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꺼내든 탄핵카드 후폭풍

정권 끝까지…일단 던지고 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속적으로 장관 해임, 탄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주무부 장관을 압박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 정도면 탄핵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원하는 대로 되면 좋지만 민주당에게도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 아직 여론이 확실히 기울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 윤 대통령의 비속어, 외교 참사 논란 사안은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명씩
발목 잡기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자리에서 영국 조문 취소, 48초 환담, 한일 정상회담의 간담회 논란 등을 꺼내고,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라며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펼치며 박 장관을 옹호했다. 결국 외통위 국정감사는 30분 만에 파행을 맞았고, 박 장관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외통위가 다시 국정감사를 시작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경이다. 박 장관 역시 다시 자리했으나, 정회와 재개가 반복됐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사안으로 169명의 소속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발의됐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에서 참사가 발생했으니 외교부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기 전 민주당은 박 장관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민주당은 즉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박 장관은 자신의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자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역시 박 장관에게 굳건한 신임을 보내며,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단순히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보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토록 최근 해임 건의안, 탄핵 등 국무위원 불신임 조치 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더욱 덧씌우려는 셈이다. 취임 직후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을 머뭇거렸던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뒤늦게 칼을 빼들었고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도 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비속어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사과는 없었고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탓에 민심과 싸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고집과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깊어졌다. 결론적으로 중도층과 무당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이미지를 악화하기 위해 파고든 부분으로 실제로 국정 지지율도 다시 20%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속해서 하락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을 통해 여론 반응도 살폈다. 해외 순방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 이상으로 높았다.

장관 해임으로 국정 동력에 타격
오히려 정치인 몸값 키워주는 꼴


누군가는 해외순방 외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왔다. 이 같은 여론 속에서 대통령실은 외교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 카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촛불 정권을 탄생시켰고, 180석이라는 매머드급 당까지 만들어줬다. 여론을 주도해온 민주당을 향한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세력이 망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꾸준한 헛발질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지율은 폭삭 주저앉았고, 틈만 나면 꺼내들던 탄핵이라는 단어에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장관 해임 건의안이나 탄핵은 민주당이 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맞이했던 패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양새다. 독단적인 행보가 선거에서 독이 된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직접적인 탄핵안을 발의하기보다는 국무위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인다. 

이번 박 장관 해임 건의안 역시 단순 망신주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시각이 큰 측면도 있다. 우선 최대한 국무위원에 대한 흠집내기로 불신임을 강조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탄핵 후보 리스트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이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시행령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뒤집는 시도를 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이른바 검수원복이다. 우선 한 장관 고발부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에서 한 장관이 직접 출석한 모두 진술이 문제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가 모두 진술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던 검수완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대상에서 6대 중요 범죄인 공직자, 대형참사, 방위사업, 선거, 공직자는 빠졌다. 

재미보던
과거 시절

이 중 수사 개시 범위를 경제, 부패 등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등’을 폭넓게 해석했다.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기부 행위 등 일부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부활시킨 것.

민주당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이는 한 장관을 더욱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하도록 만든 계기다. 현재 한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한 장관의 태도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발언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의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장관은 대중에게 ‘엘리트 중 엘리트’로 불린다.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에게 한 장관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있다. 또 한 장관의 탄핵을 주도한다고 해도 오히려 과거 추-윤(추미애-윤석열) 사태의 결과를 반복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이 정치적 세력을 더욱 불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쉽게 자신을 탄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한 장관의 몸값만 올려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민주당의 실력 없음만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장관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에 이어 민주당은 이 장관의 탄핵도 여론에 슬쩍 띄웠다.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로 경찰국 신설을 꼽는다. 

박진 이어…
다음은 누구?

경찰국은 30여년 전 폐지했던 기능을 부활시킨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수행시키겠다는 방안이다.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감찰 및 징계 제도의 개선, 수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 조직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경급 인사에 관여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권은희 의원이 당내서 유일하게 비판했으나 실제 경찰국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 등 논의는 민주당이 계속 주도했다.

심지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지난 7월부터 거론돼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존재해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탄핵을 꺼내든 순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탄핵하는 게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사기만 할 뿐이라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은 추 장관을 또 다른 탄핵 목표로 정한 모양새로 최근에는 그에 대한 탄핵설까지 흘러나온다. 

대통령 불통·고집 이미지 각인
중도층 민주당에 붙으면 가능?

추 장관의 탄핵 사유는 영빈관에 대한 자료 제출 불응 등이다. 영빈관은 윤 대통령이 878억원을 들여 외빈 접견을 위해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하루 만에 철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재부에 영빈관 예산과 예타(예비 타당성) 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기재부가 거절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재차 추 장관의 탄핵 카드를 꺼내려는 모양새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립을 더욱 심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관과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국회가 직접 장관을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자료를 제출하면 주무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공동 발의자로는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과 강득구 원내부대표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함께 한다. 그만큼 당 지도부가 장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으로 여론을 주도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탄핵을 띄워 여론이 압도적인 적이 있었느냐”며 “단순 이슈화를 통해 여당 발목잡기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역풍 우려

민주당이 연속해서 장관 탄핵을 거론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을 한층 더 결속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중도층 이탈도 가속화된 상태다.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 쪽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여론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이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율만 지키키에 급급해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며 “해당 행위가 오히려 민주당에게 악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 최악 성적표 결국 대통령 탓?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여전한 가운데,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층의 핵심 지역인 곳에서도 민심이 흉흉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드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에 나서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는 답변을 피하고, 이번 해외 순방에서의 논란 역시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만에 사과 없이 설명만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문재인정부는 안 했냐는 반문으로 여전히 과거 탓을 해 불통 이미지를 부각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책임 전가의 고집불통”이라며 윤 대통령을 꼬집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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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