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다단계 사기 ‘남양주 조희팔’ 쫓고 쫓기는 추적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24 11:42:32
  • 호수 1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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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 필리핀… 피해자들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친 200억원 사기 대부업체 사장을 잡은 건 누굴까? 바로 해당 업체로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다. 피해자 세 명은 도망친 대부업체 사장을 잡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서 필리핀까지 갔다. 5일간의 쫓고 쫓기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서 200억원대 사기를 친 대부업자가 잡혔다. 이날 남양주남부경찰서는 50대 A씨에 대해 특수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채업자
사기꾼으로

경찰이 밝힌 A씨는 남양주 지역서 10년 이상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봉사 및 향우회 활동으로 신뢰와 인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골프연습장 등 투자로 연 20% 이상 이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고, 그 여파로 필리핀으로 이동했다가 발이 묶여 국내로 돌아와 공항서 체포됐다.

이렇듯 설명은 간단했다. 하지만 A씨를 잡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A씨에게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 3명이 직접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그를 회유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A씨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A씨는 그저 안전한 투자처였다.

가족 전체가 총 8억원의 사기 피해를 본 김지선(가명)씨는 투자 종용을 1~2년 전부터 계속 받았다. 결정적으로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씨의 어머니가 7~8년 전부터 A씨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투자했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30만원을 받는 수준이었다. 사람마다 기준은 모두 달랐지만, 은행보다는 훨씬 이자가 높았다. A씨는 김씨에게 “은행에 적금을 넣을 바엔 나에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듯 말했다.

김씨도 처음에는 의심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투자해 이자를 수년간 받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A씨는 남양주서 호남향우회, 산악회, 성당, 봉사활동을 계속했던 데다 동네 유지였고 주변의 평판도 좋았다. 대부업체를 운영했지만 법정 이자를 잘 지키는 ‘안전한 대부업’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2021년 김씨의 어머니가 김씨에게 같이 투자하자고 했고 함께 A씨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A씨는 “나한테 돈 빌린 사람이 많다. 지금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대부업체 운영하며 지역 유지로 ‘떵떵’
“은행보다 좋아” 연 20% 이상 이익 보장

김씨는 그 자리서 투자약정서를 작성했다. 투자약정서에는 ‘‘을’이 ‘갑’에게 직접 투자하고 ‘갑’이 ‘제3자’에게 투자하는 방식’ ‘‘갑’이 알선하는 금전차용희망자 ‘제3자’로부터 ‘을’ 명의로 담보를 제공받고 ‘을’이 그 ‘제3자’에게 직접 대여하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다.


한동안은 이자가 잘 들어왔고 김씨도 안심했다. 문자나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투자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힐스테이트 ○○는 현 시세 8.6억~9억원이다. 차주 직장인 1주택자다. 5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요즘 돈을 많이 찾고 있다. 좀만 더 투자해서 용돈 벌어라. 기회는 이틀 남았다. 원래 기존에도 다른 사람보다 이자를 더 많이 준 것”이라는 식이었다.

김씨 가족이 야금야금 투자한 금액만 8억원. 장시간 안전하게 이자를 받던 김씨 어머니는 지인들까지 A씨에게 연결했다. 피해는 이런 식으로 커졌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만 투자한 것이 아니다. A씨 사무실 건물의 청소부, 시장서 장사하던 상인, 노후자금을 갖고 있던 노부부 등도 투자했다. 주위서 이자를 많이 준다는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투자했다.

A씨가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돈을 준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그러고선 4일 뒤인 19일에는 갑자기 A씨로부터 급박한 목소리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났다. 합의해야 하는데 합의금이 없다. 1000만원만 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김씨 가족은 “당장 줄 수 있는 현금이 없다”고 거절했다.

“믿고 맡겨봐”
투자자 모아

결국 A씨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들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친 것이다. A씨가 한국에 없으니 이자를 주는 사람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경찰은 “이미 A씨가 해외에 도주했다. 인터폴에 요청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피해 금액은 계속 커졌다. 몇몇 피해자는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다 가족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입을 모아 A씨를 빨리 잡아달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피해자 3명이 모여 A씨를 잡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다. 이들 3명(B씨)은 현지 영사관에 방문했지만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B씨가 A씨를 찾기 위해 수소문한 곳은 여행사였다. A씨는 우즈베키스탄 언어인 우즈베크어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지 통역사 없이 우즈베키스탄서 지낼 수 없었다. 

현지 통역사 수소문 중 A씨를 만난 적 있다고 밝힌 한 사람은 그의 개인 정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면서 영사관에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B씨는 영사관을 찾아 “한국서 A씨에 대한 적색수배(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가 곧 내려질 것이다. 우리가 피해 당사자인데 좀 도와달라”고 말했지만, 영사관으로부터 “여기서 분란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당시 B씨 일행은 A씨가 거주하고 있는 호텔을 알아낸 상태였다.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에 체류 중인 외국인에 한 해 3일에 한 번씩 ‘거주증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추적해 알게 된 거주지다. 

이 같은 사실을 영사관에 알려도 영사관에선 “곤란한 일을 만들지 말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영사관이나 현지 경찰도 도와주지 않으니 우즈베키스탄 현지서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한인 식당이나 한인 마을을 돌며 사진을 들고 물색에 나섰다.

그러다가 기적같이 A씨를 알고 있다는 사람을 찾아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고 A씨에게 연락했다. 도망 중인 사람에게 ‘너 잡으러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면 누가 만나줄까? 일행 중 그나마 피해 금액이 가장 적은(1억6000만원) 일행 중 한 명이 나서 A씨를 회유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A씨의 변제 능력 여부 ▲한국으로의 귀국이었다.

B씨 일행은 A씨가 묶고 있는 호텔에 방문해 10시간이 넘게 이야기했다. 이 과정서 A씨는 “돈은 없다. 이곳저곳에 돈을 사용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두려워하면서도 돈이 없다고만 했다. 

B씨 일행은 A씨에게 “너가 필리핀 마닐라로 가면 도망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고, A씨 역시 이에 동조해 필리핀으로 향했다. 문제는 마닐라 숙소를 구할 돈이 없었다. 장기체류를 하게 되면 숙박비가 많이 든다. A씨는 스스로 여자친구에게 5000만원을 달라고 전화 요청했지만, 여자친구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B씨 일행이 모두 잠이 든 사이 도망쳤다. 당시 핸드폰 2대를 갖고 있던 A씨는 한 대는 남겨두고 한 대만 가져갔다. 남겨놓은 핸드폰에는 “죽음으로 죄를 갚겠다”는 유서를 남겨놨다. 


“일단 돌아가자” 현지서 만나 회유
“한 푼도 없다” 유서 남기고 사라져

도망치는 A씨를 본 사람은 숙소 가사 도우미였다. 도우미가 봐도 A씨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양말을 신지도 않은 채 길거리를 걸어 택시를 탔다. 그 방향으로 1시간 반 넘게 가면 바닷가 마을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B씨 일행도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는 작은 동네와 붙어 있었는데 그 동네를 아무리 뒤져도 A씨를 찾을 수 없었다. 8시간 뒤, 한인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400명 넘게 있는 필리핀 한인 단체 카톡방에 “바닷가서 한국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 있나요”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것이다. A씨를 찾고 있었던 B씨 일행에게 이 연락이 닿았다.

A씨는 그 지역 한인회장이 경찰로부터 인계받아 보호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인회장에게 가는 도중 A씨는 다시 도망쳤다. 도망치면서 결제하지 않은 병원비는 B씨 일행이 결제했다. 쫓고 쫓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B씨 일행도 지칠 대로 지쳤다. 다만, A씨의 여권을 B씨 일행이 가지고 있었는데, 여권은 전달해줘야 했다.

이 시점부터 A씨가 사기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채업자, 향우회 인맥이 A씨가 갈만한 곳에 연락한 것이다. 이때부터는 한인회장이 B씨 일행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A씨는 도망쳤지만 멀리 가진 못했고 필리핀서 도망치던 중 다른 한인에게 사기를 당했다. 들고 있던 골프 가방, 서류 등 마지막 물건들을 모두 뺏기자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결국 A씨를 잡은 것은 B씨 일행이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회유한 덕분이다. 필리핀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경찰은 B씨 일행에게 수사를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어디에?

B씨 일행은 “A씨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죽어서라도 한국에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의 너무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했다. 결국 피해자가 우즈베키스탄, 필리핀까지 가서 잡아온 것”이라며 “처음 뉴스에 보도되길 ‘공조수사’로 A씨를 잡았다고 발표했다. 전혀 그런 것(우리 도움 내용)이 없어서 억울하다. 지금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A씨가 재산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사기업체 내부자료
“과세 근거로 삼아도 적법”

다단계 사기업체의 내부자료라도 신빙성이 있으면 과세 근거로 삼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외환 차익거래 사업을 벌인 B사에서 2014∼2016년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B사 설립자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약 5년간 1만2000명으로부터 1조74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A씨 역시 회사의 사기행위에 동조한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2020년 1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재직 기간 회사와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투자약정을 체결해 약 2년간 매월 이자 명목으로 대여금의 5%, 이익 배당금 명목으로 투자금의 2%를 지급받았다.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피해액 커도 사업소득액 산정 무관”

과세당국은 A씨가 이렇게 받은 이자·사업소득 약 5억8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9월 그에게 세금 1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당국이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자료를 토대로 세금을 산정했기 때문에 근거과세 원칙에 반한다”며 과세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사 자료에 신빙성이 있고, 이를 근거로 한 과세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 자료 내용 중 특별히 사후적으로 변경됐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폰지 사기는 오직 다단계 구조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수익금 지급 현황을 장부에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사업 유지의 필수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금거래를 수시로 기록하는 만큼 장부의 신뢰도가 높다는 취지다.

A씨는 “B사에서 받은 돈보다 B사에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투자 피해액이 더 커 사실상 사업소득이 없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받은 수당보다 재투자로 인한 투자 피해액이 더 크더라도, 재투자는 총수입금액에 포함한 수당을 처분하는 한 방법에 불과해 사업소득액 산정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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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