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몰리는 오피스텔 왜?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청약 시장도 양극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오피스텔이나 비교적으로 입지가 열악한 단지에 분양 미계약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청약 가점이 낮아 아파트 청약이 힘든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역세권에 주거용 오피스텔 일명 아파텔을 선호, 여전히 수요가 많은 아파텔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주택 공급 축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주택 공급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에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입지가 좋고 주거용으로 적합한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주택 공급난
전세난 확산

최근 중소형·고급화 아파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건축비 상승 이전 분양 중인 오피스텔은 분양가 인상을 피할 수 있고, 중소형의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규제 완화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 오피스텔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갖춘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수요자들이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요소로 편리한 교통, 쇼핑, 여가 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 신혼부부 등의 젊은 세대 수요가 높기 때문에 주변 인프라 시설은 수요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 인프라 시설이 우수한 지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좋은 분양 성적을 거뒀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일원에서 분양한 ‘신설동역 자이르네’ 오피스텔은 95실 모집에 3988건이 접수돼 평균 41.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는 지하철 1·2호선,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역세권 단지에 상업·교육 시설이 가깝고, 청계천 및 다수의 공원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같은 달 인천 검단신도시 일원에서 선보인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 오피스텔 역시 64실 모집에 3893건이 접수되며 평균 60.8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단지는 도보권에 인천지하철 1호선 신설역(예정)과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한 각종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며, 교육 시설과 공원 등이 인접하다.

생활 인프라 갖춘 수도권 역세권 인기
아파트 대신 아파텔…완판 행진 이어가

우수한 인프라 시설을 갖춘 오피스텔의 인기는 분양 시장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KB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일원에 자리한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전용면적 77㎡의 매매가 시세는 지난 5월 기준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월(10억8000만원) 대비 2억7000만원의 상승이 있었다. 단지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및 1호선·경의중앙선·KTX 용산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용산가족공원 등이 가깝다.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다양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힐스테이트 광교 중앙역’ 오피스텔 전용면적 83㎡의 매매가 시세는 같은 기간 1억7500만원(6억7500만원→8억5000만원) 상승했다. 단지는 주변으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을 비롯해 롯데아울렛, 이마트, 수원컨벤션센터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고, 광교호수공원도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수요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주택 선택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그 때문에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 역세권 오피스텔은 현재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분양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주요 역세권 오피스텔.

 

 

▲여의도 월드메르디앙= 복합 주거단지인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 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된다. 층별 구성은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로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진다. 총주차대수는 39대(법정 36대).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슬라이드중문, 시스템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스리룸과 2배스 구조(일부 세대 제외)의 아파트 평면을 도입했으며 특히 최상층인 12층 3세대는 독점 공간 사용이 가능해 특히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지하철 영등포시장역이 직선거리로 350m 거리(도보 5분 이내)에 있다. 인근에 영등포역(1호선·신안산선 예정)과 당산역(2호선·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수요 좌우
중요 요소

또한, GTX B노선과 일산과 영등포를 잇는 M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경인고속도로도 가까워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4월 신월동에서 목동을 거쳐 여의대로까지의 7.53㎞ 구간을 한 번에 터널로 잇는 제물포터널이 개통했다. 2024년에는 신안산선(안산, 시흥~여의도)이 개통 예정에 있다. 

교육여건도 우수하다. 초·중·고(영동초, 영중초, 당서초, 당산중 등)가 도보로 이용 가능한 학세권 단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변 생활편의시설로는 도보 거리에 빅마켓이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코스트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롯데백화점과 함께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한강시민공원과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한강 캠핑장, 낚시터 등이 가깝다.

서울서 
쾌적하게

 

▲아크로 여의도 더원=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아크로 여의도 더원’이 오픈 예정이다. 지하 7층~지상 29층 1개동으로 대지면적 1676.15평, 연면적 2만5769.73평으로 최고급 하이엔드 오피스텔 492실을 제공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9호선, 여의도역 더블 역세권으로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이 개통 시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나며 여의역과 100여m 거리로 초역세권을 자랑한다. 1.5룸부터 2룸, 3룸으로 대형 평형을 갖춘 것이 특장점. 세대당 1.1대의 우월한 주차대수로 110% 총 575대를 제공한다. 

아파트급 커뮤니티 시설도 돋보인다. 웰니스 라이프를 완성하는 피트니스 및 골프라운지 골프연습장(462㎡/약 140평), 피트니스(330㎡/약 100평) 시설을 갖췄다. 완벽한 시스템이 구비된 전 타석 스크린 골프 라운지와 프리미엄 기구가 완비된 특별한 시설이 들어선다. 소사이어티 클럽 비즈니스 세미나, 파티가 있는 아크로만의 프라이빗 하이 소사이어티 공간, 일상이 작품이 되는 공간, 럭셔리 인도어 풀 실내 수영장(661㎡/약 200평), 365일 휴일 같은 일상을 선물할 최고급 자재의 실내 수영장, 바데풀, 키즈풀 등 호텔급 시설이 들어선다. 

집 머무는 시간 늘고
삶의 질 우선시 경향

여의도는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부인 국제금융특구다. IFC몰, 더현대서울, KBS방송국 등이 있다. 일상 속 휴식을 주는 한국의 센트럴파크인 여의도공원과 서울에서 가장 크게, 가장 쾌적하게 누리는 한강공원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보유했다. 

원하는 곳을 어디든지 빠르게 닿도록 6개 노선이 집중된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광역환승센터와 GTX B노선, 신안산선 등이 예정돼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시설과 걸어서 즐기는 한강 힐링 생활권, 노후 주택(대부분 45년 이상 노후주택)으로 인한 재개발 투자가치, 여의도 직장인 약 16만여명과 총 8132개 기업, 풍부한 고액 연봉 근로자 및 거주자를 확보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동탄역 센트릭= 현대건설은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981-1번지 일원에 지난달 ‘힐스테이트 동탄역 센트릭’을 공급했다. 지하 4층~지상 39층, 4개동으로 전용 84㎡ 위주 400실로 구성된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동탄2신도시 상권의 핵심인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단지이자 사실상 광비콤 내 공급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1군 브랜드 시설로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경부고속도로 동탄2신도시 관통구간 직선화 사업에 따른 수혜로 높은 미래가치도 기대된다. 


단지는 아파트와 유사한 평면으로 설계됐다. 브랜드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특화설계와 다양한 혁신설계로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평면 구조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삼성 빌트인가전기기(비스포크 냉장고·식기세척기·에어드레서·슈드레서, 인덕션, 전기오븐)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계약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동탄역을 중심으로 150만m² 규모의 중심 상업·업무지역으로 조성 중인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가 공급된다. 다음 해 말 완공 예정인 경부고속도로 직선화 공사가 끝나면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진 동탄역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서측으로 약 32만㎡에 달하는 동탄여울공원이 위치해 있으며 롯데백화점, 이마트트레이더스, 행정기관 등 생활인프라도 가깝다.

 

 

▲간석오거리역 월드메르디앙 베네가=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 ‘간석오거리역 월드메르디앙 베네가’는 전용면적 64~77㎡ 153실 규모로 전 호실이 가족단위 거주가 가능한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된다. 일부 호실의 경우 드레스룸, 다용도실 등을 도입해 수납공간을 넓히고 공간활용성을 극대화 했다. 

인테리어는 한샘의 인테리어 자회사 ‘한샘이펙스’ 참여로 전  호실에 세련된 내부 디자인에 어울리는 주방 빌트인 고급 옵션을 기본 제공 품목에 포함시켰다. 통일된 인테리어 콘셉트에 맞춰 자재는 물론 주방 빌트인 등이 갖춰졌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에 더해 공간 활용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이 200m 역세권 거리에 있으며 인천시청역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청역은 인천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이면서, 대형 교통 호재로 여겨지는 GTX-B노선 정차역으로도 예정돼 교통 여건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제2경인고속도로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 진출입이 용이하다. 

걸어서
역 이용


인근에 대형마트·간석자유시장·인천시청 관공서·과천의과대학 길병원이 인접해 있고, 부평 미군기지 문화공원화 사업(2025년 예정), 부평남부체육센터 건립(20 22년 말)이 예정돼 있다. 교육 여건을 보면 상인천초·중학교, 인천간석초, 인제고가 도보 통학권 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1만2000여 명이 근무하는 주안국가산업단지와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청운대학교 등 다수의 교육기관도 인근에 있다. 1만2000여명이 근무하는 주안국가산업단지와 최근 특화산업단지로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대단위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이에 따른 후광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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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