통된다.

매수 심리
회복될까?

당장 개통을 앞둔 GTX-A 동탄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주상복합) 전용 103㎡(41평형)는 지난 3월, 16억3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021년 5월 거래(10억원) 대비 63% 오른 수치다. 또 다른 인근 아파트인 ‘동양파라곤’은 전용 79㎡(32평형)가 지난 1월 최고가(7억9000만원)를 찍었다.

직전 거래가는 2021년 3월 체결된 6억3723만원이었다. 22개월 만에 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전 거래 대비 23% 상승했다.

대형 단지서도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총 1817세대로 구성된 동탄역 시범 ‘한화꿈에그린프레스트지’는 2021년 최고점을 찍고 지난해 하락 거래가 이뤄지다 최근부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9평은 2021년 8월 17억25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후 거래는 14억95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빠졌다. 


반면 GTX-A 노선 종점인 운정역 인근 부동산의 반등세는 동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 20년 준공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3042세대)’에선 34평이 2205세대로 가장 많은 세대를 차지한다. 해당 평형에선 2021년 7월, 9억7000만원에 최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이후 지난해 7억원대서 거래가 이뤄졌고 올해에는 6억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최근 거래가는 6억9800만원이다.

GTX-A 운정역 인근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도 마찬가지다. 2018년 7월 준공된 센트럴푸르지오는 총 1956세대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다. 30평과 34평 각각 108세대, 1848세대로 나뉜다. 30평의 경우 2021년 7월, 7억82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현재는 5억원 중반대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34평은 2021년 9월 9억4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8억원, 7억원대로 하락하다 최근 6억원대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 2일 체결된 6억원으로 최고가 대비 36%(3억40 00만원) 하락했다.

개통·착공 박차…수혜 지역 주목
생활편익 증대 효과 “집값이 들썩”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부터 청량리역, 삼성역을 지나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GTX-C 노선은 올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GTX-C가 개통되면 현재 창동역서 삼성역까지 기존 50분 이상 걸렸지만 14분까지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고 말했다.

그간 ‘지상화’로 논란이 됐던 도봉구간(창동역~도봉산역)은 지하(대심도)로 건설된다.


GTX-C 노선 발표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인 지역은 경기도 안양 인덕원이었다. 지난해 6월 GTX-C 노선 우선협상대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자 인덕원역 지역의 집값은 들썩였다. 실제 지난해 7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인덕원마을삼성’ 전용면적 84㎡(32평형)는 13억78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달 13억1000만원 이후 올해에는 8억25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급감했다.

지난 3월에는 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9억원 안팎이다. 

GTX-B 역시 민자 구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치며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민자 구간(인천대입구~용산·상봉~마석)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된 상태며, 재정 구간 제4공구는 KCC건설 컨소시엄이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됐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국토부와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마치고 사업 시행자로 최종 확정되면 GTX-B 노선 민자 구간 건설과 재정 구간(용산~상봉)을 포함한 전 구간 운영(40년)을 맡게 된다. 국토부는 GTX-B 노선과 관련해 2024년 착공, 2030년 개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윤석열정부 공약 GTX A·B·C 연장 및 D·E·F 신설을 반영하기 위한 5차 철도망 계획 수립을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단위 철도 건설 계획을 담은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계획이 담긴 4차 계획은 2021년 고시됐고, 5차 교통망 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수행할 계획이 반영된다.

오르락 
내리락

앞서 국토부는 국정과제에 담긴 GTX 연장·신설을 이행하기 위해 5차 교통망 계획을 조기 착수하는 방안을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담은 바 있다. 5차 교통망 계획 착수 일정은 4차 대비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4차 교통망의 경우 계획 적용 시점인 2021년 대비 2년 전인 20 19년부터 용역에 착수한 데 비해 2026년부터 적용되는 5차망은 3년 이상 앞선 올해부터 시작된다.

대통령 공약인 GTX A·B·C 연장 및 D·E·F 신설 노선을 조속히 교통망 계획에 반영해 윤석열정부 목표인 임기 내 예타 통과를 맞추기 위해서다.

5차 교통망 계획 용역은 약 1년6개월 간 진행해 2025년 초 최종안을 확정해 고시한다는 목표다. 이후 곧바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타를 신청하면 2026년에는 예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실제 사업
가능할까?

5차 교통망 계획 수립을 착수하는 시점과 맞물려 GTX 연장·신설을 위한 연구용역이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GTX 확충 통합기획’ 용역을 발주하고 곧바로 연구에 착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을 냈지만 실제 사업 추진이 가능한지는 세부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연구원으로부터 중간보고서를 받아본 데 이어 내달 용역을 마무리하고 7월 중에는 용역 결론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가 들어서면 생활편익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어 주택 가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통상적으로 발표, 착공, 완공 때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선반영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가격 부분서 특정 지역이 과하게 오른다면 부정적일 수는 있다”며 “그래도 생활편익이 좋아진다는 것은 주택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GTX 개통·착공 수혜 지역에 분양하는 단지. 

▲연신내역 빌리브 에이센트= GT X-A 노선이 지날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초역세권에서 ‘빌리브 에이센트’가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4층, 전용면적 49~84㎡, 총 492세대·실규모로 조성된다. 

전 타입에 높은 층고(2.5m)를 적용하며, 각 층에 가구당 창고 제공(101동은 지하층 설치 예정), 4베이 특화 설계 및 듀얼웨이 혁신 평면(84㎡ 타입), 프리미엄 주방가전과 전 실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단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대규모 상업시설인 ‘빌리브 에이센트 더 플레이스’도 함께 조성된다. 

과하게 오르면…
부정적? 긍정적?


단지 앞 연신내역에는 GTX-A 노선이 2024년 부분 개통될 예정으로 서울 지하철 3, 6호선까지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향후 GTX-A 노선 전 구간 개통이 완료되면 연신내역서 삼성역까지 9분 만에 도달이 가능해 강남을 옆 동네 수준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특히 GTX-A 노선의 서울 내 역사는 단 4개에 불과한 데다, 서울역과 삼성역의 경우 주거 상품이 들어설 자리가 거의 없는 만큼 초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청량리 7구역 롯데캐슬= 롯데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에 ‘청량리 7구역 롯데캐슬’을 분양한다. 지하 6층~지상 최고 18층, 9개동, 전용면적 39~84㎡, 총 76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173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전용면적별 일반 분양 가구 수는 51A㎡ 68가구, 59㎡A 38가구, 59㎡B 67가구로 구성됐다. 

단지가 위치하는 청량리는 대규모 정비사업과 교통망 확충으로 천지개벽 중이다.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이미 전농, 답십리 뉴타운 개발로 대규모 브랜드타운이 조성돼있고, 청량리역 주변으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65층)’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59층)’ 등 초고층 주상복합이 올해 모두 순차적으로 입주에 돌입한다. 

1호선·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 등 6개 노선이 정차 중인 청량리역 도보권에 있다. 청량리역은 GTX B·C노선과 함께 광역환승센터도 들어설 계획이라 서울의 교통 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는 서울과 수도권 곳곳을 연결하는 버스가 다수 정차한다. 왕산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진입도 편리하다.

▲인덕원역 씨엘로= ㈜송정종합건설은 인덕원역 역세권 입지로 즉시 입주가 가능한 후분양 스리룸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인덕원역 씨엘로’를 분양한다. 인덕원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의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전용 75.86~84.07㎡, 최고 높이 11층이다.

지상 2~7층은 주거용 오피스텔(12실), 지상 8~11층은 소형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8세대)로 구성된다. 총 20세대 3베이 스리룸 구조, 화장실 2개, 다용도실 1개, 트인 조망, 시스템에어컨, 100% 주차, 풀옵션을 갖췄다.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한 층에 2가구씩 좌우측으로 세대가 있어 사생활 피해가 거의 없다. 

초역세권 입지
실거주 만족↑

호실에 따른 면적은 조금 다른데, 구조는 동일하게 나와 2층부터 11층까지 전 세대 모두 거실이 남향이다. 시야에 막힘이 없고 채광이 좋아 실내가 종일 밝다. 전 세대 막힘이 없는 학의천 영구 조망과 함께 엘리베이터, 자동문, 보안시스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있다. 시스템에어컨을 비롯해 기본 옵션이 좋아서 실거주 시 만족도가 높은 타입으로 이뤄졌다. 

인덕원역은 안양 핵심 교통망인 지하철 4호선이 정차하는 역이라 4호선 이용이 편하고 향후 GTX-C 노선(2029년 예정), 월판선(2025년 개통 예정), 인동선(2026년 개통 예정) 등 다양한 지하철이 지나가는 호재가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월판선이 생기면 시흥과 판교로 가기 편하고 인동선은 동탄 방향으로, GTX-C 노선은 인덕원역서 삼성역까지 10분대면 닿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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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