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

“여야, 칼끝 닿지 않게 거리 두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는)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차고 있는 꼴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현재 윤석열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라며 내린 평가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빠른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대 국회서 원내대표를 지냈고, 최근 당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 중 당심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요시사>는 나 부위원장을 만나 정치 현안, 현재 활동, 당 대표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된 시기는 2005년으로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제가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일종의 심의기구나 평가기구 정도였는데, (정부가)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께서 우리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집행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부위원장인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한 부처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대한민국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데드 크로스가 됐습니다. 즉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산율은 둘이 만나서 한 명도 안 낳는 상황인데 최근 0.8명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90년대생까지만 해도 한 해 60만 명씩은 태어났는데 2000년대생이 태어나면서 40만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나면 우리가 출산율을 아무리 제고해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불복 중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초고령사회가 2025년 혹은 2026년에는 돌입한다고 보기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셈입니다. 출산율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력이 생기는지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2100년이 되면, 3000만명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존속 불가능한 나라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가 돼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로 잡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 낳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인구 문제 외에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어젠다가 ‘기후’입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파리 UN 당사국 회의도 갔다 왔습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도 다녀왔는데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였습니다. 저는 국회서 미세먼지 특위위원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세계 110개국 정상이 왔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못 가셨습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우리만 대통령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특사로 가게 됐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서 연설도 하셨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에 정상이 아니지만 연설 기회를 받은 사람은 저와 중국 특사가 유일했습니다.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의 사회로 갈 것이냐’는 부분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할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녹색 해운 세션과 영국이 주도하는 산림기후 정상회의 세션이 있었습니다. 또 슐츠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고위급 교우 세션이 있었는데 3가지 세션에 참석해서 발표하거나 토론을 했습니다.

초고령사회 이미 시작 대비해야
기후 역시 대한민국 주요 어젠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야 3당이 추진했습니다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가 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선 말부터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막말 사고가 날 정도입니다. 영국은 의회에 가면 여당과 야당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거리는 검을 들고 상대방을 찌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국정조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추도를 정치에 팔아먹고 이용하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희생자들의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인권침해고 희생자의 명예 침해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와 인권의 침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추도라고 하지만 주말에 촛불집회에 ‘윤석열 퇴진이 추도다’ 그 문구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경찰 수사를 이미 하고 있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 국정조사 경험이 있으십니다

▲저도 국정조사를 많이 해봤지만, 국조 때 국회에 강제 수사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서 국정조사를 하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자료 협조가 수월하지도 않고요. 따라서 경찰 수사를 좀 지켜보면서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사안을 가지고 너무 정치화하고 일종의 추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참 볼썽사납다는 의견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재 윤정부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정부는 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여소야대도 지나친 여소야대니까 윤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통과시켜준 법이 단 한 건도 없으니 국민들은 “뭘 한다는데 하긴 하는 거야?” 이렇게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민의힘)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승복하지 않는 정치’로 바뀌었습니다. 왜 승복하지 않느냐, 선거에선 패했지만, 우리가 국회는 아직 잡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으면 웬만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자리는 다 그만둬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마치 본인들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된 것처럼 앉아 있는 분은 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대선에서 이긴 측이 한꺼번에 그런 자리들에 다 들어와서 새롭게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윤정부가 어떻게 보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까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또 우리 당내에서도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사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돌아왔는데...

▲그분들도 정치인인데 가만히 계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께서 이제 누가 하는 게 좋고 그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국정조사 경찰 수사 지켜봐야

-당권주자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인구와 기후문제가 너무 중요합니다. 지금 대응을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탄소중립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사회와도 우리가 표준을 만드는 데도 함께 참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제가 당권 운운하는 게 모양도 안 맞습니다.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무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하시고 싶은 분도 많으시니까 아직은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이 잘돼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분명합니다. (출마에 대한)고민은 늘 하고 있는데, 뭐 제가 지금 딱 잘라 하겠다, 안 하겠다를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민심이 따른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그 민심이 그 민심인가라고 말합니다. 민심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 대표가 민주당과 우리 당 둘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을 뼈아프게 하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 전 의원님은 오래 정치를 하셨고, 능력 있으신 분이시긴 합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 ‘선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요새 계속 비대위가 반복되는 게, 참 아픈 역사입니다. 그런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부터 시작한다면 아마 조금 전당대회를 늦추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성은 좀 있겠지만 그걸 과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정진상 정무실장이 14시간 동안 조사 받았습니다

▲공소장이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많은 범죄 혐의가 이 대표에게 보인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미 사실 대통령선거 때 나온 이야기들, 그것은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제기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그냥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만둘 예의가 있는 분이라면 전당대회에 안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께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 지금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후,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의 존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이것은 부위원장만이, 또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관이 같이 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께서 이 두 과제에 모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를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치가 좀 더 미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또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있는 자리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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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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