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끼고 살면 ‘살아있네〜’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투자가 집중된 지역의 시장은 여전히 활발한 모습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일자리가 꾸준히 창출돼 직주근접 수요가 탄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낙수효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인접한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경기 평택시 지제동 일원에 위치한 ‘지제역 더샵 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최고가인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7월 거래 금액(5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4억4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긍정적인 
낙수효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인근에 있는 ‘한들물빛도시 지웰시티 센트럴 푸르지오 2단지’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최고가 7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는 지난해 5월 체결된 5억480만원으로,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 8월 거래된 전용면적 101㎡도 종전 2020년 10월 거래가(5억3430만원) 대비 2배가량 오른 10억5000만원에 매매를 체결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남 창원시도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로템, LG전자, 한국지엠 등을 비롯해 협력업체까지 다양한 기업이 한데 모여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다. ‘창원자이’ 전용 157㎡는 지난 7월 최고가 7억원으로 종전 최고가(6억9500만원)를 넘은 가격에 거래됐다.


‘힐스테이트 마크로엔’ 전용면적 59㎡도 종전 최고가(4억9935만원)를 넘어 지난 10월 최고가 5억457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대기업 일대 단지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는 높은 청약 경쟁률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수원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조합원 계약 취소 물량 6가구에 대한 청약 경쟁률이 310.83대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와 인접해 있다.

지난 2월 동국제강,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대기업으로 출퇴근 여건을 확보한 ‘포항자이 디오션’은 평균 124.0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로템, LG전자, 한국지엠 등 대기업과 인접한 ‘창원 롯데캐슬 프리미어’는 지난 3월 151.74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투자 집중 지역 여전히 활발한 모습
일자리 창출에 직주근접 수요 탄탄

대기업 특수가 기대되는 지역들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근무 인력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발전과 부동산 가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제 대기업이 들어선 지역이나 주변에 공급되는 단지들은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5월 대표적인 삼성전자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화성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1순위 청약에서 809.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충남 아산에서 분양한 ‘탕정역 예미지’도 평균 325.1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시세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 등 다수의 대기업이 들어선 마곡지구에 위치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는 전용 84㎡타입(12층)이 지난 1월 1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5월 거래(14억500만원)보다 약 1억6000만원 상승한 금액이다.


주변 공급 단지
청약 경쟁 치열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매탄동 ‘매탄위브하늘채’는 지난해 5월 7억35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타입(15층)이 같은 해 11월 8억1700만원에 손바꿈해 1억원가량 올랐다.

대기업 후광효과는 아파트에만 그치지 않고, 업무시설인 오피스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기업의 계열사, 협력업체 등 기업체를 대상으로 오피스는 임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상가는 상주인력을 배후 수요로 상권 활성화 및 수익률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6월 마곡지구 인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 ‘마스터밸류 에이스’ 지식산업센터와 상업시설은 분양 당일 완판 됐다.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치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포스트 센트로드 송도’ 오피스도 분양 3일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높은 시세
완판 행진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 내 대기업이 들어서는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주거 수요가 급증해 일대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다”며 “특히 주변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생활 인프라 확충 등으로 주거 여건이 개선되면서 부동산 가치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기업 인근에 들어서는 분양 단지.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특례시 의창구 사화동에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를 통해 의창구의 첫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해당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롯데건설은 의창구는 물론 창원특례시에 공급된 기존 단지와는 차별화된 설계를 대거 적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 공급 브랜드는 상징성이 큰 데다 건설사들도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입지와 상품성 등을 좀 더 면밀히 챙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가 공급된다. 지하 4층~지상 29층, 15개동, 전용면적 84·102㎡, 총 1965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중대형 면적 위주로 구성됐다.

단지는 LG전자,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한국GM, 효성중공업 등이 들어선 창원국가산업단지와 가까워 직주근접 여건을 갖췄다. 단지가 공급되는 의창구는 비규제지역에 해당돼 주택 소유와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 충북 청주시에 들어서는 첫 번째 해링턴 브랜드 단지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가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7층, 5개 동, 전용면적 84·94㎡ 아파트 602세대, 전용면적 84㎡ 오피스텔 130실 등 총 732세대,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94㎡ 중대형 평면 구성, 넉넉한 수납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에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피트니스 센터, 키즈카페, 스크린골프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는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최고층인 47층으로 설계돼 랜드마크 기대감이 높다. 단지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최중심에 위치해 차별화된 직주근접 라이프를 누릴 전망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는 청주시 흥덕구 강서2동 일원에 총면적 379만여㎡로 조성되며 총사업비 2조1584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내에는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출퇴근이 가능한 도심형 산업단지다.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일원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지하 3층~지상 28층, 9개동, 전용면적 39~84㎡, 총 746세대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59·84㎡ 485세대를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다. 59㎡A 333세대, 59㎡B 111세대, 84㎡ 41세대 등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 공급된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서…
주거·수익형 단지 후광효과

주방에는 음식물 쓰레기 이송 설비를 배치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한층 편리하게 해줄 계획이다. 엘리베이터나 단지 내 냄새 없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센터, G.X룸, 실내골프연습장, 클럽하우스, 상상도서관, 독서실, 사우나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제철, 동국제강,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출퇴근 여건이 양호하다.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평택시 화양지구 5BL(블록)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31층, 14개동, 전용 72~84㎡ 총 1571가구 규모 대단지로 지어진다. 전체 가구가 남향 위주로 배치됐다. 대부분이 ‘국평(국민평형)’ 전용 84㎡로 구성됐다. 

청약 시 ‘비규제 프리미엄’과 함께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TV(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최대 70%까지로 규제지역 대비 높을 전망이다. 특히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으로 입주 전까지 중도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융비용이 발생치 않아 자금 마련 부담이 대폭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빌리브 리버런트= 신세계건설은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 22-4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빌리브 리버런트’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4개동, 전용면적 78·84㎡ 총 311가구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상세 전용면적별로 78㎡ 101가구, 84㎡A 156가구, 84㎡B 54가구로 구성된다. 

울산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남구 신정동에 공급되는 빌리브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으로 오갈 수 있는 출퇴근 여건을 확보했다. 사통팔달 광역 교통망도 갖췄다. 

분양 관계자는 “올해 울산 남구 신규 분양 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평균 8억~9억원대인 것에 반해 빌리브 리버런트는 6억원대의 합리적인 분양가로 실수요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음성 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은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서 ‘음성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에 총 773가구 규모(전용면적 84·113·177㎡)로 조성된다. 이번에 604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단지는 추후 분양 예정인 ‘음성 2차 아이파크’와 합해 총 1653가구 규모의 브랜드 타운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가구 남향 위주로 배치했으며 4베이의 판상형 평면으로 공급한다. 또 1.47대의 넉넉한 주차 공간을 제공하고, 기존 음성 지역과 충북혁신도시 입주 단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캠핑장·키즈 라운지·사우나 등의 커뮤니티 시설이 계획됐다. 여기에 드레스룸과 알파룸 등(일부 가구 제외) 넉넉한 수납공간 설계로 차별화를 선보이며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오가는 
출퇴근 여건

보안 강화를 위해 공동현관에 안면인식 출입 통제 시스템과 주차장 내부에 1200만화소 전방위 CCTV를 설치하는 등 범죄예방 건축설계가 적용된다. 공용부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지하 주차장 통로에 차량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밝기를 조절해 주는 주차장 LED 조명제어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설비가 적용된다. 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 설비도 설치된다. 단지가 위치한 음성군에는 현대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CJ푸드빌, 현대그린푸드, 오뚜기 등 507개 업체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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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