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꺼내든 탄핵카드 후폭풍

정권 끝까지…일단 던지고 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속적으로 장관 해임, 탄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주무부 장관을 압박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 정도면 탄핵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원하는 대로 되면 좋지만 민주당에게도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 아직 여론이 확실히 기울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 윤 대통령의 비속어, 외교 참사 논란 사안은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명씩
발목 잡기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자리에서 영국 조문 취소, 48초 환담, 한일 정상회담의 간담회 논란 등을 꺼내고,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라며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펼치며 박 장관을 옹호했다. 결국 외통위 국정감사는 30분 만에 파행을 맞았고, 박 장관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외통위가 다시 국정감사를 시작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경이다. 박 장관 역시 다시 자리했으나, 정회와 재개가 반복됐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사안으로 169명의 소속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발의됐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에서 참사가 발생했으니 외교부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기 전 민주당은 박 장관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민주당은 즉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박 장관은 자신의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자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역시 박 장관에게 굳건한 신임을 보내며,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단순히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보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토록 최근 해임 건의안, 탄핵 등 국무위원 불신임 조치 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더욱 덧씌우려는 셈이다. 취임 직후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을 머뭇거렸던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뒤늦게 칼을 빼들었고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도 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비속어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사과는 없었고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탓에 민심과 싸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고집과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깊어졌다. 결론적으로 중도층과 무당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이미지를 악화하기 위해 파고든 부분으로 실제로 국정 지지율도 다시 20%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속해서 하락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을 통해 여론 반응도 살폈다. 해외 순방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 이상으로 높았다.

장관 해임으로 국정 동력에 타격
오히려 정치인 몸값 키워주는 꼴


누군가는 해외순방 외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왔다. 이 같은 여론 속에서 대통령실은 외교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 카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촛불 정권을 탄생시켰고, 180석이라는 매머드급 당까지 만들어줬다. 여론을 주도해온 민주당을 향한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세력이 망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꾸준한 헛발질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지율은 폭삭 주저앉았고, 틈만 나면 꺼내들던 탄핵이라는 단어에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장관 해임 건의안이나 탄핵은 민주당이 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맞이했던 패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양새다. 독단적인 행보가 선거에서 독이 된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직접적인 탄핵안을 발의하기보다는 국무위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인다. 

이번 박 장관 해임 건의안 역시 단순 망신주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시각이 큰 측면도 있다. 우선 최대한 국무위원에 대한 흠집내기로 불신임을 강조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탄핵 후보 리스트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이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시행령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뒤집는 시도를 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이른바 검수원복이다. 우선 한 장관 고발부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에서 한 장관이 직접 출석한 모두 진술이 문제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가 모두 진술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던 검수완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대상에서 6대 중요 범죄인 공직자, 대형참사, 방위사업, 선거, 공직자는 빠졌다. 

재미보던
과거 시절

이 중 수사 개시 범위를 경제, 부패 등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등’을 폭넓게 해석했다.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기부 행위 등 일부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부활시킨 것.

민주당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이는 한 장관을 더욱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하도록 만든 계기다. 현재 한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한 장관의 태도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발언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의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장관은 대중에게 ‘엘리트 중 엘리트’로 불린다.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에게 한 장관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있다. 또 한 장관의 탄핵을 주도한다고 해도 오히려 과거 추-윤(추미애-윤석열) 사태의 결과를 반복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이 정치적 세력을 더욱 불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쉽게 자신을 탄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한 장관의 몸값만 올려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민주당의 실력 없음만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장관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에 이어 민주당은 이 장관의 탄핵도 여론에 슬쩍 띄웠다.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로 경찰국 신설을 꼽는다. 

박진 이어…
다음은 누구?

경찰국은 30여년 전 폐지했던 기능을 부활시킨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수행시키겠다는 방안이다.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감찰 및 징계 제도의 개선, 수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 조직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경급 인사에 관여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권은희 의원이 당내서 유일하게 비판했으나 실제 경찰국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 등 논의는 민주당이 계속 주도했다.

심지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지난 7월부터 거론돼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존재해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탄핵을 꺼내든 순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탄핵하는 게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사기만 할 뿐이라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은 추 장관을 또 다른 탄핵 목표로 정한 모양새로 최근에는 그에 대한 탄핵설까지 흘러나온다. 

대통령 불통·고집 이미지 각인
중도층 민주당에 붙으면 가능?

추 장관의 탄핵 사유는 영빈관에 대한 자료 제출 불응 등이다. 영빈관은 윤 대통령이 878억원을 들여 외빈 접견을 위해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하루 만에 철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재부에 영빈관 예산과 예타(예비 타당성) 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기재부가 거절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재차 추 장관의 탄핵 카드를 꺼내려는 모양새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립을 더욱 심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관과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국회가 직접 장관을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자료를 제출하면 주무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공동 발의자로는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과 강득구 원내부대표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함께 한다. 그만큼 당 지도부가 장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으로 여론을 주도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탄핵을 띄워 여론이 압도적인 적이 있었느냐”며 “단순 이슈화를 통해 여당 발목잡기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역풍 우려

민주당이 연속해서 장관 탄핵을 거론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을 한층 더 결속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중도층 이탈도 가속화된 상태다.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 쪽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여론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이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율만 지키키에 급급해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며 “해당 행위가 오히려 민주당에게 악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 최악 성적표 결국 대통령 탓?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여전한 가운데,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층의 핵심 지역인 곳에서도 민심이 흉흉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드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에 나서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는 답변을 피하고, 이번 해외 순방에서의 논란 역시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만에 사과 없이 설명만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문재인정부는 안 했냐는 반문으로 여전히 과거 탓을 해 불통 이미지를 부각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책임 전가의 고집불통”이라며 윤 대통령을 꼬집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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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