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오비맥주에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고배당 논란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액수를 크게 줄였지만, 그간 가져간 게 워낙 많다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모양새다. 달래기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세간의 인식을 바꿔보려 했지만, 이것마저 공수표로 전락해버린 양상이다.
주류 제조업체인 오비맥주는 1933년 12월 ‘박승직 상점’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된 소화기린맥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산그룹의 모태 격인 이 회사는 1948년 ‘동양맥주’로 명칭을 변경했고, 이후 현 상호의 근간이 된 ‘OB’ 상표 및 도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사다난
주인 찾기
OB라는 상호를 오랜 기간 변함없이 사용한 것과 달리, 오비맥주의 주인은 수차례에 걸쳐 바뀌길 반복했다. 원소유주였던 두산그룹이 동양맥주를 매물로 내놓은 게 일종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
두산그룹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부각됐던 1998년 벨기에 ‘인터브루(현 AB인베브)’에 동양맥주 지분 50%와 경영권을 넘겼다. 새 주인을 맞이한 동양맥주는 상호를 현재의 오비맥주로 변경했고, AB인베브 측이 2001년 두산그룹이 보유한 잔여 지분 중 45%를 추가 매입하는 절차가 뒤따랐다.
오비맥주 지배구조는 2009년 다시 한번 요동쳤다. 이 무렵 AB인베브는 사모펀드인 ‘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대금 2조3000억원을 받고 오비맥주를 팔았다.
오비맥주가 사모펀드에 팔리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특성상 5년 내 오비맥주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점쳤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이 됐다.
2014년 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은 6조1000억원에 오비맥주를 매각했다. 놀랍게도 매각 대상자는 이전 주인이었던 AB인베브였다. 5년 전 오비맥주를 매각하면서 손에 쥔 금액보다 4조원에 가까이 더 들여 오비맥주를 다시 품은 것이다.
충실한
금고 역할
이후에도 오비맥주 재매각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했다. 2019년 또 한 번 매각설에 휩싸였는데, 2018년 말 기준 124조원에 달했던 차입금이 부각되는 등 AB인베브의 불안정한 재무상태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이 무렵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 APAC의 홍콩 증시 상장을 시도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을 위해서였고, 자금은 대략 10조∼11조원 사이로 점쳐졌다.
결과적으로 IPO는 좌절됐고, AB인베브는 자산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9년 7월 호주 자회사 ‘칼튼 앤 유나이티드 브루어리스(CUB)’를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에 매각하면서 13조3000억원을 획득한 게 대표적이다. CUB 매각되고 나서야 오비맥주 매각설은 가라앉았다.
업계에서는 AB인베브가 당분간 오비맥주 재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오비맥주의 양호한 수익성을 감안하면 보유를 통한 이익 실현이 매각에 따른 차익 실현보다 효과적이라는 시각이다.
오비맥주는 AB인베브에 재인수된 이래 매년 1조3000억~1조60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이며,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3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헐값에 팔고 비싸게 사들인 주인
과감한 배당…뒤늦게 수도꼭지 막기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 1조5601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조5000억원대 고지를 밟는 등 실적이 한층 호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0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3618억원)은 38.09% 상승했고, 영업이익률은 23.2%에 달했다. 코로나19 엔데믹 흐름에 월드컵 특수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가 실현한 높은 수익성은 배당을 집행할 수 있는 여력으로 작용했다.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한동안 격년제 배당을 고수했다. 그 결과 ▲2015년 3700억원 ▲2017년 3450억원 ▲2019년 4390억원 등 홀수해에 엄청난 규모의 현금이 배당 명목으로 AB인베브로 향했다.
다만 ‘격년 배당’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2020년 4000억원에 이어, 이듬해에도 3360억원을 배당하면서 홀수해에만 배당을 실시해왔던 원칙을 깼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AB인베브로 흘러간 배당금의 총합은 1조8900억원에 이른다.
2021년의 경우 오비맥주가 지급한 배당금이 AB인베브가 거둔 배당금 수익 중 23.71%에 차지하기도 했다.
오비맥주가 보여준 배당 기조는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당금을 책정하는 여타 법인과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당 규모가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28% 줄어든 2743억원에 그쳤음에도 배당으로 4390억원을 집행했던 2019년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배당 규모가 다소 축소된 모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AB인베브에 배당금 명목으로 1350억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9.82% 감소한 수치다. 이전까지 집행된 배당금의 평균치(3800억원)와 비교해도 현격히 낮다.
오비맥주 측은 “지난해 현금배당은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당을 집행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배당을 통한 현금 지출 대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 큰
씀씀이
배당을 통한 현금 유출이 큰 반면, 국내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2019년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3년 동안 한국 시장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1조원 투자 계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비맥주의 최근 3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2020년 495억3863만원 ▲2021년 1130억3533만원 ▲지난해 547억6418만원 등으로 2200억원대에 그친다. 같은 기간 배당으로 유출된 현금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데 주목하는 인상이 짙다. 지난해 말 기준 오비맥주의 현금성자산은 총 1501억원으로, 전년(737억원)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819억원으로, 전년(4265억원) 큰 폭으로 줄었지만 기말 현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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