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24일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정국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정감사 기간 동안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 당내 선거와 내분으로 준비가 미흡했고, 대선 이후 팽팽한 정쟁 때문에 올해 국감이 알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다. 그러나 사실 국감 현장에서 질의나 답변을 주도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여야 간사들의 고군분투는 기대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18개 상임위 중 4곳을 뺀 14개 상임위 간사는 모두 재선 의원이다. 초선은 의정활동이 미숙하고 3선 이상은 상임위원장을 주로 맡기 때문에 관례상 간사는 재선 의원들이 맡아왔다.
재선 의원 간사는 올해 6년 차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재선 의원 간사가 무기력해졌을까? 20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의 패기는 보이지 않고, 권태기를 앓고 있는 것 같아 그 이유를 찾아봤다.
우리나라는 6년 단위로 삶의 과정이 나뉘어 있다. 아동기 6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군대(혹은 대학원, 취업 준비) 6년, 초급 사원 6년, 중견 간부 6년 등등, 6년마다 환경이 바뀌는 전환기를 맞이하는 형태다.
6년마다 전환기가 있다는 것은 6년이라는 기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6년 이상 한 틀 안에 있다 보면 너무 지루해서 권태기가 올 수도 있어 6년 단위로 기간을 나눴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과 집권당이 임기 6년째 되는 해에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참패해왔는데, 이를 6년 권태기(six-year itch)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14년까지 7번의 집권 6년 차 중간선거에서 6번이나 집권당이 패배했으니 권태기라고 할만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년 권태기를 맞지 않은 때는 1998년 중간선거가 유일하다고 한다. 당시 빌 클린턴(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나섰던 공화당이 거센 역풍으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6년 권태기’를 피해 갈 수 있었다.
2016년 촛불집회로 기선을 잡은 우리나라 진보정권도 6년째 되는 2022년 대선에서 패했고, 2016년 국회에 입성한 현재 재선 의원들도 6년 권태기에 걸려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6년 권태기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보증기금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창업 6년째 되는 해에 문닫는 기업이 많다. 창업 초기 열정이나 자금, 그리고 능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6년째라는 의미다.
강남 부자들도 6년마다 차를 교체하고, 연인들도 6년 차에 이별의 위기를 맞고, 결혼한 부부도 6년 차가 됐을 때 권태기를 갖는다고 한다. 6년이 되는 해에 생기는 6년 권태기(six-year itch)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다.
각종 통계가 말해주듯, 6년 권태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도 6년 저주 속에 들어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이나 사회단체는 많은 분야에서 6년 단위 통계를 내야 하고, 정부는 이 6년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 사회적 손실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6년 저주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0진법에 익숙해 10년이나 5년 단위의 목표를 많이 세우는 편이다.
그래서 6년 단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어 6년 계획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건 단체건 개인이건 6년 저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 중 6년째 되는 일이 있다면, 권태기는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얼마 전 만난 조카가 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회사 업무도 거의 파악하고 과장도 됐지만 임원까지 승진하려면 갈 길도 멀고, 또한 반복되는 회사생활도 지루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조카 역시 6년 권태기를 느끼고 있었다. 현재 국회의원 299명 중 재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6명 모두 50명이다. 이들이 올해 6년 권태기를 지혜롭게 잘 보내고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더 멋진 활약상을 보여줘야 우리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응원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정확히 6년 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날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6년 권태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