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의 찍어내리기에 앞날이 위험해졌다고 평가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다음 행보를 위한 셈법도 복잡해 보인 가운데, 그는 사실상 비윤으로 자리 잡았다. 전당대회 이후 안 의원은 비교적 조용히 민심을 다져나가면서 그 존재감은 점점 커져가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후보로 나섰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선거 룰이 당원 100% 투표로 바뀌면서 불리한 출발선에 섰다. 대통령실에선 안 의원을 적으로 규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서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 연대보증인을 앞세운 바 있다. 중간에 철수(사퇴)하지는 않았으나 전대서 패배의 쓴 맛을 봤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탓에 세력의 한계가 명확했다.
다시 뛴다
‘윤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점은 짧은 기간 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까지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내 입지가 좁다는 점이 안 의원이 극복해나가야 할 숙제였다. 2위로 레이스를 마친 안 의원은 전대 이후 한동안 잠행을 이어나갔다.
그 역시 다음 콘텐츠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안 의원은 민심을 다지는 게 답이라고 결론을 내린 모양새다. 조용했던 그가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뒤 본격적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시 민심 투어에 나선 셈이다.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구를 자주 찾아 당원 캠페인을 벌였다. 야탑역 광장에 나가 직접 띠를 두르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민심을 두드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안 의원은 거의 매일 분당을 찾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아예 분당서 활동 중이며 당원 배가 운동도 일주일에 하루는 꼭 한다. 분당 소재의 세무서, 소방서, 경찰서, 성남교육지원청까지 방문하면서 활동 보폭을 더욱 넓히는 중이다.
숙련기술 스타트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석하는 등 청년층 공략에도 열을 올린다. 또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청년을 빼 놓으면 안 된다”며 중도층에 다가간다. 현재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세는 간신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토록 안 의원이 지역구 표심을 다지고, 중도층을 챙기는 이유는 일각에서 나오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다시 안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차기 총선에 앞서 미리 지역민심을 다져놓겠다는 의도다.
가만 앉아 있어도 본전 이상
지도부 실책에 존재감 커져
안 의원의 뜻은 확고하다. 한 라디오 인터뷰서 “분당갑 지역 현안을 해결하며 재미를 느낀다. 내년 총선서 지역구를 바꿀 생각이 없다”며 사실상 지역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하는 등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들도 미리 민심을 다져놓겠다는 심산이다. 앞서 안 의원은 부산을 찾아 당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졌던 바 있다. 보수당에 몸담고 있는 이상 텃밭 표도 함께 일굴 필요가 있어서다.
이와 함께 ‘미래’ 등 자신이 그리고 싶은 청사진을 위해 여러 콘퍼런스도 참여하는 모습이다. 또 비정치적인 주제를 들고 나와 토크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안 의원에게 민심은 유리한 카드다.
그의 전국적인 인지도는 이미 높은 상태로 민심에서는 안 의원이 유리한 편이다.
앞서 전대 때도 민심의 지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민심 행보를 이어나가도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전대 돈봉투 살포 의혹이 악재로 작용했음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참에 민심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최근 내고 있는 현안 메시지도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흐른다.
과거 대선 과정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손을 맞잡았던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관계는 상당히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을 “우리 안 대표”라고 불렀고,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을 “손흥민과 케인의 관계”라고 치켜세웠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밀착 스킨십을 하는 듯한 언급도 많았다. 최근에는 대놓고 대통령실에 우려를 표하는 메시지를 냈다.
중도층으로 몸집 나날이 키우기
친윤 대안 세력으로 급 떠올라
대표적인 사안이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자신의 SNS에 “미국 정부 설명만 들을 게 아니다”며 “우리 정부는 실제로 미국 도청이 없었는지,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놓고 당내 상황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잇따른 최고위원들의 설화에 대해 안 의원은 “징계, 사퇴로 해결하기 힘들다”며 반지성주의를 탈피하는 게 숙제”라고 비판했다. 지도부를 향해서는 “민심에 맞는 정책을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도층 민심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중도 민심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그러나 당심 100%로 전대가 치러지면서 중도층 이탈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민심도 흔들리는 계기로 작용한 모양새다. 열심히 지역구를 찾았던 안 의원이 경기도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전하면서다.
안 의원의 상승 이유는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격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안 의원이 2위를 기록한 뒤 반등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진다. 존재감을 부각시켜 친윤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여전히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우려가 뒤따르지만, 내년 총선을 대비해 차근차근 세력을 넓혀 나가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달라진 메시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의원은 민심 인지도가 높아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 지도부가 계속 실책을 연발하면 안 의원의 존재감이 커진다”며 “안 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이 당내서도 더욱 커지면, 당내 의원들과도 본격적으로 소통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kcjfd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