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부결’ 민주당, 한동훈 법 위반 의혹 제기 노림수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비밀누설죄 고발 검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28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서 부결 처리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여부에 대한 무기명 표결서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 처리했다.

노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거듭 말씀드리지만,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 범법자로 몰아서 정말 억울하다”며 “이건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표결에 앞서 본회의에 출석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청탁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등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돼있는 파일이 있다”며 검찰이 확보한 노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이튿날인 29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듣거나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한 장관의 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기존의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의 취지나 절차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정도가 아닌,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박 의원의 워딩은 마치 한 장관이 기존 법무부 장관들과는 달리,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 및 국민들에게 노 의원에 대한 혐의를 구체적으로 발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이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난달 22일과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었다. 당시 노 의원은 “결백하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혐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연일 검찰의 야당탄압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이 체포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상식적으로도 크지 않다.

즉, 이날 한 장관이 노 의원의 혐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했던, 하지 않았던 이미 의원들 개개인의 찬반은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날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정치 검찰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제거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부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현행 법령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며(정부조직법 제32조),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검찰청법 제8조)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법무부는 “적법한 보고절차에 따라 사건을 보고받고,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 혐의와 증거관계를 사실대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혐의나 증거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동전 던지기처럼 깜깜이식으로 체포동의안의 가결 또는 부결을 결정해야 한다는 일부 정치인의 주장은 죄가 인정되는지와 체포가 필요한지가 아니라 정당의 손익계산에 따라 체포동의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반박과 앞선 의원총회 개최 등을 감안하면 이번 박 의원의 법 위반 의혹 제기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박 의원이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날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성명불상의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죄’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 같은 민주당 차원의 움직임은 민주당의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논란을 ‘한동훈 고발’로 덮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른바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인 ‘이슈는 이슈로 덮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 여권 인사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청담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른 국감 핵심 사안들이 죄다 묻혔던 경향이 있다”며 “이후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한 장관 및 윤석열 대통령을 봤다는 건 거짓말이었다고 자백하면서 해당 건은 결국 유야무야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날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상돼있던 결과였다. 정가에선 ‘이변이 없는 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노 의원이 야당 의원이고 과반(150석) 이상인 169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부결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당장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감안해 선례를 만들어야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한 민주당 관계자의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동의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면 당내 논란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 차병원 등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경북 안동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며 세 결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이 자신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특권 뒤에 숨으려고 할 게 아니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하게 출석해 결백을 소명하고 그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것이 당원 및 국민들로부터 더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정계 원로인사는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이 부여된 것은 부당한 탄압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뜻”이라며 “그런 국회의원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특권을 검찰 수사를 막는 데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비리나 부패 혐의까지 방탄막을 쳐서는 곤란하다”며 “이처럼 오용·악용 소지가 계속 되풀이된다면 폐지를 논의할 때가 왔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 처리된 데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명방위훈련’이 국회서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이재명 예행연습. 실전은 걱정 안 해도 될 듯”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것 자체가 비겁하다.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같은 당 류호정 원내 대변인은 “시대착오적인 불체포특권은 대한민국 시민이 국회를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탄 국회를 자처했다. 이런 결정은 국민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모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검찰은 노 의원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약 3억원에 달하는 현금다발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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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