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갈라치는 이준석 트라우마

야인이 던진 돌에 혼비백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입맛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대로 표출되고 있다. 본인들 입맛에 맞춰 전당대회 룰을 개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아 보인다. 결국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민심은 뒷전이 돼버린 모양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전면에 다시 나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시기가 점차 윤곽이 잡히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내년 3월 중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당대회는 당권주자마다 연말 개최, 연초 개최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마찰음이 일었다. 전당대회 시기가 3월로 유력해진 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만남 이후다. 

또 돌풍 
일으킬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시기를 조금 더 구체화시켰다. 정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운을 띄운 뒤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 비대위원장의 임기 종료 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까지 구성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시동을 걸겠다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차기 당 대표의 가장 우선시 되는 부분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는 차기 총선 문제와도 직결돼있다.

일각에서는 대권주자의 당 대표 도전이 부담스럽다는 주장과 함께 MZ세대, 수도권을 대표할 수 있는 당 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에 강력한 그립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자기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강점을 띄우며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화 모드로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 핵심 세력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2선에 물러나 있다가 돌아오면서 당내 또 다른 스피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친윤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만큼 이른바 ‘김장 연대’로 불리기도 한다. 비윤 당권주자들은 친윤 당권주자들을 강력하게 견제 중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도 윤심과는 거리를 둔다.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심을 팔지 말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충신, 윤핵관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치한 얘기”라며 견제 액션을 취하고 있다.

친윤 세력은 윤심을 받는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세를 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계와 비윤계로 나뉘어 있는 상태로 추후 두 세력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윤 “여론조사 반영 줄여야”
비윤 “시대 역행, 민심 무시”

계파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한동안 또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전당대회 룰이다.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현행 방식은 7(당원):3(여론조사)으로 이뤄져 있다. 2004년 도입한 이후로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18년 째 현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를 처음 반영한 때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당시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이 역풍을 맞은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이 실시한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최다득표한 인물로 선정된다. 직전 당 대표 선거 때 이준석 전 대표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론조사 덕분이다. 당심에서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밀려 2위를 기록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58%로 과반을 얻어 나 부위원장을 앞질렀다. 

결국 당심보다 민심의 선택을 받았던 당 대표였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이 전 대표의 당선은 정치 사상 첫 30대 당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0선 정치인의 당 대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말 그대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 덕분에 당선된 대표는 이 전 대표뿐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여론조사가 반영된 이후 2위 후보를 한참 앞선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여론 득표율은 함께 출마한 4명의 총합보다 17%p 높았다. 이 전 대표의 당 대표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선 중에도 터졌던 당내 갈등이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확전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성상납 의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궁지에 몰렸던 이 전 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지만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불붙은
물밑경쟁

당내에서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의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졌고, 당헌과 당규까지 바꿔가며 이 전 대표를 자리에서 사실상 끌어내렸다. 현재 이런 상황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결과가 나오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는 아직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 전 의원이 나와도 아무것도 할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고 읽힌다. 전당대회 룰을 수정하려는 이유들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가장 큰 이유는 당 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책임정치라는 면에서 당이 생각하는 대표를 뽑은 뒤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게 옳다는 논리다. 

게다가 현재 룰은 국민의힘 당원의 권리가 축소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현행 반영 비율을 유지하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될 때만 해도 국민의힘 당원 수는 28만명이었다. 현재 책임당원은 80만명까지 3배가량 폭증했다.

당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이 분리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인데 결국 당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과거 이 전 대표에게 패배했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새다. 


민심 반영 비율을 줄이면서 당원 비율을 늘리면 당내 당권주자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차기 당 대표 적임자로 국민의힘을 지지층의 선택은 나 전 부위원장이 1위다. 뒤를 이어 안 의원, 김 의원이 추격하는 그림이다. 나 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들 중 전당대회 룰 변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바로 김 의원이다. 그는 “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당원 의사가 반영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는 게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심으로
충분해?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다른 당 대표 후보군에 비해 인지도가 밀린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야 김 의원에게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

조경태 의원은 당원 선택을 100% 반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100% 투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당 대표를 여론조사로 뽑는 곳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자는 또 다른 이유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 전 의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당내 당권주자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탓에 역선택이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 


그러나 이를 두고 같은 친윤 그룹임에도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은 본래 9대1이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당선될 때 7.5대2.5로 민심 비율을 올렸다”며 “국민이 보기에 어떻게 보이겠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당원이 중요하고, 자긍심을 드리는 게 의미 있지만 민심을 멀리하는 듯한 당만의 섬으로 가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한 비윤 세력과 친윤 그룹 간의 간극은 극명하다. 안 의원은 전대룰 변경에 대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며 단순히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게 민심 왜곡이라고 보는 셈이다. 

안 의원 말대로 여론조사를 배제하면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자가 배제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데도 비당원으로 배제된다면 총선에서의 호소력은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필패?
당권주자 하나같이 영남 행보

이와 관련해 안 의원실 관계자는 “차기 총선을 생각하고 이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세를 보고 따라가야 한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듯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역시 굉장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이 자기 마음대로 떨어뜨리기 위해 룰을 바꾼다”며 “축구 경기하다가 골대를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100%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도 여러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방향성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에 비판이 가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래 보수당이기 때문에 오른쪽을 지향하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오른쪽만 바라보는 추세다. 

이런 탓에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대부분은 국민의힘을 지지했었다. 이 같은 선택이 서진 정책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했던 노력과는 반대되는 행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당권주자들이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본격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하기 전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영남권 현안에도 모두 한마디씩 보탤 정도다. 

지난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워원회가 작성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예측안을 살펴보면 선거인단 약 32만명 중 영남권 당원은 51%가 넘는다. 국민의힘 당원 중 가장 많은 수다. 이어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순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대로 당원 투표 비율이 늘어나면 영남권 투표 결과는 45%나 반영된다.

여전히 당심 주류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남권이 보수 텃밭임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수층에만 국한된 정치를 펼칠 경우 차기 총선서 패배하는 볼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조건에 수도권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극단적
우향우

결국 총선까지 걸린 상황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을 앞세운다면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필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주자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탓에 당의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는 당심·민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윤도 대립 본격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조만간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략 회의 후 취재진의 질문에 “결심이 서면 공식 발표하겠다”며 출마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혼란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손을 잡았는데, 이 같은 연대가 권 의원과 장 의원이 갈라선 방증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현재도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친윤 그룹 역시 경쟁해야 하는 탓에 내홍이 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권 의원은 장 의원과 주요 국면마다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두 인물은 갈등이 없다며 윤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과거보다는 연대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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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