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분양시장 ‘봄이 오려나’

금리 정점론과 정치권 압박에 은행 대출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얼어붙었던 주거용 분양시장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의 1·3 대책과 무순위 청약 규제 완화에 이어 이달부터는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 1~2월엔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였지만, 이달부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시장에 분양 물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재개발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 등이 미분양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 이외의 성적을 거두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분양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우려
이외의 성적

경기권에서는 지하철 7호선 철산역 도보권인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가 선착순 분양 결과 100%로 마감했다. 계약을 시작한 지 2주 만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순위 청약 당시 930가구 모집에 902명만 신청해 경쟁률이 0.97대1을 기록했던 곳이다. 무순위 청약을 거치고도 미계약분을 해소하지 못해 미분양 우려가 커졌으나 선착순 계약에서 모든 물량을 소진했다.

은행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3%로 전월(4.74%)보다 0.11%p 내렸다. 지난해 4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 8개월(11월) 만에 하락 전환한 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연초 8%에서 6%로 낮아졌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 1월20일부터 주담대 변동형 금리를 0.8%p 내렸다. KB국민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1.05%p 내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82%로 지난해 12월(4.29%)보다 0.47%p 하락하며 3%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코픽스가 11개월 만에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하락으로, 3%대 코픽스는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시중 은행들은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코픽스 하락을 반영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 이러한 대출금리 인하 기조와 시장 회복 심리가 작용하며,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주택 매수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5로 전주 대비 0.4p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2월 둘째 주부터 3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분양 심리의 회복세를 엿볼 수 있다.

악재들 해소? 수도권 아파트 들썩
1~2월 몸 사리다 3월부터 기지개

수도권에서는 신도시와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매매가 반등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운정신도시 대장단지로 불리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6억8000만원에 거래돼 전월 거래가(6억2000만원) 대비 6000만원 올랐다.

광교신도시에서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역세권 아파트인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달 11억6500만원에 팔려 전월 거래가(11억600만원)보다 약 6000만원 높게 거래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대출, 세금 등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한 게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로 한동안 의사 결정을 미뤄왔던 수요층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 악재들이 남아 있는 만큼 매수를 원하는 수요자들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청약 등의 방법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를 비롯해 특례보금자리론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또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주거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금 여력이 되는 범위라면 부동산 실수요자에게는 지금이 내 집 마련에 적기가 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여건들이 하나씩 해소됨에 따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봄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시장 분위기 반전 기대감이 돌며 움츠렸던 분양시장이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과 신도시에서 이달 분양하는 단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4개동, 총 707가구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59~84㎡ 185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되며 특별공급에도 전용84㎡ 49가구가 포함된다. 

인하 기조
회복 심리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2개월을 넘고, 지역·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한 만 19세 이상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자는 보유 주택수와 세대주 여부에 관계없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1순위 청약에는 추첨제 물량도 포함된다. 1·3 부동산 대책으로 영등포구가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된다.

추첨제는 청약 가점과 관계없이 입주자를 선정한다. 

분양가는 3.3㎡당 3411만원이다. 분양가상한제도 해제됐지만 조합과 GS건설은 지난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가격 그대로 분양에 나서기로 했다. 옵션 미포함 분양가는 전용 59㎡ 8억6000만원대, 84㎡ 11억7000만원대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10%로 정당계약 시 1차 계약금 2000만원(정액제)을 내고 30일 이내에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움츠렸다…
반전 기대감

중도금 60%에 대해서는 이자 후불제가 적용된다. 입주는 2026년 3월 예정.

▲휘경자이 디센시아= GS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휘경3구역 재개발을 통해 ‘휘경자이 디센시아’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4개동, 총 1806가구로 들어선다. 이 가운데 39~84㎡ 70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전용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39㎡ 19가구, 59㎡ 607가구, 84㎡ 74가구다.

지하철 회기역(1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과 외대앞역(1호선)을 모두 끼고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다. 망우로, 한천로,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도 접근이 가까워 서울 곳곳으로 이동하기 용이하다. 청량리역 인근에 롯데백화점·롯데마트, 상봉역 인근에 코스트코 등이 위치해 있다.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 주요 대학이 주변에 자리한 것도 특징이다. 중랑천도 인접해 있다.

▲운정자이 시그니처= GS건설이 파주운정신도시에서 ‘운정자이 시그니처’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8층, 13개동, 전용면적 74~134㎡, 총 98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총 15개의 다양한 타입을 선보여 선택폭을 넓혔다. 세대분리형 타입을 비롯해 옥외공간형, 오픈형 발코니, 펜트하우스 타입 등 특화 평면 설계를 도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GTX-A 운정역 인근에 자리해 이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GTX-A노선 운정역~서울역 구간은 현재 공사 중으로 오는 2024년 하반기에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돼 단지는 뛰어난 서울 접근성이 기대된다. GTX-A 운정역 주변은 역세권 특별계획구역을 통해 상업·업무·공원·문화시설 등이 조성될 계획이어서,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주거 편의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뛰어난 정주여건도 갖췄다. 인근에는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다수 위치해 있다. 영화관, 교하도서관 등의 생활문화 편의시설도 가깝다. 주변에는 운정호수공원, 산내공원, 한솔공원, 양지말공원 등 풍부한 녹지 환경도 갖춰져 있다. 

은행 대출금리 내림세
무순위 청약규제 완화
다주택자 주담대 허용

조경 면적을 전체 부지의 절반에 가까운 약 45%로 확대해 쾌적함을 더할 예정이다. 자이(Xi)만의 시그니처 조경공간인 ‘엘리시안가든’, 아이들을 위한 테마형 어린이놀이터 ‘자이펀그라운드’ 등을 비롯해 ‘운정마당’ ‘운정작은숲’ 등 다양한 조경 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단지 내에는 자이(Xi)의 특별한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자이안’도 들어선다. 스크린골프를 갖춘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피트니스, GX룸, 다목적체육관, 냉·온탕과 건식사우나가 포함된 남녀 사우나 등이 마련된다.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숲속도서관 등 특화 커뮤니티도 조성할 예정이다. 

▲베르몬트로 광명= 광명뉴타운 광명2구역 재개발 단지인 ‘베르몬트로 광명’이 분양 절차에 돌입했다. 총 3344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726가구다. 약 3300가구의 대단지에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가깝고, 목감천도 인근이라 청약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는 2024년 9월 예정.


▲인덕원 퍼스비엘= 대우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이 뭉친 컨소시엄이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서 ‘인덕원 퍼스비엘’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34층, 14개동, 전용면적 39~84㎡ 총 2180가구 규모다. 이 중 586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온다. 

주 출입구부터 공원까지 66 00여 ㎡에 달하는 통경축 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수경·휴게시설을 배치한 ‘그랜드비스타’를 넣는다. 광장을 중심으로 수목이 어우러진 ‘에잇센셜 가든’이 조성될 계획이다. 에잇센셜이란 ‘Eight’과 ‘Essential’의 합성어로 8개의 자연 친화적 정원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라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올라가는 신규 아파트다. 내손초, 내동초, 백운중, 백운고 등 도보권 내 초·중·고교가 위치한 원스톱 학세권 단지로 꼽힌다. 경기도 최대 규모 학원가로 꼽히는 평촌학원가와 벌말도서관 등 다양한 교육시설이 주변에 있다. 

내 집 마련
지금 적기?

단지 앞에 학의천이 위치하며 학의천 시민쉼터와 산책로 등 수변시설도 조성돼 있다. 포일공원, 내손체육공원도 인접해 있어 입주민들이 휴식·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뉴코아아울렛,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등도 가깝다.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1.4㎞ 거리에 위치한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이 핵심이다. 인덕원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계획에 포함됐다. 안양, 과천을 거쳐 판교까지 잇는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도 추진 중이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