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미분양 아파트 고르는 법

급속도로 증가하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는 공급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택 분양 수요 감소에 비례해 미분양 주택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107가구로, 전월(5만8027가구) 대비 17.4% 증가했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은 미분양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만약 미분양의 원인이 교통이나 학교 등 인프라 부족이라거나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는 경우, 아니면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선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잘 지어도…

멀리 두고 봤을 때 크게 발전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미분양의 원인이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거나 한꺼번에 많은 공급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들 물량은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파악했다면 다음으로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 교통, 교육, 환경 등의 조건이 부족한 경우 미분양이 발생한다.

아파트를 잘 지었더라도 생활하는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하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최악의 경우 심지어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동과 호수를 고를 수도 있으며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만약 갖고 있는 여유 자금을 이용해서 투자하는 것이라면 대단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해서 임대주택사업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미분양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하자가 있는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미분양 아파트를 제대로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미분양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현장답사는 필수. 입지 여건이 좋지 않거나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어서인데 이 같은 요소들로 인해서 향후 가격 상승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미분양 원인이 부동산과 경기침체로 인해서 비롯됐거나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면 이런 요소가 해결된 후에 가격 회복과 함께 더 많은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 아파트를 투자할 때는 알짜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대단지에, 교통이 편리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며, 가격 메리트가 있는 아파트가 좋다.

미분양 아파트는 대단지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주변의 주거환경도 좋아 재조명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큰 가격 상승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곳보다는 분양 당첨자의 취소로 발생한 미계약분이나 분양 직후 잔여가구가 많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를 고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주인 못 찾은 전국 아파트 7만호 육박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 조건이나 할인을 확인하고 추가 혜택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교통 여건은 반드시 알아봐야 하고, 편의시설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로열층으로 구입하는 것도 좋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고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 대중교통이 편리한 아파트가 가장 좋은 공략 대상 미분양 아파트다.

다시 말해 미분양 아파트를 고를 때는 교통 여건, 환경조건, 생활 편익시설 등을 중점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 환경의 경우 단지 규모, 평형 배정, 동 배치, 주차시설, 난방 방식, 용적률, 단지 경사도, 조망권, 평명, 분양가, 임대료, 환금성, 발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단지 규모는 최소 50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지역주민소득과 평형 규모가 조화를 이루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동 배치는 남향인지 살펴보고 일조량은 충분한지 확인한다.

가구당 주차 대수가 충분한지도 알아야 한다. 난방 방식은 지역난방인지, 개별난방인지 봐야 한다. 용적률은 200% 이하로 주거환경이 쾌적한지 여부를 확인한다. 단지가 평평한지 단지 경사도도 살펴보면 좋다. 보통 아파트가 평지에 있을 때 좀 더 살기 편하다.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서 저렴한지 확인한다.

해당 아파트의 거래가 활발하거나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단지 아파트여서 환금성 측면에서도 좋은 투자 아파트인지 고려해야 한다.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로 건설과 국가사업, 지하철역 개통 계획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대단지
할인 조건

대표적인 교통 여건으로 지하철과 버스가 있다. 특히 지하철역이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다면 수요가 높다. 도심과 연결되는 버스 노선이 많고 아파트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 따져보고, 자동차를 이용해서 도심으로 나갈 때 막히는 구간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환경조건으로 소음, 대기오염, 주변시설을 파악해야 한다. 자동차나 지하철, 비행기로 인한 소음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주변 환경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 한다. 자동차 도로와 인접해 있다면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녹지 영역이 조성돼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변에 유흥시설이나 유해시설이 없는지 주변시설도 살펴보면 좋다.

생활 편익시설로는 교육시설, 유통시설, 문화시설, 관공서, 의료시설, 금융기관이 있는지 따져보자. 걸어서 갈 수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학원 밀집지역이 있어도 가격 상승 요건이 된다.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시장이 있으면 좋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수영장, 골프장, 헬스장과 같은 체육시설이 있는지 확인한다. 

지하철
주변시설


근처에 주민센터나 시군구청과 같은 관공서가 있다면 좋다. 나이가 있는 경우 의료시설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근에 병원이나 보건소가 있다면 장점이 된다. 근처에 다양한 은행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다음은 올해 상반기 눈여겨볼 미분양 아파트.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가 아파트 분양가를 기존보다 10% 이상 낮추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용 59㎡의 경우 8억800만원에서 7억2720만원(평형별 타입 중 최고가 기준), 84㎡는 10억7200만원에서 9억6480만원 선으로 낮아진다. 

지하 3층~지상 38층, 23개동, 전용면적 36~99㎡, 총 288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36~84㎡ 1228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일반 분양 물량의 약 90%가 실거주에 용이한 중소형 타입이며, 선호도 높은 판상형 위주의 평면설계를 더했다. 타입에 따라 파우더룸, 드레스룸, 팬트리 등 활용도 높은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유리 난간 창호, 타일 아트월(전용 46㎡ 이상 해당), 143㎜ 광폭 강마루(전용 59·72·84㎡ 해당) 등 고급 마감재를 사용했다. 단지 중심에서 거대한 공원을 이루는 ‘포레스트 파크’와 도시의 감성을 누릴 수 있는 ‘라운지 파크’ 등 대규모 조경 공간이 조성된다. 

반경 약 300m 거리에 덕현초, 약 700m 거리에 신기중이 있다. 또 범계중, 평촌고, 동안고, 백영고 등 다수의 교육시설이 가까이 있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평촌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홈플러스 등 쇼핑시설부터 평촌아트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안양시청 등 문화·의료·행정시설까지 평촌신도시 생활권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인근에 자유공원, 평촌중앙공원, 호계근린공원 등 풍부한 녹지가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동탄2 파크릭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에 들어서는 ‘동탄2 파크릭스’ 미분양 잔여세대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A51-1BL, A51-2BL, A52BL, A55BL 총 4개 블록으로 공동주택 44개동, 총 2063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전용면적은 74·84·97·110㎡로 구성되며, 이 중 A51-1·A51-2·A52 블록 1403세대를 1차로 분양 중이다.

4베이 및 5베이 맞통풍 구조로 통풍과 채광이 우수하다.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로는 골프연습장, 남여 샤워실, 피트니스센터, 작은도서관, 실내 어린이놀이터 등이 들어선다. 

환경, 교통, 생활…
중점으로 확인해야

이 밖에 LED조명, 대기전력차단, 태양광발전, 지능형 조명 제어시스템 등 에너지 절감 시스템과 입주민 안전을 위한 현관안심카메라, 무인경비, 주차관제 차번호인식, 푸시앤풀 디지털 도어록, 200만화소 CCTV, 지하주차장 비상벨 등이 설치된다. 헤파필터, 광플라즈마 장착 공기청정기 및 전열교환기가 유해물질 및 미세먼지를 제거해 실내 깨끗한 공기질을 유지해준다.

수변공간, 기흥CC 등과 인접하고, 화성상록GC, 신리천 등으로 둘러싸여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도보권에 유치원 및 초·중·고가 들어서며, 영화관, 마트, 백화점 등 신도시의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근거리에서 편리하게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사통팔달 우수한 교통여건으로 경부선, 용인서울고속도로 등 서울 및 경기권 진입이 편리하며, 동탄도시철도, GTX-A, 인덕원동탄복선전철개발계획,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개통 등 다양한 교통 호재가 예정돼 있다.

동탄2신도시에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와 기흥캠퍼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두산중공업, 한미약품, 화성일반산업단지, 동탄물류단지, 쿠팡 동탄물류센터 등 다양한 기업과 물류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 분야 기업인 ASML이 2400억원을 투자해 클러스터 착공식을 가졌다.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광명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광명에서 2년 반 만에 신규 분양하는 단지다. 지하 3층~지상 최고 40층, 23개동, 총 3804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84·114㎡ 1631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분양 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이며, 중도금 대출금액은 이자 후불제를 적용한다.

지상 공간에 주차장 대신 녹지·휴식 공간이 어우러진 테마공원과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주민운동시설 등을 단지 곳곳에 마련했다. 커뮤니티 시설 ‘클럽 자이안’에는 실내 수영장을 비롯해 피트니스 및 GX룸, 실내골프연습장 등 운동시설과 작은도서관, 공유 오피스 등 각종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이 도보권에 있어 고속터미널역, 강남구청역, 반포역, 논현역, 청담역 등 강남 주요 지역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안양천로, 서부간선(지하)도로를 통해 상암동이나 여의도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출퇴근이 편리하고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평택파주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망으로 진출입이 용이하다. 

편리한
출퇴근

단지 근처에 광명경찰서와 광명시청,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광명시법원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다. 중앙시장, 광명전통시장,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이마트, 주요 은행 및 로데오거리 등도 가깝다. 단지 가까이 도덕초가 들어설 예정으로 초등학교가 가까운 아파트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연서도서관, 철산도서관, 철산역 인근 학원가도 인접해 있다. 단지 옆에 안양천이 있어 일부 가구에서 조망이 가능하며, 건너편에는 현충근린공원이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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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