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2인자’ 정명석 그림자 추적

‘기쁨조 총책’ 여자를 바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성폭력 혐의’를 받는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를 향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1심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명석을 포함한 JMS 간부들의 성범죄 은폐 행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정명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씨의 악랄한 행태도 폭로되고 있다. 사실상 정명석을 보좌하면서 성폭력을 방관하고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조은(가명)씨는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의 실제 이름은 김모씨다. 정명석이 성범죄로 해외로 도피했을 때부터 신뢰를 쌓기 시작하면서 JMS 2인자가 됐다. 정씨는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정명석에게 지속적으로 여성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들이 정씨가 아니었다면 정명석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하는 이들이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수장 잃고
실세 우뚝

정씨는 JMS와 정명석에 대해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J 언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인물로 JMS 2세가 아니다. 다른 JMS 소속 여신도들과 비슷하게 고등학생 시절에 포교됐다. 복수의 JMS 탈퇴자는 그가 명동전도단에 들어간 이후 2002년부터 정명석과 함께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을 다니면서 신임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정명석이 구속됐을 때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측근을 자처하면서 정명석의 큰 신뢰를 얻은 것이다. JMS 간부였던 한 인사는 “바닥에서부터 크지 않고 정명석의 눈에 바로 들어 뽑힌 사람”이라며 “모두가 반대했을 때 정명석을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석이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재 JMS를 이끌 사람은 정씨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씨는 정명석이 수감됐을 때도 잠시나마 JMS를 이끌었던 경력이 있다. 당시 그는 천국성령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JMS 지교회를 다니며 강의했다.


주요 예배 등 굵직한 설교를 맡으면서 JMS 내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정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의 명칭인 ‘상록수’였다. JMS의 위상이 높아졌던 이유였을까? 정명석은 막내 격이었던 정씨에게 사도라는 직분을 내렸다. 이어 ‘성령상징체’라는 직함을 얻게 되면서 정명석의 오른팔로 거듭난다.

피해자들 여러 차례 ‘가스라이팅’
성범죄 막았다고? “거짓말” 증언

이처럼 정명석의 절대적인 신임과 직함으로 정씨는 정명석 뒤를 이을 사람으로 거론된다. JMS 내에 정씨 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직 지도자로서 부족하다는 게 JMS 탈퇴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정씨는 분당에 위치한 주님의흰돌교회 담임목사다. JMS에서는 주님의흰돌교회를 ‘표상 교회’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교회고, 신도들이 가장 예배를 드리고 싶은 교회로 꼽힌다.

한 JMS 탈퇴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사람이 수백명씩 붐빌 정도로 많아서 미리 신청한 후 핸드폰으로 QR코드 인증을 해야 들여보내 준다”고 주장했다.

JM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흰돌교회 지도자 모임’이라는 제목의 영상 녹음파일이 올라왔다. 해당 파일에는 정씨가 성남시 분당구 주님의흰돌교회에서 진행한 예배 내용이 담겼다.


정씨는 정명석이 저질러온 성범죄에 대해 ‘육사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겉으로는 영사랑을 말하고 실제로는 육사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모두가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명석을 향해 “과오가 있다면 모두 청산할 기회는 지금이다. 지금은 ‘육사랑 청소시간’”이라며 “선생님(정명석)에 대해선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하고 직접 말씀하길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방치
범죄 지속”

자신은 정명석에게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부터 지난 3년6개월 동안 이 부분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하고 호소했다”며 “여자들이라면 선생님 옆 반경 3m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고, 제가 가장 믿는 세 명을 세워 철저히 여자들을 봉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철저히 영사랑을 지켜왔다”며 “조은이는 (성범죄를)몰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17세였던 1998년에 전도돼 조금이라도 알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생님에게 소리까지 지르는 바람에 저는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까지 됐고, 선생님과 멀어지게 됐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정씨는 예배 후 열린 참석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정명석에 대한 증언들이 다 사실이냐’는 교인의 질문에 “확대 해석이 있으나 어느 정도까진 사실”이라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씨는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성범죄 피해를 당하게 한 인물이 정씨라는 증언이 지속되고 있다. JMS 탈퇴자이자 정명석 성폭행의 피해자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메이플은 JTBC와의 인터뷰서 “정조은, 그 사람은 그냥 악마”라고 주장했다.

비선실세
악의 축?

JMS서 탈퇴한 신도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명석을 만나기 전)최종 면담은 항상 정조은이 했다” “정명석이 감옥에 있을 때 예쁘고 키 큰 애들 뽑아 면회를 제일 열심히 다닌 게 정조은” “정조은이 여성들을 선별하며 선생님이 너를 예뻐해주는 거라고 설득했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JMS 탈퇴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19년에 정씨를 만난 적이 있다. 세뇌에서 벗어나 탈퇴 직전에 정명석에게 더 잘하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리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탈퇴자도 “성범죄를 알고도 방관한 것 그 이상이었다. 막으려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정씨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조력자들도 있다. 그들도 정씨처럼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를 향한 탈퇴자들의 비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JMS 내부는 갈등 국면을 맞이했다. JMS 교단은 장로단 명의로 정씨의 예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 정씨가 저지른 교회 내 비위에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씨가 수십억원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초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 세탁 등 개인 비위를 감추기 위해 돌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정 일부 혐의만 대리 인정…본인 의혹은 부인
JMS 장로단 “투기 감추려…” 내부 분열 양상

그러자 JMS 측은 전국 교역장 일동으로 입장문을 잇달아 내면서 정씨와의 관계를 끊는 한편, <나는 신이다>에서 나온 정명석의 성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입장문을 보면 “12일 흰돌교회에서 발표한 정조은 목사의 주장은 개인의 의견으로서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지난 12일 흰돌교회에서 발표한 정조은 목사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 각 직무에 관한 어떤 일도 의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정씨의 행동이 쿠데타로 보는 시각도 있다.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거짓 증언을 시켜 정명석을 끌어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씨가 담임으로 있는 흰돌교회에서도 입장문을 내고 “거짓된 혀로 정명석 총재를 음해하고 있는 정조은 목사는 단상에서 내려오라”며 담임목회자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정씨를 추종하는 주충익 목사와 지도자들의 총사퇴도 요구했다.

실제 이들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MS 일부 교도는 정씨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달 분당경찰서에 접수했다. 성직자로서 각종 비리와 부동산 명예신탁, 횡령은 물론이고 사치와 호화로운 생활을 일삼고 자신에 대한 비판자를 제명하는 등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
내부 갈등

JMS 교단 측이 운영하는 ‘섭리사닷컴’ 카페에서는 ‘정조은 비리’라는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의혹 관련 자료를 올리고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정씨는 수십만원짜리 티셔츠는 기본이고, 800만원이 넘는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L사 시계는 1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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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