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갈라치는 이준석 트라우마

야인이 던진 돌에 혼비백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입맛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대로 표출되고 있다. 본인들 입맛에 맞춰 전당대회 룰을 개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아 보인다. 결국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민심은 뒷전이 돼버린 모양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전면에 다시 나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시기가 점차 윤곽이 잡히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내년 3월 중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당대회는 당권주자마다 연말 개최, 연초 개최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마찰음이 일었다. 전당대회 시기가 3월로 유력해진 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만남 이후다. 

또 돌풍 
일으킬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시기를 조금 더 구체화시켰다. 정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운을 띄운 뒤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 비대위원장의 임기 종료 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까지 구성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시동을 걸겠다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차기 당 대표의 가장 우선시 되는 부분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는 차기 총선 문제와도 직결돼있다.

일각에서는 대권주자의 당 대표 도전이 부담스럽다는 주장과 함께 MZ세대, 수도권을 대표할 수 있는 당 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에 강력한 그립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자기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강점을 띄우며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화 모드로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 핵심 세력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2선에 물러나 있다가 돌아오면서 당내 또 다른 스피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친윤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만큼 이른바 ‘김장 연대’로 불리기도 한다. 비윤 당권주자들은 친윤 당권주자들을 강력하게 견제 중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도 윤심과는 거리를 둔다.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심을 팔지 말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충신, 윤핵관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치한 얘기”라며 견제 액션을 취하고 있다.

친윤 세력은 윤심을 받는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세를 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계와 비윤계로 나뉘어 있는 상태로 추후 두 세력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윤 “여론조사 반영 줄여야”
비윤 “시대 역행, 민심 무시”

계파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한동안 또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전당대회 룰이다.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현행 방식은 7(당원):3(여론조사)으로 이뤄져 있다. 2004년 도입한 이후로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18년 째 현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를 처음 반영한 때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당시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이 역풍을 맞은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이 실시한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최다득표한 인물로 선정된다. 직전 당 대표 선거 때 이준석 전 대표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론조사 덕분이다. 당심에서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밀려 2위를 기록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58%로 과반을 얻어 나 부위원장을 앞질렀다. 

결국 당심보다 민심의 선택을 받았던 당 대표였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이 전 대표의 당선은 정치 사상 첫 30대 당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0선 정치인의 당 대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말 그대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 덕분에 당선된 대표는 이 전 대표뿐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여론조사가 반영된 이후 2위 후보를 한참 앞선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여론 득표율은 함께 출마한 4명의 총합보다 17%p 높았다. 이 전 대표의 당 대표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선 중에도 터졌던 당내 갈등이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확전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성상납 의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궁지에 몰렸던 이 전 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지만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불붙은
물밑경쟁

당내에서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의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졌고, 당헌과 당규까지 바꿔가며 이 전 대표를 자리에서 사실상 끌어내렸다. 현재 이런 상황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결과가 나오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는 아직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 전 의원이 나와도 아무것도 할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고 읽힌다. 전당대회 룰을 수정하려는 이유들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가장 큰 이유는 당 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책임정치라는 면에서 당이 생각하는 대표를 뽑은 뒤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게 옳다는 논리다. 

게다가 현재 룰은 국민의힘 당원의 권리가 축소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현행 반영 비율을 유지하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될 때만 해도 국민의힘 당원 수는 28만명이었다. 현재 책임당원은 80만명까지 3배가량 폭증했다.

당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이 분리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인데 결국 당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과거 이 전 대표에게 패배했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새다. 


민심 반영 비율을 줄이면서 당원 비율을 늘리면 당내 당권주자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차기 당 대표 적임자로 국민의힘을 지지층의 선택은 나 전 부위원장이 1위다. 뒤를 이어 안 의원, 김 의원이 추격하는 그림이다. 나 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들 중 전당대회 룰 변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바로 김 의원이다. 그는 “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당원 의사가 반영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는 게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심으로
충분해?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다른 당 대표 후보군에 비해 인지도가 밀린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야 김 의원에게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

조경태 의원은 당원 선택을 100% 반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100% 투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당 대표를 여론조사로 뽑는 곳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자는 또 다른 이유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 전 의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당내 당권주자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탓에 역선택이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 


그러나 이를 두고 같은 친윤 그룹임에도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은 본래 9대1이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당선될 때 7.5대2.5로 민심 비율을 올렸다”며 “국민이 보기에 어떻게 보이겠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당원이 중요하고, 자긍심을 드리는 게 의미 있지만 민심을 멀리하는 듯한 당만의 섬으로 가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한 비윤 세력과 친윤 그룹 간의 간극은 극명하다. 안 의원은 전대룰 변경에 대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며 단순히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게 민심 왜곡이라고 보는 셈이다. 

안 의원 말대로 여론조사를 배제하면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자가 배제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데도 비당원으로 배제된다면 총선에서의 호소력은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필패?
당권주자 하나같이 영남 행보

이와 관련해 안 의원실 관계자는 “차기 총선을 생각하고 이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세를 보고 따라가야 한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듯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역시 굉장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이 자기 마음대로 떨어뜨리기 위해 룰을 바꾼다”며 “축구 경기하다가 골대를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100%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도 여러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방향성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에 비판이 가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래 보수당이기 때문에 오른쪽을 지향하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오른쪽만 바라보는 추세다. 

이런 탓에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대부분은 국민의힘을 지지했었다. 이 같은 선택이 서진 정책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했던 노력과는 반대되는 행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당권주자들이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본격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하기 전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영남권 현안에도 모두 한마디씩 보탤 정도다. 

지난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워원회가 작성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예측안을 살펴보면 선거인단 약 32만명 중 영남권 당원은 51%가 넘는다. 국민의힘 당원 중 가장 많은 수다. 이어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순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대로 당원 투표 비율이 늘어나면 영남권 투표 결과는 45%나 반영된다.

여전히 당심 주류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남권이 보수 텃밭임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수층에만 국한된 정치를 펼칠 경우 차기 총선서 패배하는 볼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조건에 수도권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극단적
우향우

결국 총선까지 걸린 상황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을 앞세운다면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필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주자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탓에 당의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는 당심·민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윤도 대립 본격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조만간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략 회의 후 취재진의 질문에 “결심이 서면 공식 발표하겠다”며 출마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혼란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손을 잡았는데, 이 같은 연대가 권 의원과 장 의원이 갈라선 방증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현재도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친윤 그룹 역시 경쟁해야 하는 탓에 내홍이 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권 의원은 장 의원과 주요 국면마다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두 인물은 갈등이 없다며 윤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과거보다는 연대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