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만발’ 영등포로 가볼까

서울 영등포구가 천지개벽 중이다. 영등포의 대장주 여의도 재건축부터 신길뉴타운까지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여의도는 개발 호재가 즐비하다. 정비사업으로는 영등포구에서 가장 울고 웃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 내 22개의 아파트 단지 중 17곳은 모두 1970년대 입주했으니 재건축 연한 30년을 훨씬 넘은 셈이다. 

최근 정체되었던 여의도 재건축 추진에 청신호가 커졌다. ‘분리 재건축’ 여부를 두고 3년간 소송을 진행해 온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가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받으며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공작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첫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수정아파트도 최근 영등포구청에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을 적용 중인 시범·한양아파트도 연내 정비계획안 확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여의도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영등포구청은 수정아파트가 지난 7월 말 제출한 정비계획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청에서 해당 안의 입안을 결정하면 서울시로 정비계획안을 올리게 되며 서울시 검토를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정아파트의 이번 정비계획안은 2019년 1월 구청에 한 차례 접수됐다가 보류된 것으로 3년 반 만에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재개한 셈이다.

1976년 준공돼 지어진 지 40년을 훌쩍 넘긴 수정아파트는 총 329가구 규모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 완료 시 용적률 450%를 적용해 최고 45층, 총 525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수정아파트는 상업 지역인 여의도 금융중심지구 내에 위치한 만큼 정비계획안 심의에서 ‘여의도 금융중심지구단위계획’과의 정합성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여의도 일대는 고층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최초로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공작아파트는 용적률 490%를 적용받아 기존 373가구에서 582가구로 늘어난다. 49층 높이의 아파트 3개 동과 업무·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도 신통기획으로 정비계획안 마련에 한창이다. 

준공 50년을 넘긴 시범아파트는 현재 최고 13층 1584가구 규모에서 최고 65층, 2300~2400가구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한양아파트도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안을 만들고 있다. 목화아파트와 통합 개발을 추진하던 삼부아파트도 최근 단독 재건축으로 선회하며 신통기획 단지로 선정됐다. 광장아파트(3·5~11동)도 서울시에 신통기획 참여 신청 의사를 타진했다. 목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자체 사업 방식으로는 최초로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의도에는 교통 호재 또한 즐비하다. 2·5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 안산과 여의도를 잇는 2024년 신안산선이 들어올 예정이다. 9호선 샛강역에는 서울대입구역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림선이 지난 5월 개통했으며, GTX-B노선(2023년 착공예정)과 서부선(2023년 착공예정) 등도 예정돼 있다. 

정체 여의도 재건축 추진 청신호
‘천지개벽’ 신길뉴타운 개발 속도

영등포구의 구도심인 영등포생활권은 정비사업으로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오래된 주거지인 만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등포뉴타운 사업이 있는데, 현재 6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입주를 마친 신축 단지들이 일대 시세를 리딩하면서 영등포생활권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되었다.

가장 사업 규모가 큰 1-4구역에는 ‘아크로타워스퀘어’ 1221가구가 2017년 입주를 마쳤고, 인근 1-3구역의 ‘포레나 영등포’ 185가구도 2020년 입주를 마쳤다. 두 신축 단지 사이에 위치한 1-2구역은 2008년 5월 조합설립을 마치고, 192가구의 주거 단지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건너편 1-13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사로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을 선정했고, 단지명은 ‘영등포 센트럴 푸르지오위브’다. 조만간 659가구를 분양한다는 계획. 1-11구역(715가구)과 1-12구역(413가구)은 2020년과 2019년 각각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한 상태다.

영등포역 인근 대선제분 일대 재개발 1-1구역을 보면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면서 사업이 탄력받고 있다. 이곳은 낙후된 제분공장에서 지상 19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141가구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로 탈바꿈하게 된다. 바로 옆에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몰세권이자 영등포역이 도보권인 역세권 입지여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원 개발호재도 있다. 지난해 4월 신월여의지하도로(국회대로 지하화, 제물포터널) 개통에 따른 국회대로(제물포길) 지하화 공사로 신월IC에서부터 국회대로 여의도로 이어지는 7.6㎞ 구간에 숲·광장 테마공원(일명 국회대로 지상화 공원 계획)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사업비 573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을 서울의 새로운 녹색벨트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전통적인 교통 중심지답게 영등포생활권은 교통여건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신안산선이 2024년 들어서면 영등포역은 1호선, KTX에 이어 신안산선까지 모두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양평역 일대 재개발도 순항 중이다. 착공을 앞둔 양평12구역(707가구)은 조만간 분양에 나설 계획인데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양평역 자이’라는 단지명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인근 양평13구역은 조합 설립을 완료했고, 양평14구역은 추진위원회 승인만 마쳐 놓은 상태다.

크고 작은 
개발 사업

다음으로 당산생활권이 있는데, 이 권역은 워낙 교통이 편리한데다가, 소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에 나서면서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 권역은 당산4구역을 재개발한 ‘당산롯데캐슬 프레스티지’와 상아·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당산센트럴 아이파크’덕분에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산역 인근 ‘유원제일1차’와 ‘유원제일2차’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원제일1차(554가구)는 관리처분인가를 4월 완료했고 내년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기 때문에 단지 명에 ’e편한세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원제일2차는 총 410가구 소규모 단지로 201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두 사업장 모두 당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우수 학군인 당서초와 당산서중이 가까워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당산생활권 교통호재도 보겠다. 이 권역은 2·9호선이 십(十)자형으로 관통하는데, 한가운데 위치한 환승역 당산역이 교통의 중심지다. 이곳에 목동선 경전철이 들어서면 교통망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목동선은 신월부터 목동신시가지를 거쳐 당산까지 이어지는 경전철이다. 현재 상반기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중에 있는데 당초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개통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노후 건물

마지막으로 신길생활권을 살펴보자. 신길생활권의 개발 호재하면 곧바로 신길뉴타운이 떠오를 것이다. 신길뉴타운 덕분에 오래되고 낙후된 동네에서 신흥주거지로 천지개벽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건 아니다. 2005년 서울시 제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 진척이 한동안 없었다. 원래 1구역부터 16구역까지 사업이 추진됐으나, 6곳(1·2·6·15·16구역)이 해제된다.


사업이 진행 중인 10곳 중 7곳은 입주를 마치고 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2015년 ‘래미안 프레비뉴(11구역)’를 시작으로 래미안 에스티움(7구역)’ ‘신길센트럴 자이(12구역)’ ‘신길센트럴 아이파크(14구역)’ 등이 준공을 마쳤다. ‘더샵 파크프레스티지(3구역)’가 준공 완료하면 총 8곳이 입주하게 된다.

나머지 2곳은 뉴타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0구역은 작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푸르지오’아파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13구역은 조합 설립을 완료한 상태인데, 지난 2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자이’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에선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제됐던 1구역은 2020년 3월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활발히 추진위원회 동의를 받고 있다. 2·4·15구역은 정부 주도 ‘도심공공주택복합 개발사업’에 선정되며 재개발 추진에 다시 합류했다.

신길뉴타운이 뜨게 된 배경에는 교통호재도 한몫을 했다. 현재 신길뉴타운 남측에는 7호선이 인접해 있고 북측에는 1호선이 지나고 있다. 기존 횡축 교통망을 연결해주는 종축 교통망인 신림선과 신안산선이 차례대로 들어서면서 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길뉴타운 어디에 있든 도시철도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시세 상승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영등포의 경우 특정 지역만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로 크게 4가지 섹터로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며 “노후한 건축물들이 사라지고 주거환경은 물론 교통여건 또한 크게 개선됨에 따라 영등포 분양시장은 향후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영등포구에서 분양(예정) 중인 단지.

 

 

▲아크로 여의도 더원= 디엘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아크로 여의도 더원’이 분양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5-11번지로 지하 7층~지상 29층 1개동으로 대지면적 1676.15평, 연면적 2만5769.73평으로 최고급 하이엔드 오피스텔 492실을 제공한다. 1.5룸부터 2룸, 3룸으로 대형 평형을 갖춘 것이 특장점. 세대당 1.1대의 우월한 주차 대수로 110% 총 575대를 제공한다. 


아파트급 커뮤니티 시설이 돋보인다. 웰니스 라이프를 완성하는 피트니스 및 골프라운지 골프연습장(462㎡/약 140평), 피트니스(330㎡/약 100평) 완벽한 시스템이 구비된 전 타석 스크린 골프 라운지와 프리미엄 기구가 완비된 특별한 시설이 들어선다. 

그 외에도 품격을 높이는 소사이어티 클럽 비즈니스 세미나, 파티가 있는 아크로만의 프라이빗 하이 소사이어티 공간,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공간, 럭셔리 인도어 풀 실내 수영장(661㎡/약 200평), 바데풀, 키즈풀 등 호텔급 시설이 들어선다. 2026년 10월 준공 예정.

전통적인 교통 중심지
4가지 섹터 환골탈태

 

▲여의도234레지던스=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하이엔드 생활(형)숙박시설인 ‘여의도234레지던스’가 분양한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시공을 맡는 브랜드 생활숙박시설로 과거 NH 투자증권이 있던 자리에 들어서는 57층 초고층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총 348실이 공급된다. 지하 6층까지는 주차장,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과 일반업무시설이, 지상 4층부터 지상 56층까지는 13개 타입의 348실이, 57층에는 인피니티 풀이 들어선다. 13개 타입의 348호실이 분양되는데, 33㎡(전용 11평)부터 102㎡(31평)까지 다양한 구조다. 2026년 2월 완공 예정.

 

 

▲여의도 월드메르디앙= 역세권 3룸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복합 주거단지인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 중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 4번지 외 5필지에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 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들어선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다.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진다. 총주차 대수는 39대(법정 36대).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슬라이드중문, 시스템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3룸과 2배스 구조(일부 세대 제외)의 아파트 평면을 도입했다. 특히 최상층인 12층 3세대는 독점공간 사용이 가능해 특히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팬트리 공간
넉넉한 수납

 

▲신길 AK 푸르지오= 대우건설은 신길뉴타운에 조성 중인 주상복합 ‘신길 AK 푸르지오’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미계약 세대에 대해 거주 지역과 청약 통장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분양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255 -9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24층, 5개동, 소형 주택·오피스텔 총 392세대와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그중 현재 공급 중인 소형 주택(도시형생활주택)은 49㎡A 80세대, 49㎡B1 148세대, 49㎡B2 19세대, 49㎡C 39세대 등 총 286세대 규모다.

실거주에 최적화된 평면을 갖췄다. 거실과 주방, 욕실, 방 2개의 2룸형(총세대수의 72%) 특화 설계를 적용했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팬트리 공간 등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아파트 못지않은 평면을 자랑한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도 무상으로 시공된다. 파인 가든, 플레이 가든 등 산책·휴식 공간과 피트니스 클럽이 마련되고, 단지 내 지상은 차량 동선과 보행 동선이 분리된 차 없는 안전한 공원형 단지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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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