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반도체, 무슨 관계?

부동산시장에서 ‘반세권’의 인기가 거세다. 반세권은 반도체 현장과 가까운 입지를 말한다. 경기도 용인시 동탄2신도시 등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 소식에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또 경기도 이천시, 평택시 등 반도체 산업을 이미 확보한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경기도 용인 지역 부동산이 꿈틀대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생산단지 조성 소식이 들려오면서 기대 심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33% 하락했다. 지난주(-0.24%) 대비 0.09%포인트(p) 내리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하지만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29% 뛰었는데, 지난주(0.43%)에 이어 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주택가격 하락
거래절벽 현상

부동산 침체장에서도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개발 호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정부가 용인시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는 모습이다.

실제 개발 예정지 인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한 달 사이에 1억원 이상 오르고,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반도체 단지와 가까운 입지를 뜻하는 ‘반세권’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주택거래뿐만 아니라 토지거래도 증가했다는 게 일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곡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5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일 4억3000만원에 손바꿈됐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가(3억6000만원) 대비 1억원가량 뛴 것이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완장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6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29일 4억80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지난 2월 거래가(3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올랐다. 2021년 11월 최고가(5억1500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 ‘송전마을세광엔리치타워’ 전용 84㎡도 지난달 25일 3억6000만원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가(2억8300만원)와 비교해 7700만원 상승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기준 호가는 4억원까지 치솟았다.

동탄2신도시도 반도체 호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와 맞닿은 남동탄 일대가 호재에 힘입어 상승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동탄 일대 ‘동탄레이크자연앤푸르지오’ 전용 84㎡는 정부 발표 이후인 지난달 24일 8억원에 거래됐다.

동일 평형이 8억원 가격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천시, 평택시 등 이미 반도체 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의 상승 분위기도 눈에 띈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이천시는 지난 2월 아파트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33% 오르면서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하는 반도체 도시 조성 수혜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올리는 수도권 복덩이 ‘반세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재평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평택고덕신도시는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가 지난달 6억7800만원에 거래되며, 2월 거래가 5억8700만원 대비 9000만원 이상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84㎡ 역시 같은 달 7억원에 손바꿈되며, 1월 거래가 대비 9000만원의 상승을 보였다.

분양시장도 반세권 효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전 유성구는 나노 반도체, 항공우주 중심의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이 발표되자마자 인근 ‘포레나 대전학하’가 미분양 물량을 모두 소진하고 완판됐다.

부동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달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대지지분 60㎡를 넘는 부동산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 취득 시에는 2년간 실거주가 의무다. 

여기에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예정일이 오는 2042년으로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단기간 급등한 주택가격은 되돌림 현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볼 수도 있어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산업단지 
개발 호재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주거 여건 개선 등의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지역 가치는 물론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미래의 부동산의 핵심 가치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군을 갖추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러한 반도체 산업 지역의 가치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반도체 수혜가 기대되는 수도권 분양 단지.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 금강주택은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에 조성되는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0층, 14개동으로 84㎡ 718가구, 100㎡ 385가구 총 1103가구의 대단지다. 전 세대 남향 위주 배치와 함께 판상형 설계, 4베이 평면구조를 도입해 공간활용성을 높였다.

또 전체 부지의 50%를 조경공간으로 채우고 다양한 테마가든이 갖춰진 공원형 단지를 만들어 주거쾌적성을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

신주거문화타운은 동탄2신도시에 계획된 7개의 계획지구 중 마지막 남은 주거지구다. 교통환경으로는 내년 개통 예정인 GTX-A노선 SRT동탄역을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는 동탄도시철도(트램) 2호선도 지나갈 예정이다. 또 신리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접근성이 용이하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BL= 제일건설㈜이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BL’을 분양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인접한 직주근접 아파트로, 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 2블록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12개동, 총 1152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 세대가 전용면적 84·103㎡의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전 세대가 남향 위주로 배치되며, 넓은 동 간 거리를 확보해 채광과 통풍, 개방감을 높였다. 또 전 세대에 4베이(Bay) 판상형 평면 설계가 적용돼 공간활용성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100% 지하주차장 설계를 통해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를 구성한다. 이곳에는 다채로운 테마가든을 도입해 쾌적함을 더할 예정이다.

사우나,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등 고품격 커뮤니티를 도입해 입주민의 주거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평택에서 7번째 공급되는 제일풍경채 브랜드 아파트로, 가재지구 1, 3블록에도 제일풍경채 브랜드 아파트의 후속 분양을 통해 총 3701세대의 대규모 제일풍경채 브랜드타운을 형성할 예정이다. 평택지제역과 함께 인근에는 송탄IC, 평택동부고속화도로(2024년 예정), 평택제천고속도로 등이 있어 광역교통망이 우수하다.

20년 가까운 시간 기다려야
되돌림 현상으로 타격 주의

초등학교 및 유치원 부지(예정)가 계획돼있다. 홈플러스, CGV, 이마트, 프리미엄 아울렛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 정주여건도 뛰어나다. 이 밖에도 인근에는 평택 최초의 종합의료시설인 아주대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링턴 플레이스 진사= 효성중공업은 안성 공도읍 진사리 일원에 ‘해링턴 플레이스 진사’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2개 블록 12개동, 전용면적 74~100㎡, 총 992가구(1블록 355가구, 2블록 63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앞서 공급한 평택 센트럴 해링턴 플레이스(1058가구),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1·2단지(3240가구), 평택 소사벌 효성해링턴 코트(447가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안성 공도(705가구) 등 안성·평택 지역에 총 6442가구 규모의 브랜드 타운을 완성할 예정이다.


남향 위주의 동 배치로 채광 및 통풍이 우수한 설계를 적용했다. 또 알파룸, 팬트리, 3면 발코니(일부 타입) 등 집 안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일부 타입에는 주방 하부장, 드레스룸 올인원시스템(유리 슬라이딩 도어, 시스템 파우더, 시스템 선반)을 제공하고, 우물천장, 특화조명 등으로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도 선보일 예정이다.

피트니스센터, GX룸,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연습장, 샤워실(남녀), 락카룸(남녀), 썬큰과 연계되는 휴게실, 카페테리아, 주민카페, 돌봄센터, 스터디룸 등 다양하게 들어선다. 특히 가족은 물론 외부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3개소나 마련돼 여유로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공도읍은 안성과 평택을 잇는 입지로 두 도시의 생활인프라를 모두 공유할 수 있다.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를 통해 평택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으며, 지역 내 스타필드 안성 등 복합쇼핑몰도 위치해 주거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각종 개발사업 및 대기업의 투자유치 등을 통해 도시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첨단 스마트도시로도 기대가 높다. 의료·정밀·광학기기 등 첨단·지식산업 10개 업종을 중점으로 유치하는 안성테크노밸리(2024년 예정)를 비롯해 안성 제5일반산업단지(2025년 예정), 스마트코어폴리스(2027년 예정)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대박인가
쪽박인가

양진초를 도보로 통학 가능하며, 가까운 위치에 양진중, 용죽지구 학원가, 진사시립도서관 등 우수한 교육환경도 갖췄다. 경기 남부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안성’ 및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트킹 등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쉽다. 단지 주변 약 5700㎡ 규모의 공원(조성 예정) 및 소사지구 문화공원, 역사유적공원 등 녹지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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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