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옆 동네 ‘옆세권’ 아시나요?

서울로 진입이 수월한 경기권 주거단지들의 인기가 뜨겁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서울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지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서울 ‘옆세권’ 단지는 서울의 다양한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수도권 전철, 굵직한 도로 등이 확충돼 있어 각종 업무지구로의 출퇴근이 쉽고, 도심에 집중된 풍부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게 형성된다. ‘수도권’보다 ‘서울생활권’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서울의 대표적 이웃 도시로 경기도 서쪽의 김포, 동쪽의 하남·남양주, 남쪽의 광주, 북쪽의 의정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철
굵직한 도로

각종 인프라가 미비한 탓에 ‘베드타운’으로 불렸던 이들 지역이 인기 주거지로 급부상한 이유는 ‘서울 접근성’에 있다. 직장 등 생활 기반은 서울에 있으나 날로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에겐 최적의 입지. 각종 개발호재까지 더해 저평가된 지역들의 경우 시세 상승에 따른 투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염두에 둔 이들이라면 지하철 연장선이 닿는 지역의 신규 분양 단지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기존 지하철 노선에 이어 신규 지하철 연장선으로 교통환경, 출퇴근 여건의 향상을 비롯해 인구 유입에 따른 매매, 임대 수요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3월 4호선 연장선인 진접역 개통으로 역세권 단지가 된 남양주시 진접읍 ‘금강펜테리움’아파트는 전용면적 84.95㎡가 2019년 2월(2억9500만원) 대비 약 3년 만에 2배 이상이 오른 6억4000만원으로 지난 4월 실거래되기도 했다.


서쪽의 김포 동쪽의 남양주
남쪽의 광주 북쪽의 의정부

오피스텔은 연장선 호재에 전월세 가격이 뛰면서 임대 수익이 늘었다. 향후 8호선 연장선 개통으로 잠실까지 접근성이 확대되는 구리역 인근 ‘클래시아 구리’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0.86㎡의 전세 가격이 2019년 12월 1억7500만원에서 지난 6월 2억4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월세의 경우 2019년 11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이었지만, 지난 4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이 이뤄졌다.

기존 지하철 노선 연장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닿는 김포, 지하철 3호선 및 9호선 연장선이 닿는 하남,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이 닿는 남양주 등지에서 신규 단지의 분양 소식도 이어지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개발과 지하철 5호선 연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김포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김포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는 등 즉각 반응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실제 매수세 회복까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발표 직후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를 보면 경기 김포시 장기동 소재 대단지 아파트인 ‘한강센트럴자이1단지’가 한동안 검색어 1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해당 단지 전용 85㎡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달 6일 체결된 4억9500만원(21층)으로, 지난해 9월 기록한 신고가 7억4200만원(19층)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당 평형 매물 호가는 최고 8억원대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남에는 최근 교통 호재가 잇따르는 중이다. 지난해 3월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하남검단산역까지 연장 개통됐다. 하남 감일지구와 3기 신도시 교산신도시를 관통하는 3호선 연장선, 미사강변도시를 지나는 9호선 연장선까지 추가 개통을 앞두면서 교통 여건이 한결 좋아지는 모습이다.

내년엔 서울 지하철 8호선이 별내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8호선 암사역에서 구리를 거쳐 별내역까지 12.9㎞를 연장하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강남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예정이다. 종착역인 별내역은 기존 경춘선에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 외에도 2030년께 GTX-B 노선이 개통되면 총 3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환승역으로 개발을 앞두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기존 지하철 노선의 연장이 속속 이뤄지면서 교통,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서울의 비싼 집값,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탈서울 행렬은 지속되고 있어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옆세권 지역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울의 가치를 누릴 수 있어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 옆 동네에서 분양 중인 단지.

확 달라진
‘베드타운’

▲풍무역 푸르지오 시티= 김포 일원에서 대우건설의 ‘풍무역 푸르지오 시티’가 분양 중이다. 김포시 풍무동(풍무2지구)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0층 1개 동 규모로 건립되는 주거형 오피스텔로, 총 288실(전용면적 64㎡, 67㎡, 82㎡)로 구성된다. 지상 1층에 32호실 규모의 판매시설을 함께 갖춘 단지다. 

김포 골드라인 풍무역이 도보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하다. 인천공항철도 및 서울 지하철 5·9호선과 김포골드라인이 만나는 김포공항역이 풍무역에서 단 2정거장 거리에 불과하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여의도와 마곡지구, 강남권, 서울시청 등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5호선 연장 노선 호재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 

꿈틀대는
임대수요

단지 바로 옆엔 도심 속에서도 보기 힘든 녹지공간인 선수공원이 있다. 이곳엔 다양한 화초와 수목으로 어우러진 생태탐방로를 비롯해 드넓은 잔디와 각종 운동시설, 어린이놀이터 등이 마련돼있다. 단지 주변에 위치한 신풍초등학교(병설유치원 포함)를 등하교 할 때 찻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므로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또 양도중학교를 비롯해 대학 진학률이 높은 풍무고등학교로도 통학할 수 있다. 

생활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대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홈플러스 김포풍무점과 CGV 김포 등도 가까이 있어 이용할 수 있다. 

주변 개발호재도 풍성하다. 풍무동과 인접한 걸포동 일대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일대에선 지난해 김포시가 신세계프라퍼티와 걸포4지구 도시개발사업부지에 복합쇼핑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걸포동 일대에 영상·문화산업단지와 비즈니스형 생활복합도시로 만들 계획인 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김포메디컬캠퍼스 조성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대학용지 9만㎡ 부지에 700병상 이상 규모의 김포인하대병원(가칭)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하남 덕풍동 멘티움= 경기 하남시 덕풍동 767번지 일대에 후분양 타운하우스인 ‘하남 멘티움’(전 하남 카스카디아)이 공급 중이다. 대지면적 4533.80㎡, 연면적 3867.1433㎡, 지상 1층~4층(4층 다락 및 테라스/서비스 면적), 10개동, 36세대로 이뤄진다.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주차대수는 총 38대다. 타입은 84Tape(110㎡) 25세대, 77Tape(101㎡) 11세대로 구성된다.

수직 복층형 구조로 층간소음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구조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세대에도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추천된다. 단지형 타운하우스 세대특화로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우며 다락 및 테라스의 제공으로 서비스면적이 특화해 육아 및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주방가구, 욕실가구, 붙박이장, 모든 악세서리 가구를 한샘으로 시공했다. 

계속되는 ‘탈서울’ 행렬
도심 풍부한 인프라 공유

하남 덕풍동에 들어서는 명품 프라이빗 주거단지로 5호선 하남 풍산역과 이마트가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도보 7분 이내에 초·중·고를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한 학세권 단지다. 5호선 이용 시 잠실이 20분대면 진입이 가능하고 차량 이용 시 강남권, 잠실권, 기타 서울지역 접근성이 편리한 교통망을 확보했다. 미사한강공원 및 경정공원이 인접해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췄다. 

다양한 편의시설 이용도 용이하다. 이마트 하남점은 물론 코스트코 하남점, 스타필드 하남점이 근접해 있다. 하남시나룰도서관, 행정복지타운 등의 생활인프라도 조성돼있다. 

넓은 대지지분으로 미래 자산가치 상승효과가 있으며 하남 교산신도시(3기) 개발로 인한 3호선 연장 및 BRT 신설 첨단산업 및 4차 산업 배후단지 조성으로 개발호재로 시세차익도 노려볼만하다. 


▲별내자이 더 스타 이그제큐티브 ·오피스텔Ⅱ= GS건설이 경기 별내신도시에 짓는 ‘별내자이 더 스타’ 이그제큐티브·오피스텔Ⅱ가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 중이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된다. 2020년 공급된 ‘별내자이 더 스타’ 아파트·오피스텔Ⅰ(932가구)에 이은 상품으로, 완공될 경우 일대는 총 1700여실 규모의 ‘자이’ 브랜드 타운이 형성된다.

분양 홍보관엔 생활숙박시설 59㎡B·92㎡A타입 유니트가, 오피스텔 84㎡A타입 유니트가 각각 마련돼 있다. 

거실과 현관, 주방 등에 유럽산 타일이 적용되며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도 마련된다. 가전과 가구 구입이 필요 없는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가전은 양문형 냉장고, 광파오븐, 식기세척기, 워시타워(세탁기·건조기), 시스템 에어컨, 시스클라인 등이 제공된다.

특히 이그제큐티브(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조식과 하우스키핑, 펫 케어, 카셰어링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자산가치 
상승효과

단지 인근에 이마트 별내점이 있다. 도보권에 롯데시네마 별내점, 메가박스 별내점 등이 있어 이용이 쉽다. 산책로, 별내 체육공원, 카페거리 등도 단지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숙박시설은 ‘핸디즈’와 손잡고 운영할 계획이다. 단지는 별내역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분양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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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