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동해안으로!

동해안 지역의 개발이 활기를 띠며 부동산 시장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강원도 동해안 개발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일대 도시들을 탈바꿈시켰다. 

도로의 종착지인 속초시는 생활숙박시설 등 신규 수익형 부동산을 대거 유치시켰고, 양양군도 서핑 문화를 안착시켰으며, 강릉시 역시 카페거리를 조성하고 경포해변 등 인근을 관광지로 개발했다. 서핑과 골프, 캠핑 등을 즐기려는 이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데다, 이들을 겨냥한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 건물들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발길 몰리는
최대 관광지

실제 5년 동안 양양과 강릉 지역에 인허가가 난 숙박시설만 150여 개에 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고속도로, KTX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된 가운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청정 지역’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한몫한다. 이번 여름 동해안 방문객도 늘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 방문객은 약 683만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3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예정된 호재는 철도교통망 확충, 경제자유구역 지정, 관광자원 개발 등 다양하다. 가장 큰 호재는 철도교통망 확충이다. 오는 2030년까지 10년간 총 92조1000억원, 2031년 이후 27조7000억원 등 총 119조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강원도와 타 지역 간의 상호 진출입 여건을 크게 개선시킬 전망이다.


우선 영동권 숙원사업으로 꼽혀 온 삼척-동해-강릉 구간의 동해선 고속화 사업, 기존의 강릉-삼척 구간에서 동해 신항이 추가로 포함된 동해신항선 사업 추진이 확정됨에 따라 강릉시는 물론 동해안을 접하고 있는 동해시와 삼척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인구유입 효과를 가진 대규모 개발호재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동해시 구호동과 망상동, 강릉시 옥계면 일대를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망상 국제복합 관광도시와 북평 첨단부품·복합 산업단지가 개발되는 동해시에 전체 개발면적의 91.5%가 집중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정부가 지정하는 여러 종류의 경제 특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상을 지닌다. 각종 규제 및 세 부담을 완화하며 외국인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어 지역에 유발하는 고용 창출 및 경제효과가 높다.

경제자유구역청(KFEZ)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전국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78억달러, 국내외 5250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강원·경북·울산 등 개발사업 추진 활발
유동인구 증가, 부동산시장도 활기 기대↑

풍부한 호재와 미래가치에 힘입어 강원도 동해안 주거용, 수익형 분양시장 환경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닷가 자동차 길도 재정비한다. 동해안 해안도로 중 단절된 구간을 연결해 새로운 자동차 관광루트를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에서 고성군 현내면 대강리까지의 구간 중 단절된 구간 35.1㎞를 연결하게 된다. 1단계 984억원, 2단계 이후 2742억원 등 총 3726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교통 개발도 이슈다. 이미 서울〜강릉 경강선 KTX 개통이 이뤄져 탁월한 광역 접근성을 갖추게 됐다. 나아가 동서고속철도(2027년 예정), 동해북부선(2027년 예정), 동해〜포항 간 철도 노선 전철화 사업(올해 말 예정) 등을 앞둬 향후 교통망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로 2년 이상 중단됐던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대만, 필리핀 등 국제 운항 노선 및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경상북도에서도 개발사업에 활기가 돈다. 지난달 경북은 ‘지방시대주도, 경상북도 프로젝트 권역별 도민보고회’를 개최하고 동해안권에 대한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민선8기 ‘3대 핵심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하겠다는 것.

3대 핵심프로젝트는 ▲국가 청정에너지 산업벨트 구축 ▲바이오산업 대전환 ▲환동해 관광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날 시·군별 추진과제도 함께 발표돼 K-배터리 거점도시 조성,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 등이 논의됐다. 이 청사진들은 많은 부분이 동해안에 기반을 뒀으며, 도지사와 시장군수 간에는 ‘동해안권 발전방안’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울산광역시에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시는 그린벨트 해제 및 산단 조성, 제2 자유무역지역 지정, 경제자유구역 지역 확대 등 국내외 기업 투자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울산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울산공항 활성화 협의회’를 구성, 지난달 첫 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관광도시
산업단지

내년 국가예산 정부안으로 3조원 이상 확보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예산안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의과학원 설립 ▲3D프린팅 융합기술센터 건립 ▲울산자유무역지역 표준공장 증설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농소~외동 국도 건설 ▲농소~강동 간 도로 개설 등에 드는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시는 현재 부산 부전역~울산 태화강역까지 운행 중인 광역전철을 북울산역까지 연장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개통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동해안에선 현재 여러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유동인구가 늘고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가 돌 가능성이 있어, 미래가치가 우수한 곳의 수익형 부동산을 선점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음은 동해안 지역에서 분양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개발에 박차
경쟁력 강화

▲웨이블런트 양양= 양양군 죽도해변 앞 생활숙박시설 ‘웨이블런트 양양’이 공급된다. 지하 3층~지상 20층, 1개동, 전용면적 23~39㎡ 총 408실 규모로 조성된다. 파노라마 오션뷰를 확보한 데다 동산해수욕장, 죽도해수욕장 등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서핑 비치로드를 가까이 누릴 수 있다. 

분양가는 3.3㎡당 980만~1250만원대로 주변 분양 중인 상품 대비 유사하거나 저렴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총분양가가 1억5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되는 만큼 가격적인 메리트가 충분하다. 


다양한 평면으로 구성돼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전 호실에 발코니를 마련해 공간활용도와 쾌적성을 높였다. 호실 간 간섭을 최소화해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단지를 배치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객실에서 동해의 탁 트인 파노라마 조망을 막힘없이 누릴 수 있고, 최상층은 복층형으로 개방감을 높였다.

단지 내에는 커뮤니티 광장과 야외 스포츠시설뿐 아니라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된다. 

양양군이 밝힌 2020년 서핑 관광객은 약 50만명이다. 양양군 인구(2만7700여명)의 20배 가까운 사람이 죽도와 동산, 인구해변 등 ‘서핑 성지’로 불리는 관광명소를 다녀간 셈이다. 양양 내 서핑숍은 2014년 40곳을 넘었고, 2020년 기준으로는 90곳에 육박한다.

▲세인트존스 양양 더 스위트=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주청리 일원에 짓는 생활숙박시설 ‘세인트존스 양양 더 스위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이엔드급 특화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하 6층~지상 23층, 전용면적 37~125㎡, 총 216실 규모다. 전용면적별로는 37㎡B 18실, 40㎡C 36실, 41㎡A 42실, 43㎡D 36실, 61㎡F 42실, 68㎡E 36실, 116㎡PH-B 2실, 125㎡PH-A 4실로 구성된다.

시설 내에는 피트니스룸과 GX룸, 비즈니스 라운지 등 레저, 세미나 등을 다양하게 이용 가능한 호텔급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어린 자녀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줄 ‘키즈 아카데미 클럽’도 설치·운영될 계획이다. 이곳은 쿠킹 및 아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옥상에는 하늘과 바다를 마주 보는 ‘루프톱 스카이풀’이 설치된다.

생활숙박시설 잇단 공급
수익형 건물 빠르게 들어서


주변에 ‘파노라마 전망대'  ‘스카이가든’  ‘테라피가든’ 등 휴식·여가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실별로 발코니가 설치돼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운영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숙소로 지정된 이후 수많은 호평이 이어졌던 ‘세인트존스’가 담당해 신뢰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단지는 건물 모양을 ‘X’자 타워형 구조로 설계해 오션뷰 조망 비율을 약 81%까지 끌어올렸다. 낙산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낙산해수욕장을 포함한 동해 조망(일부 호실 제외)이 가능한 ‘리얼 비치프론트’ 입지를 갖추고 있다.

낙산해수욕장은 ‘서핑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서핑족이 찾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양양의 대표적 명소인 ‘낙산사’도 가까워 관광객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

▲파나크 오퍼레이티드 바이 소노= 경북 영덕군에 풍부한 수요와 우수한 교통 환경, 향후 미래가치까지 삼박자를 다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공급 중이다. 주인공은 ‘파나크 오퍼레이티드 바이 소노’. 지하 4층~지상 9층의 호텔동 6개 타입 217실과 지하 1층~지상 2층의 풀빌라동 1개 타입 45실로 구성된다. 

차별화된 특화설계와 호텔급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지는 호텔동과 풀빌라동 전 객실 오션뷰와 50m에 달하는 인피니티풀을 갖추고 있어 파노라마처럼 끊김 없는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루프톱 바와 가든·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포함해 호텔 앞 해안가에 자리한 나무 덱 둘레길을 통해 휴식과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소노인터내셔널(구대명호텔앤리조트)이 20년 위탁운영을 맡아 객실에서 즐기는 하이엔드 퀄리티의 숙식 서비스와 홈클리닝 및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래가치 우수
배후수요 증가

단지가 조성되는 강구항은 지난해 기준 3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들른 경북지역 관광지점 1위, 전국 2위를 차지한 경북 대표 관광 중심지로 풍부한 배후수요를 품었다. 영덕해맞이공원·축산항·옥계 계곡 등 영덕군이 자랑하는 관광지 또한 가깝게 이동이 가능하다. 

향후 미래가치도 기대된다. 삼사해상공원 바로 인근에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영덕아이(영덕 대관람차)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상 케이블카 개발을 통해 2020년 국내 최다 관광 방문객 지역인 강구항의 해파랑공원과 직접 연결된다. 5분 거리에 영덕오션비치CC가 위치해 있다. 모노레일·짚와이어·알파인코스터 등 관광 어트랙션 단지도 조성 중으로 향후 배후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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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