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끝까지 나답게’ 허은아

“이 당,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나라는 국회의원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세금 주기 아깝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민의힘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당의 때를 벗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미지 컨설턴트 출신답게 의원실은 입구부터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돼있었다. 

딱딱한 인상보다는 환하게 열려 있으니 누구든 들어오라는 이미지마저 느껴진다. 허 후보는 오로지 민생을 위해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허 후보를 만나 출마 이유,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당원 이야기, 공약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허은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공정·혁신이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또 한 가지는 선출직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부분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유를 말하고, 공정한 사다리를 마련하려면 공정한 시스템이 늘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사람이 혁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개혁파다. 

-최고위원 출마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출마 이유는?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당 이미지는 바뀌었다.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이 돼야 하는데, 공정도 자유도 사라지고 폭력과 구태가 횡행한 상태다. 이 안에서 ‘내가 지켜봐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꼭 나여야만 할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스스로 자질이 있는지도 되돌아봤다. 두 번째는 겁이 났다. 지금 당내 분위기 자체가 약간 겁나는 분위기다. 

-출마 고민을 상당 기간 동안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20대라면 덜 두려웠을 것이다. 20대부터 실패를 많이 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DNA가 내재해 도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사실 좀 겁났다. 아이도 있고, 나보다 가족 생각에서다.

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허은아답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권력을 얻겠다고 시작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난 당당하다. 

자유·공정·혁신 최우선 가치로
현장서도 윤핵관 겁나 몰래 응원  

-현장에선 어떤 목소리를 들었나?


▲시장도 가고 현장 가서 당원 목소리, 국민 목소리를 들어보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신다. 당 좀 살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몰래 불러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혹시라도 우리가 잘못될까 봐 그러신단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우리가 상당히 걱정되시나 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사실 존경까지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배운 대로 정치인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상식으로 일을 해왔다. 당원들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부분을 갖고 존경한다, 고맙다. 이준석 전 대표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얼마나 일을 못해서, 우리 당이 도대체 어떻게 해왔기에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지긋하신 60, 70대 분들이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게 힘들지 않나?

▲대구서 출발해서 경북 영천·군위·의성·상주·문경까지 여러 곳을 갔다. 군위는 시장에 가기로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고 가지 말라고 들었다. 그 정도다. 마지막에 갔던 곳도 상점에 딱 두 분이 계셨다. 문경도 나름 큰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현장에 가면 꼭 시장을 찾는다. 큰 시장이 아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이다. 막상 도착하면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람도 없다. 어르신 몇 분이 거기서 장사하고 계신다. 지역 시장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장사하시며 40년째 책임당원으로 계신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께선 내게 “젊은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 힘들겠다”며 걱정해주셔서 너무 미안했다. 그 시장은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뭐 했길래 이렇게 방치하듯이 돼있는지 모르겠다. 동원한 사람들 모아놓고 외치게 했던 그 시장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영남 지역에 대해서 소외된 분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당내 상황이 혼란을 거듭하는 이유를 진단한다면?

▲당내 상황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권력욕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지만 너무 도가 지나쳤다. 새 옷을 입고 우리가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약속을 분명 드렸다. 야당에 있을 때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속했는데 여당이 되면서 뒤에 숨어있던 구태 세력들이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으로 당을 망쳤다.


정상적인 상황이 비상 상황으로 변했다. 18년 동안 당이 변화하던 모습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로 만들고 이 전 대표를 날리면서 두 사람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당 대표 후보한테까지 하는 행위는 상식적이지 않다. 당원들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면서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핵관을 향해 비판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

▲지금 윤핵관과 싸우는 건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자신들만의 권력을 위해 보수의 가치나 당내 민주주의를 흔드는 이들이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그분들이 더 흔들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기존 정치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텐데…

▲작금의 시대정신은 세대교체로 본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가 공부할 때 교과서 격으로 사용하던 <수학의 정석>을 지금은도 똑같이 사용할까? 여의도 문법이라는 것도 기존 문법과 현재 문법, 미래 문법이 계속 달라진다. 이런 부분을 기존의 세력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꽉 쥐고 있는 부분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권력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당 망쳐
‘천하용인 상식적인 것’ 하는 사람들

-국민의힘 상황 중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변인단 공개 선발을 통해 청년들이 우리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30대 후반 여성분들도 많이 유입됐다. 완전히 판도가 바뀐 상황에서 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 계신 어른들도 알고 계신다고 한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최근에는 잠잠하다

▲전면에 나서는 게 역효과라는 걸 스스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리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대서 이슈된 부분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모두가 컷오프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후반전에 임하는 각오는?

▲꼭 당선된다. 과거의 문법에 절대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민심 속에 있는 당원의 마음을 끌어내겠다. 나에게는 아직 여러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도부에 입성해서 이루고 싶은 일은?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지도부가 되고 싶다. 말로만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예전에 했던 일이 고객 만족과 감동시키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기초해서 진행해야 한다. 당원들이 표를 줄 때만 당원이 주인이 되는 건 위험하다. 평상시에도 당원을 주인처럼 모시고, 당원은 우리를 위해 뛰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도부나 리더가 이끌 때 당원들은 따라줬다.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행해야 하는 게 공천 혁명이다. 반드시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 혁명은 낙하산 공천을 없애서 기존에 열심히 일하고, 투쟁한 인물에게 보상해주는 것과 같다.

적어도 공천 시스템이 공정하다, 내가 도전할만하다는 느낌을 들도록 해야 한다. 또 권력 자체를 당원과 국민에게 되돌려드리는 일을 하겠다. 이런 이유에서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 

-안 후보도 공천을 당원으로부터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내가 내세우는 공천개혁은 경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나와서 싸우고 싶으면 당당하게 평가받자는 게 다르다. 경선하고 선택을 받으면 된다. 선택은 결국 당원 몫이다.

“총질 말하는 사람 
국민 복장에 총질”

윗사람이 평가하면 안 된다. 공천권 때문에 지금까지 권력끼리 싸움을 벌여왔다. 공천 혁명은 나에게 하나의 키워드와 같다. 

-천하용인은 개혁보수임을 자처한다. 개혁보수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자유와 공정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 당은 뻔한 걸 안 해서 문제다. 천하용인은 상식적인 것을 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주의서 빠져나와 국민에게 가깝게, 또 당연하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를 움직이기 위해 현재를 걸어간다. 이런 인물들이 개혁보수다. 

-일각에선 너무 개혁보수 목소리만 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내 안정을 원하는 당원도 상당수 있는데?

▲윤핵관이 전형적으로 원하는 프레임이다. 맹목적인 추종과 결 자체가 다르다. 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목소리만 따라가는 건 북쪽에 계신 분들이 하는 것이다. 난 한 가지 생각과 의견만 내는 걸 반대한다. 당선만 되면 쓴소리보다 더한 소리를 하겠다. 우리 당을 위해서라도. 

-내부 총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프레임이다. 정상적·상식적으로 하면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선전·선동하고 있다. 아주 ‘민주당스럽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민주당과 전쟁을 치르려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부 총질을 말하는 사람은 ‘국민 복장 총질러’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어떻게 내부 총질인지 모르겠다. 현장 좀 다녀봤으면 좋겠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당선된다면 공천 시스템이 개선될 거라고 보나?

▲기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비례대표제도 번호 순번을 바꿔 기존처럼 하겠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분명 당원이 주인이라고 김 후보도 외친다. 당원이 주인이라면 당원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 당원과 약속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전 지도부서 사퇴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다시 출마했는데…

▲이번 전대는 보궐선거나 다름없다. 조 후보는 민주당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일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바꿔 자신들이 또 나왔다. 이걸 갖고 우리 당은 얼마나 많은 비판을 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인은 어떤지 되돌아봐야 한다.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스스로 사퇴했다. 멀쩡했던 지도부를 비대위로 만들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대충 할 거라면, 출마도 안 했다. 각오는 충분히 돼있고, 당원들이 조금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응원가를 부르는 것으로 폄훼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응원가를 부르는 이유는 당원들이 원해서다.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한 명의 당원이라도 원했기 때문에 했던 일이다.

당원의 말은 고객의 요청과 비슷하다.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윤 프레임, 이준석 프레임, 아바타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다. 제발 당원만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나는 이 당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