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박지원 역할론

‘정치 9단’ 다시 중앙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고문의 물밑 행보가 민주당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입방아에는 박 고문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의심부터 당 차원의 경고까지, 다양한 소문이 담겨있었다. <일요시사>에 의견을 전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가 ‘도를 넘어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고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옹호했다는 듯한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한번 
시험대 서다

그러자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비명(비 이재명)계 쪽에선 곧바로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했다”고 발언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17일 오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나뵀다”며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박 고문의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옹호했다’는 박 고문의 주장과 ‘해석의 차이’라는 비명계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논쟁의 양상은 진실게임으로까지 번졌다. 비명계는 문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논점을 틀었고, 박 고문은 당일 일정에 대해 자세히 증언하며 문 전 대통령 발언의 신빙성을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해당 내용을 직접 묻지도, 또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도 않는 일종의 ‘관습’ 같은 것이 있다”며 “박 고문의 발언이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언론에 알리는 일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 꼬집었다.

“정계 원로인 박 고문이 왜 그런 행위를 했느냐”는 <일요시사> 질문에는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저런 소문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 최근 당원 대상 강연에 본인을 초빙해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박 고문이 민주당에 복당한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고, 당내 영향력 있는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박 고문은 지난해 말, 민주당 탈당 6년 만에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합 차원에서 그의 복당을 받아들였다.

민주당 박성준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그동안 최고위서 찬반이 팽팽했지만 대통합 차원에서 복당을 수용하자는 이재명 대표의 의견에 그간 반대하던 최고위원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다”고 복당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비대위원장? 차기 대표? 향후 행보 주목
“모든 계파에 영향력…박 고문 밖에 없다”

박 고문의 복당을 반대했던 최고위원 중 한 명은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6년 전 민주당 분당의 책임이 그에게도 있기 때문”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알다시피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손 잡고 민주당을 둘로 갈라놓은 장본인 중 하나다. 그가 최근 이 대표에 관한 과도한 칭찬과 함께 복당하려 하는 것에도 숨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고문은 2016년 “통합을 위한 탈당”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서 파생돼 호남에 싹을 틔우던 각종 야권 신당들을 “통합하겠다”며 당을 나왔고, 실제로 안 의원(현재 국민의힘)과 손을 잡은 뒤 국민의당을 이끌었다.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이 2016년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해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의 명분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민주당을 떠나 호남서 신당을 창당하던 인물들이 당시 친노(친 노무현)계에 저항하던 세력들이었고, 당내 원로인 박 의원이 그 갈등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로 선출된  친노계 민주당을 박 고문이 의도적으로 힘을 뺐다고 본다.

심지어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에 그는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으로 본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때 화두가 된 ‘호남홀대론’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친노와 호남이 갈라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 전당대회서 문 전 대통령의 강세를 박 고문이 꺾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통합이냐
분당이냐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 당선된 뒤, 민주당 내부에선 갈등이 더욱 고조되어갔다. 갈등 끝에 결국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탈당을 시작했고,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호남에 찾아가 선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 신민당의 박준영 의원, 통합신당추진위원회의 박주선 의원, 원외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 등이 그들이다.

박 고문은 당시 호남의 신당들을 통합해야 야권의 힘이 최대한 유지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촉매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호남 신당들을 통합한 뒤에 국민의당과 합치겠다는 ‘대통합론’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박 고문은 탈당 후 뱉은 말들을 대부분 현실화시켰고, 탈당은 일단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때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민주당 당원들 및 의원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분당의 책임이 있는 중진급 의원들은 아직도 민주당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며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노선을 아예 바꿔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박 고문의 복당이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 대표의 ‘정치적 결단’으로 분석했다. 당내 입지가 불안정한 이 대표가 박 고문을 당내로 받아들여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게자들은 박 고문 역시 이를 알고 민주당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도넘은 행보
따가운 시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 보고 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민형배 의원의 복당 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봤는데 이 대표가 직접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을 설득해 복당을 완료시켰다”며 “신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런저런 계산을 끝마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고문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본인의 정치 커리어를 더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들어와야 했고, 이 대표의 의도를 잘 파악한 뒤 현재 당에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고문의 복당을 먼저 처리한 것이 검찰 출석에 흔들릴 이 대표의 입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박 고문은 당에 들어온 뒤 줄곧 이 대표의 입장을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번에 나온 문 전 대통령의 옹호 발언도 같은 맥락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이들은 현재 이 대표를 옹호하는 것도 본인의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한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이 대표를 내치는’ 모양새보다는 ‘이 대표를 지키지 못한’ 모양새가 표 결집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박 고문은 그동안 이 대표 옹호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여의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을 당시 그는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안 된다”면서 “반대 의견이 41%나 된다는 여론조사를 참조해야 한다. 이것은 진보 지지층이 이 대표 아래로 뭉쳐졌기에 나올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차기 전당대회 노리나?
과거 분당 사태 책임론도

또 ‘이 대표를 정무위가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의 당헌 80조 논란에 대해서도 “대표직 정지 여부는 민주당서 당무위 의결로 결정하기로 돼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나가서 걱정하는 것은 필요 없다”며 사실상 친명(친 이재명)계가 장악한 당무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은 친명계 라인에 선 박 고문은 후에 있을 총선과 차기 전당대회 모두를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또,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급작스러운 사태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할 시, 박 고문이 비대위원장 자리도 노려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한 비명께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비명계가 다음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의원을 떨어뜨리거나, (이 대표에 대한)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가결처리한다면 이 대표의 낙마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며 “그때 공석이 된 당의 리더 자리를 여러 중진 의원, 그리고 권력 의지가 있는 당의 원로들이 노릴 것이다. 박 고문도 그런 인물 중 하나임엔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그리고 친문(친 문재인) 세력까지 모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현재로서는 박 고문 하나뿐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설과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설 등이 힘이 빠져가는 가운데, 박 고문의 비대위원장 설은 오히려 점점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김 전 위원장이나 이 전 대표와는 달리 박 고문은 스스로 권력 의지가 투철한 편이다. 현재도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 제시를 꺼리지 않으며 당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전주을 지역에 찾아가 무소속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가 당 차원의 경고 카드를 받기도 했다.

내부서 ‘박 고문이 다음 총선을 넘어 차기 전당대회까지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두의 편
모두의 적

그러나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박 고문의 행보를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그가 비록 모든 계파에 어울릴만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확실한 지지 계파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9단’이라고 알려진 박 고문의 정치역량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됐다. 내년 총선 전까지 박 고문이 ‘모두의 편’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모두의 적’이 될지 민주당 당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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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