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완구업체 손오공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먹구름이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불안정한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손오공은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송달받아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 가처분 신청에는 ‘채무자 주식회사 손오공은 이 사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 내에 본점에서 채권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해 별지 기재 주주명부의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적대적?
또한 ‘손오공은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채권자에게 그 이행완료일까지 위반일수 1일당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손오공은 이번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주명부열람은 주주에게 주어진 권리로, 가처분 신청 역시 주주에 의해 제기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처분 신청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소액주주운동 등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통상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손오공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공시 직후 손오공의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4분 기준 손오공의 주가는 전 거래일(1972원) 대비 2.28% 상승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20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가처분으로 표면화된 갈등
경영권 분쟁 암초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손오공은 1996년 최신규 창업주가 설립한 완구 유통사다. 2000년대 초 ‘탑블레이드’ 팽이가 히트를 치며 성장 기반을 닦았고,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 장난감이 연달아 성공하며 업계 1위로 성장했다.
2016년 10월 손오공은 새 주인을 맞았다. 최 창업주가 보유했던 손오공 주식 16.93%(370만7856주) 가운데 11.99%(262만7539주)를 인수한 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손오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마텔은 세계 최대 완구업체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한국 파트너사로 손오공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손오공은 ‘핫휠’ ‘바비인형’ ‘메가블럭’ 등 마텔 완구에 대한 국내 독점 유통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완구 제품을 마텔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각지로 수출하는 시너지도 기대해봄직했다.
하지만 양사 기대와 달리 손오공은 이후 거의 매년 매출액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1293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9년 734억원까지 줄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 317억원,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마텔은 손오공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6년 만에 발을 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마텔은 보유 지분 9.77%(262만7539주)를 김종완 대표 측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김 대표 등이 7.77%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는 김 대표로 바뀌었다.
불안요소
다만 김 대표의 경영권이 안정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김 대표는 주식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6.45%로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지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소액주주 보유 지분은 90%를 넘는 등 경영권 분쟁 발생 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