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열차 탄 재계 황태자 리스트

대관식만 남은 재벌가 로열패밀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벌기업들이 연이어 인사 소식을 내놓고 있다. 인사는 기업의 후계 구도를 엿보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후계자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다.

최근 대기업 그룹 총수 자녀들의 경영 보폭이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 30~40대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연이어 목격되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이를 세대교체의 큰 흐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세대교체
예고된 수순

한화그룹은 후계자들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두 달 후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대외활동 전면에 나서는 등 확실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수주전과 관련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만남에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초 칼훈 보잉 회장과도 만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지난 10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글로벌 전략기획과 M&A,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글로벌 식품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만큼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지난달 7일 사장 직함을 달았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1984년생인 이규호 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동차 부문을 맡아왔다. 

경영 일선
전면 배치

최근 LS그룹 오너 3세인 구본규 LS전선 부사장과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도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지난해 승진한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과 함께 그룹을 그룹을 이끌어가는 위치로 올라섰다.

LS는 집안 내력에 따라 형들이 먼저 승진하는 범LG가 가풍을 따르고 있다. 2년 전 고 구자명 회장 장남인 구본혁 사장이 승진했고, 지난해 인사에서는 구자엽 LS전선 장남 구본규 부사장이 LS전선 대표로 선임됐다.

LX그룹은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LX홀딩스 전무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형모 전무는 지난해 5월 LX홀딩스 상무로 임명된 후 10개월 만인 지난 3월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 지주사 경영전략 수립 및 실행과 경영 이슈 전반 분석·관리는 물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연말 승진 인사 촉각
일찌감치 요직에 배치

역할 확대가 예상되는 재계 후계자도 여럿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 담철곤 오리온 회장 장남 담서원 수석 부장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신유열 상무는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승진하며 롯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난 8월에는 신동빈 회장과 베트남 일정에 동행하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베트남 호찌민 롯데건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9월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10월 롯데 경영진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랙스와 롯데백화점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농심의 후계자인 신상열 상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거쳐 지난 2019년 3월 농심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올해 상무로 명함을 바꿨다.

재계에서는 신상열 상무가 일찌감치 임원직에 오른 것을 계기로 농심의 승계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일단 신 상무는 착실히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실제로 신 상무는 경영기획, 경영전략 등 업무를 익힌 바 있다. 최근에는 구매 부서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오리온 후계자인 담서원 수석 부장은 지난해 7월 오리온에 입사한 이래 그룹 내부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등을 수립하는 경영지원팀에서 전반적인 업무를 익혀왔다. 

남다른
로열패밀리

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빅4 각 기업의 변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주요 계열사 CEO를 대부분 유임하는 대신 신규 임원 대부분을 19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3개 사업 부문 대표도 모두 교체하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을 각각 DX와 DS부문 대표이사로 앉혔다. 지난해 큰 변화를 준 만큼 올해는 대표이사 교체 없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재풀을 늘리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대다수 CEO가 재신임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등 이른바 BBC 신사업 부문에서 인재를 발탁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만큼 큰 변화 없이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전동화 등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인재를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