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도 통하는 ‘대단지 효과’

아파트 1000가구 이상을 대단지로 분류하듯 연면적 16만5000㎡(구 5만평) 이상의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분양이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는 유입인구가 많아 상권 형성 및 관리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과거 아파트형 공장의 건축물을 넘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공간을 제공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복합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상징성’은 시장에서 수요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식산업센터 규모가 커질수록 특별하고 다양한 내외부 설계 도입이 가능해진다. 실제 올해 1월 준공을 완료한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 아이에스BIZ타워 센트럴’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2019년 분양 당시 안양 최대 규모(연면적 약 21만6285㎡)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상징성 강조
원스톱 업무

대규모의 연면적을 바탕으로 업무·주거·상업시설로 구성된 원스톱 업무 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입주기업의 편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어린이집 및 옥상정원·북카페 등 수요자의 커뮤니티 구성이 수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지식산업센터에는 최근 랜드마크 경쟁으로 커뮤니티 시설뿐만 아니라 업무시설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특화 설계가 도입되고 있다. 

입주 기업의 물류 상하차를 도와줄 수 있는 다이렉트 패스 시스템, 도어투도어 시스템 등은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지식산업센터에서만 도입이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의 공급량이 늘면서 지식산업센터들의 특성화, 거대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 용어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효과가 지식산업센터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량 증가에 따라 단위당 생산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규모의 경제는 부동산의 규모가 클수록 그 가치와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대형화 추세는 달라진 기업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 기업들은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 증진과 복지에도 관심이 높아 지식산업센터 내 휴식 및 여가공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면적 16만5000㎡ 이상 대규모 단지 주목
유입 인구 많아 상권 형성·관리비 절감

지식산업센터의 규모가 클수록 단지 내 더욱 많은 편의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기숙사나 휴식, 여가공간까지 골고루 갖출 수 있게 된다. 입주 기업 특성에 맞춘 특화 설계도 들어선다. 제조업체의 편의를 위한 물류 상하차 특화 시스템인 다이렉트 패스 시스템이 적용되어 트리아츠에 입주하는 제조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1인기업 및 광고, 영상촬영 기업들을 위한 촬영공간인 포토스튜디오와 크리에이터룸도 도입해 차별성을 두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를 찾는 수요자들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면적 20만㎡를 넘는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공급 대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된 지식산업센터(지난 9월 말 기준) 1414개소 중 연면적 20만㎡를 넘는 초대형 지식산업센터는 1.5%(22개소)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대규모 단지는 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대규모, 최고 높이 등 상징성을 가진 지식산업센터에 수요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대규모로 수요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차별화된 상품성으로 수요자들에게 계약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연면적 20만㎡ 넘는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트리아츠= 군포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하이엔드 지식산업센터 ‘트리아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포시 군포역세권복합개발사업 A-1BL(당동 일대)에서 조성 중인 트리아츠는 국내의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 SK에코플랜트, SKD&D가 시공을 맡았다. 연면적 24만여㎡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8층 규모다.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하이엔드급으로 지어진다. 

거대한 연면적을 가진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급 스펙을 가지고 있다. 업무형과 제조형이 결합된 지식산업센터로,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연면적이 넓은 만큼 다양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공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선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의 주류를 이루는 제조업의 편의를 위해 ‘다이렉트 패스’ 시스템을 도입한다. 제조업 및 물류업체의 원활한 상하차를 돕기 위해 직선 주행을 통해 3개 층을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특화시스템이다. 3개 층을 한 번에 올라갈 수 있게 설계를 진행하는 만큼 연면적이 큰 지식산엡선터에서만 도입이 가능하다. 


제조업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특화설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최근 트렌드 업종인 영상, 광고 기업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입주기업에서 제품을 편리하게 촬영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포토 스튜디오’와 크리에이터가 손쉽게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인 창작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달라진 문화
대형화 추세

군포를 대표하는 지식산업센터인 만큼 외관 설계는 물론 휴게공간도 차별성을 두었다. 탁 트인 전망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옥상정원은 물론 모던한 조경설계로 임직원과 이용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오픈형 광장이 설계된다. 여기에 공용 라운지, 미팅룸, 수면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트리아츠 조성으로 인해 랜드마크급 지식산업센터 확보와 함께 주변 대형 산업단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비즈니스를 시작함에 있어 주변에 다수의 산업단지와 우수한 교통망을 가지고 있는 최적의 입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수요가 많아 좋은 결과를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테라타워 세마역=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 테라타워 세마역’을 공급한다. 세교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6블록(A동)과 7블록(B동)에 각각 지하 3층~지상 15층, 지하 3층~지상 13층으로 합계 총 20만7661.77㎡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지식산업센터다.

드라이브인
도어투도어

A동(6블록) 기준 지하 2층부터 지상 9층까지 지상 ‘드라이브인’ 및 ‘도어투도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주차 램프 진입으로 물류 이동 및 하역이 용이하고, 지상 10층부터 15층까지는 누다락 설계를 통한 업무공간과 다락공간 별도 분리로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조 특화형 지식산업센터로 계획된 만큼, B동(7블록)도 지하 2층부터 지상 10층까지 호실 앞 주차와 하역이 가능하도록 차량 이동이 용이한 ‘드라이브인’과 ‘도어투도어’ 시스템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지상 11층부터 13층의 고층부에는 제곱미터당 약 1.0톤의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게차 교행 이동이 가능한 넓은 복도와 5.1m의 높은 층고를 확보함으로써 물류 이동성이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이 밖에도 입주사의 편의와 문화생활을 위해 소회의실과 대회의실, 피트니스, 스크린골프장 등을 배치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한다.

또 옥상정원과 중정공원 등을 통해 쾌적하고 여유로운 휴게공간을 조성해 근무자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 점이 눈에 띈다.

분양 관계자는 “오산 세마역 일대 역세권에 자리 잡은 대규모 단지로 생활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며 “오산시는 성장관리권역으로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할 경우 법인세 및 소득세가 감면되는 지역이라 사무실 이전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오션센트럴비즈= 골드랜드제이앤제이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포승2일반산단)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 ‘평택 오션센트럴비즈’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40층, 연면적 약 24만㎡ 규모로 지어진다.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 5월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 항만 복합지원시설’로 인증을 받는 등 초고층 지식산업센터로 지역 내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초대형 지식산업센터는 입주 기업 수가 많은 만큼 비즈니스 인프라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등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상업시설, 편의 및 휴게공간 등 다양한 지원 시설도 갖추고 있어 양질의 근무환경을 찾는 CEO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제조형, 스마트형, 업무형 등 각각의 업무유형에 맞춘 사무공간을 갖춰 다양한 기업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에는 제조형 공장이, 지상 5~39층에는 섹션형과 스마트 공장이 들어선다. 

아파트형 공장 건축물 넘어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우뚝

차별화된 특화설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조형 지식산업센터에는 건물 외부에서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하지 않고 내부로 화물차량이 직접 진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시스템이 도입된다. 여기에 사무실 앞까지 주차가 가능해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하역시간을 단축시키는 도어투도어 시스템이 동시에 적용된다.

또 최고 6.9m 층고로 설계해 기존 지식산업센터 대비 공간 활용도와 개방감까지 높였다. 사물인터넷(IoT) 오피스 시스템을 제공해 근무자의 업무 효율성 및 편의성을 높이고, 기업체의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로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인 만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단지 내에는 공용회의실, 중앙수변공원 등을 비롯해 지상 5층에 잔디광장과, 야외 농구코트, 풋살장 등 체육시설이 마련된다. 지상 6층부터 11층까지는 층별 테라스정원이 조성된다. 

특히 40층에는 서해바다, 서해대교 평택항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가 마련되는 등 쾌적한 업무환경과 휴게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에는 워터갤러리, 힐링포레스트, 선큰가든 등 다양한 휴식공간과 연계된 원스톱 스트리트몰로 조성돼 입주사들의 업무효율 및 편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들의 힐링 스폿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인프라 형성

지식산업센터 내 입주 기업을 중심으로 약 2만5000명의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인근 산업단지 종사자 등 배후수요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지도 좋다. 평택 오션센트럴비즈가 위치한 포승2지구는 평택포승 BIX 및 평택항만배후단지, 평택자동차클러스터 개발 등에 따른 최대 수혜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평택시는 최근 2035 평택시 기본계획을 통해 서부권인 포승, 안중, 현덕을 부도심으로 묶어 국제 핵심 물류, 제조 기반, 항만, 관광 및 휴양 기능을 부여해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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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