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어느 덧 턱밑까지 다다랐다. <일요시사>와 만난 법조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가 이 대표를 점점 더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혐의 입증 가능성이 확연히 커진 게 사실”이라며 “예를 들어 (폭로 전엔)한 가지 가능성만 보고 수사했다면, 지금은 매우 큰 서너 가지 가능성을 보고 수사하고 있다. 곧 결론이 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끝마치고 얼마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심산이다. 그러나 그를 구속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국회 제1당의 대표 구속이라는 부담감을 떠안아야 하고, 법적으로는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시키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방탄 국회
일반인과는 달리, 현역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선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검찰은 구속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원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발부를 결정하면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과정이 국회의원일 경우 곱절로 복잡해진다.
우선 국회의원의 구속 사유를 소명하기 위해 더 복잡한 영장 청구서를 작성해야 한다. 재산과 주소 등 개인정보들이 모두 공개돼있는 국회의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낮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영장 청구서를 작성하더라도, 검찰은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 요구서도 작성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수사기관이 제출한 체포 요구서는 대검찰청, 법무부 등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후에 정부 명의로 국회의장에게 전달된다.
국회의장은 체포 동의 요청을 받은 후 처음 개시되는 국회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해야만 하고 국회는 이를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 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 투표에서 가결 처리를 받아야만 검찰이 비로소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 수감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에 부쳐지게 되고 과반 의원 출석, 과반 의석의 동의가 있으면 가결된다. 투표가 무기명에 부쳐지는 만큼 국회의원들은 본인의 소신에 따라 동료 의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구속 영장 발부되면 동의안 가결?
21대 국회 사례 보니…모두 가결
요즘 국회 분위기는 모두 가결시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모두 세 차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바 있다. 2020년 10월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처음으로 회계 부정 등의 의혹으로, 지난해 4월에는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각각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렇듯 세 건의 체포동의안은 모두 ‘통과’됐다. 이른바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씌웠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21대 국회 들어 거의 작동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점점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정치권은 불체포특권을 사용하는 데에 점점 더 인색해지고 있다.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세 의원이었기에 동료 의원들은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 가장 최근 구속이 확정된 정치인인 국민의힘 정 전 의원은 용인시장 재임 시절 당시 받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제3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그는 제7대 용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후원회장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시행사의 민원을 들어줬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부인했으나, 수사기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 대한 수사를 점점 더 깊게 확대해나갔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용인시청 및 기흥구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했고, 혐의와 관련된 증거들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전 의원이 용인시가 시공사 등에 인허가 절차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해결해줬다고 봤고, 땅을 값싸게 구매한 정황들이 뇌물죄와 연관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 끝에 경찰은 2월과 6월, 두 차례나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얻어낸 건 검찰이었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제3자 뇌물혐의죄를 이유로 정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구속 여부는 국회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혐의 구체화 뒤 던지는 검찰
민주당, 이 대표는 다르다?
수사기관의 끈질긴 수사로 혐의가 점점 구체화됐고, 검찰이 마침표를 찍자 국회가 결국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계에선 민주당 이 대표의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검찰의 주요 인력들이 모두 ‘대장동 사건’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혐의가 점점 더 구체화될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직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검찰이 구속영장과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이미 그에 대한 혐의 사실을 입증한 후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검찰이 그런 결정(체포 동의안 요청과 구속영장 청구)을 내린 시점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라며 “그런 경우에 민주당이 이 대표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 수는 169석이다. 즉, 단독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힘을 갖고 있지만, 정치 평론가들은 부결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당 전체 민심과 이 대표의 구속을 맞바꾸는 셈이기 때문이다.
단독 부결을 노리고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선 투표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6일, 같은 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사례를 보더라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계파가 심하게 갈려있는 탓이기도 하고,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심하게 보고있는 탓이기도 하다. 특히나 이 대표의 경우라면 더욱 총선을 앞둔 시점일 것이기에, 이 같은 이유들이 더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 예외?
부당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주어졌던 현역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국회가 스스로 방탄을 포기하는 분위기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의 경우만 다르게 판단할지 유권자들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