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치명적 잠재 리스크

‘때려야 산다’ 선빵 필승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또 얽히고설켰다. 당이 안정화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도 잠시다. 이제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서로를 때린다. 약점만 파고들면서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픈 곳만 계속 할퀴자 상처만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하루도 조용하지 않은 날이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가처분 2라운드에서 패배했다.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를 꾸린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가처분 리스크를 털어내고 당이 안정화하는 과정으로 가고 있지만 당권주자들의 물밑싸움이 시작됐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전당대회 모드로 접어들면서 서로를 향한 견제가 치열하다.

복잡한
이해관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 전 대표가 떠난 자리를 과연 누가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당권 경쟁이 과열돼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기 당 대표는 차기 총선서 막강한 공천권을 쥐게 되는 권력을 갖게 된다. 

게다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공을 인정받아 차기 대권주자 후보까지 보장되는 자리다. 당권주자끼리 일찍부터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조경태 의원 등이 당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는 개최가 불가능하다.


국정감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탓이다.

또 전대 준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도 있다. 현재 당권주자들이 전대 개최를 요구하는 시기는 차이가 난다.

이런 탓에 견제 수위도 상당히 높다. 우선 원내 인물을 당권주자로 밀어주려는 모양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지난 13일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를 찾아서다. 정 비대위원장은 TK를 찾은 자리에서 첫 현장 비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TK를 국민의힘 뿌리이자 심장으로 거론하며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원내 주자들도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TK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물은 세 명이다. 앞서 출사표를 던진 김 의원은 최근 현안들에 빠짐없이 훈수를 두고, 차기 당권주자를 모두 견제하고 있다.

안 의원을 비롯해 유 전 의원을 때리며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린다. 이 같은 행보는 김 의원 본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당내 의원들의 신뢰를 받을 만큼 호감도가 높다. 

친윤(친 윤석열) 그룹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최근에는 ‘윤심’을 바짝 강조한다. 윤심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가장 강력한 원내 경쟁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도 연일 저격한다. 실제로 김 의원의 SNS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안 의원이다.

원내주자, 외부세력 모아야
원외주자, 내부세력 다져야


안 의원을 타격하면서도 자신의 뿌리가 국민의힘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충성심도 연일 드러낸다. 

김 의원은 대선(대통령선거)과 지선(지방선거)를 지휘해본 이력으로 지도력이 어느 정도 입증돼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원외 지지율과 인지도가 꼽힌다. 4선의 중진인데 반해 인지도가 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별 의미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

김 의원의 짙은 ‘친윤’ 색채도 차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권 의원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캐릭터는 정권 초기 압도적인 힘을 보였으나 결국 책임론에 휩싸인 채 불명예 퇴진을 했고,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됐다.

직전 원내대표 선거 역시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된 이용호 의원이 선전하면서 친윤 그룹에 대한 적잖은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의원이 속한 당내에서 최강자 격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안 의원이 꼽힌다. 그는 원·내외 당권 후보군 중 ‘탑급’이다. 대선에서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절차를 거치며 보수당에 몸담은 정치인이 됐다. 

이때부터 ‘간철수’라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다녔는데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그는 한동안 각종 현안에서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최근 보수 근거지를 방문하면서 타깃을 중도 보수로 삼았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면서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이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존재감 어필
인지도 싸움

안 의원이 중도 보수를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자신의 국민의힘 경력이 짧은 점을 극복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과거 민주당 계열의 정치인이었던 그는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셈이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윤 그룹에 속하는 주자도 함께 소환했다. 유 전 의원을 물고 늘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출마 뜻을 밝히라고 언급한다. 

차기 전대의 투표방식이 당원 7 여론조사 3임을 감안할 때 안 의원이 비교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김 의원이 안 의원을 물고 늘어지고 있는 와중에 다자구도로 전선을 확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다자대결 구도가 확정될 경우, 높은 인지도를 가진 안 의원이 당내 표심이 갈린다는 점에서 유리해진다. 


당내 또 다른 당권주자 중 한 명은 비윤 그룹으로 통하는 조경태 의원이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이달 말쯤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조 의원은 최근 부산 등지를 방문하면서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또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매도 문제를 띄우며 중도층 흡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청년층을 노린 행보도 눈에 띈다. 최근 청년층이 관심이 많은 ‘망 사용료’ 이슈를 띄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당 전반의 개혁 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그는 30대 중반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5선을 지내고 있는 당내 중진 중 한 명으로 초선 의원들과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에도 당권 도전에 나섰으나 낮은 관심도 탓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약점으로는 약한 조직 기반이 꼽힌다.

비윤 그룹이 조 의원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조 의원을 확실히 지지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안다. 

친·비윤
2차 대전

조 의원과 함께 비윤 그룹의 대표 주자는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원내가 아닌 원외 대표 주자 중 한 명으로 최근 차기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는 유 전 의원이 반사이익까지 누린다. TK에서의 지지율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배신자 꼬리표가 점차 떨어져 가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5%로 급등한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당권주자들은 유 전 의원의 높은 지지율이 ‘역선택’이라며 타격한다. 배신자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고, 심지어는 민주당의 스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 전 의원도 아직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그는 원외에서 세력을 규합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과 완벽하게 등을 돌리고 연일 국민의힘과 윤정부를 향해 맹폭을 가한다. 얼마 전 가처분 패배 결과를 받아든 이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팬덤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제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비윤 그룹이 유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지도 관건이다. 또 여당과 반대되는 목소리만 낼수록 당내 충성심 높은 세력에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미 완전히 윤 대통령과 등을 돌린 사이인 탓에 당내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는 직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초선 의원에 불과했던 김은혜 홍보수석에게 패배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대통령은 결국 쓰던 사람?
시작도 전에 서로 상처만

당시에도 유 전 의원은 김 수석에게 전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 유 전 의원을 밀어주는 이가 없었다. 당시 김 수석이 현역 의원이라 5% 감산을 반영한 수치를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전 의원은 처참하게 깨졌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전대 룰을 바꾸자는 목소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비율에서 당원 반영 비율을 늘리자는 방안이 제기됐는데 이는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해지는 형식이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미리 민심을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도 가득하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은 원외 보수 세력뿐 아니라 당내 세력을 어떻게 끌어모으느냐가 눈앞에 놓인 숙제다.

당권주자들이 전대 시기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도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아예 다른 인물이 거론된다. 바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홍에 시달리고, 선대위가 폭파됐을 때 선대본부장으로서 임명돼 위기를 극복해냈던 인물이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도 부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신중하고 묵묵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일 처리 역시 매끄러워 보수 진영 내 대표적인 지략가로 통한다. 성향 역시 중립적 성향으로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까지 있다. 또 권 장관이 당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인물인 만큼 권 장관이 직접 등판하는 게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 중 윤 대통령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권 장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흡을 여러 번 맞췄고, 윤 대통령이 다루기에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 밖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차출설도 하마평에 올랐다. 원 장관 역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원 장관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만큼 당권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 대표 선출을 두고 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핵관
대리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대권을 노리고 있고, 공천권까지 걸린 만큼 앞으로도 사활을 건 물어뜯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갈등을 장기간 겪어온 만큼 차기 당 대표는 자신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언제?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 초가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은 빠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를 원한다.

대체적으로는 내년 2월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2월보다 더 미루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와 안보 위기 등이 눈 앞에 펼쳐진 상태에서 당분간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이른 조기 전당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TK(대구·경북)를 찾은 자리에서 “아직 조기 전당대회 단계가 아니다”라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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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