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2인자’ 정명석 그림자 추적

‘기쁨조 총책’ 여자를 바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성폭력 혐의’를 받는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를 향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1심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명석을 포함한 JMS 간부들의 성범죄 은폐 행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정명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씨의 악랄한 행태도 폭로되고 있다. 사실상 정명석을 보좌하면서 성폭력을 방관하고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조은(가명)씨는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의 실제 이름은 김모씨다. 정명석이 성범죄로 해외로 도피했을 때부터 신뢰를 쌓기 시작하면서 JMS 2인자가 됐다. 정씨는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정명석에게 지속적으로 여성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들이 정씨가 아니었다면 정명석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하는 이들이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수장 잃고
실세 우뚝

정씨는 JMS와 정명석에 대해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J 언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인물로 JMS 2세가 아니다. 다른 JMS 소속 여신도들과 비슷하게 고등학생 시절에 포교됐다. 복수의 JMS 탈퇴자는 그가 명동전도단에 들어간 이후 2002년부터 정명석과 함께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을 다니면서 신임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정명석이 구속됐을 때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측근을 자처하면서 정명석의 큰 신뢰를 얻은 것이다. JMS 간부였던 한 인사는 “바닥에서부터 크지 않고 정명석의 눈에 바로 들어 뽑힌 사람”이라며 “모두가 반대했을 때 정명석을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석이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재 JMS를 이끌 사람은 정씨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씨는 정명석이 수감됐을 때도 잠시나마 JMS를 이끌었던 경력이 있다. 당시 그는 천국성령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JMS 지교회를 다니며 강의했다.


주요 예배 등 굵직한 설교를 맡으면서 JMS 내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정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의 명칭인 ‘상록수’였다. JMS의 위상이 높아졌던 이유였을까? 정명석은 막내 격이었던 정씨에게 사도라는 직분을 내렸다. 이어 ‘성령상징체’라는 직함을 얻게 되면서 정명석의 오른팔로 거듭난다.

피해자들 여러 차례 ‘가스라이팅’
성범죄 막았다고? “거짓말” 증언

이처럼 정명석의 절대적인 신임과 직함으로 정씨는 정명석 뒤를 이을 사람으로 거론된다. JMS 내에 정씨 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직 지도자로서 부족하다는 게 JMS 탈퇴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정씨는 분당에 위치한 주님의흰돌교회 담임목사다. JMS에서는 주님의흰돌교회를 ‘표상 교회’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교회고, 신도들이 가장 예배를 드리고 싶은 교회로 꼽힌다.

한 JMS 탈퇴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사람이 수백명씩 붐빌 정도로 많아서 미리 신청한 후 핸드폰으로 QR코드 인증을 해야 들여보내 준다”고 주장했다.

JM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흰돌교회 지도자 모임’이라는 제목의 영상 녹음파일이 올라왔다. 해당 파일에는 정씨가 성남시 분당구 주님의흰돌교회에서 진행한 예배 내용이 담겼다.


정씨는 정명석이 저질러온 성범죄에 대해 ‘육사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겉으로는 영사랑을 말하고 실제로는 육사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모두가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명석을 향해 “과오가 있다면 모두 청산할 기회는 지금이다. 지금은 ‘육사랑 청소시간’”이라며 “선생님(정명석)에 대해선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하고 직접 말씀하길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방치
범죄 지속”

자신은 정명석에게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부터 지난 3년6개월 동안 이 부분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하고 호소했다”며 “여자들이라면 선생님 옆 반경 3m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고, 제가 가장 믿는 세 명을 세워 철저히 여자들을 봉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철저히 영사랑을 지켜왔다”며 “조은이는 (성범죄를)몰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17세였던 1998년에 전도돼 조금이라도 알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선생님에게 소리까지 지르는 바람에 저는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까지 됐고, 선생님과 멀어지게 됐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정씨는 예배 후 열린 참석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정명석에 대한 증언들이 다 사실이냐’는 교인의 질문에 “확대 해석이 있으나 어느 정도까진 사실”이라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씨는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성범죄 피해를 당하게 한 인물이 정씨라는 증언이 지속되고 있다. JMS 탈퇴자이자 정명석 성폭행의 피해자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메이플은 JTBC와의 인터뷰서 “정조은, 그 사람은 그냥 악마”라고 주장했다.

비선실세
악의 축?

JMS서 탈퇴한 신도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명석을 만나기 전)최종 면담은 항상 정조은이 했다” “정명석이 감옥에 있을 때 예쁘고 키 큰 애들 뽑아 면회를 제일 열심히 다닌 게 정조은” “정조은이 여성들을 선별하며 선생님이 너를 예뻐해주는 거라고 설득했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JMS 탈퇴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19년에 정씨를 만난 적이 있다. 세뇌에서 벗어나 탈퇴 직전에 정명석에게 더 잘하고 미안하다고 말씀드리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탈퇴자도 “성범죄를 알고도 방관한 것 그 이상이었다. 막으려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정씨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조력자들도 있다. 그들도 정씨처럼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를 향한 탈퇴자들의 비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JMS 내부는 갈등 국면을 맞이했다. JMS 교단은 장로단 명의로 정씨의 예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 정씨가 저지른 교회 내 비위에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씨가 수십억원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초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 세탁 등 개인 비위를 감추기 위해 돌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정 일부 혐의만 대리 인정…본인 의혹은 부인
JMS 장로단 “투기 감추려…” 내부 분열 양상

그러자 JMS 측은 전국 교역장 일동으로 입장문을 잇달아 내면서 정씨와의 관계를 끊는 한편, <나는 신이다>에서 나온 정명석의 성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입장문을 보면 “12일 흰돌교회에서 발표한 정조은 목사의 주장은 개인의 의견으로서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지난 12일 흰돌교회에서 발표한 정조은 목사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 각 직무에 관한 어떤 일도 의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정씨의 행동이 쿠데타로 보는 시각도 있다.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거짓 증언을 시켜 정명석을 끌어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씨가 담임으로 있는 흰돌교회에서도 입장문을 내고 “거짓된 혀로 정명석 총재를 음해하고 있는 정조은 목사는 단상에서 내려오라”며 담임목회자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정씨를 추종하는 주충익 목사와 지도자들의 총사퇴도 요구했다.

실제 이들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MS 일부 교도는 정씨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달 분당경찰서에 접수했다. 성직자로서 각종 비리와 부동산 명예신탁, 횡령은 물론이고 사치와 호화로운 생활을 일삼고 자신에 대한 비판자를 제명하는 등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
내부 갈등

JMS 교단 측이 운영하는 ‘섭리사닷컴’ 카페에서는 ‘정조은 비리’라는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의혹 관련 자료를 올리고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정씨는 수십만원짜리 티셔츠는 기본이고, 800만원이 넘는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L사 시계는 1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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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