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우크라이나 닮은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서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러시아는 “무기 지원은 분쟁 개입을 의미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또다시 우리나라와 국민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입장을 천명했다”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발언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국제 전문가도 윤 대통령 발언이 동북아시아서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체제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겉으로는 우크라이나를 두둔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우크라이나서 미·러 패권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을 확실히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민족, 역사, 문화가 같은 나라로,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나라다. 특히 지정학적 특성상 외부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서부 지역은 폴란드(유럽)의 지배를, 동부 지역은 러시아의 지배를 많이 받아왔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서부의 친유럽 성향과 동부의 친러시아 성향으로 나뉘었고, 정권도 친유럽 정권과 친러시아 정권이 번갈아가면서 나눠 가졌다. 

한반도도 아시아의 사회주의 국가와 서방의 자유주의국가 사이에 위치해 있는 반도국가여서 외부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아왔고, 1960년 이후 남쪽은 자유주의 국가(미국)의 영향을, 북쪽은 사회주의 국가(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브레진스키 국제정치학 교수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서 유럽에서 지정학적 주축은 우크라이나고, 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주축은 한반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한반도가 어느 한쪽으로 흡수되거나 통일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가 바뀔 수 있어,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세계서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미·러가, 한반도는 미·중이 대치하고 있는 패권싸움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남북 대치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된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친유럽 정권과 친러시아 정권이 교체돼오다 2013년 친러시아파 야누코비치가 정권을 잡았다. 그 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 가입을 철회하고 러시아와 가스공급 협정을 맺게 되자, 서부 우크라이나인들이 유로마이단 사태를 일으켰다.

그러나 유로마이단 사태는 많은 사상자를 낸 끝에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점령하고 야누코비치가 도망감으로써 막을 내렸고 친유럽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그런데 서부의 친유럽파와 동부의 친러시아파 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크림반도 합병’과 ‘전쟁’이라는 더 엄청난 사태로 번졌다.

결국 2014년 3월 11일 크림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하며 크림공화국을 결성했고, 이후 5일 뒤인 3월16일 러시아와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표(96.6%)로 러시아와 합병하게 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연합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합병과 크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의 크림연방관구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지중해로 나가는 유일한 바닷길인데 크림반도와 맞닿아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세력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 언론에 의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한 책임이 푸틴 정권의 민족주의 성향과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국제정세에 대한 오판, 그리고 미국의 나토 확대 및 영향력 확산정책에 있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와 유럽 사이서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장점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 및 과격 민족주의자, 그리고 그들로 위장한 신나치주의자들과 같은 모험주의 세력들이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0년 동안 휴전 상태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폐쇄된 사회로 국가다운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어 대한민국이 한반도서 우크라이나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친중국 성향의 진보정권과 친미국 성향의 보수정권이 번갈아가면서 통치하는 대한민국이 미·중 패권싸움이라는 큰 틀에 걸려 있는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진보정권인 전 정부는 중국을 외면하지 않는 선에서 대체적으로 미·중 외교의 평형을 유지했지만, 보수정권인 현 정부는 확실히 미국을 밀어 미국이 미·중 패권싸움서 주도권을 잡도록 협조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이번 친미 발언은 단순히 미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넘어 브레진스키 교수가 말한 것처럼 국제질서를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야당의 염려와 일부 국제 전문가의 염려도 다 이해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닮은 대한민국이 미국을 지지함으로써 미·중 패권 싸움터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한·미·일 공조가 북·중·러 공조를 이긴다면 그만큼 대한민국은 국제질서에서 성패의 키를 쥔 국가가 되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러시아의 싸움터가 됐듯이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터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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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