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은 끝났다…포위당한 윤핵관 플랜B

대통령과 손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들이 침묵 중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한 모양새다. 믿을 사람은 의리를 강조하는 대통령뿐이다. 최근 일각에선 윤 대통령조차 윤핵관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마저 손을 놓아버리면 달콤했던 실세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여당을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고, 대권주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면으로 떠오른 순간 책임은 해당 인물에게 돌아갔고, 정치 생명이 끝이 나거나 위기에 몰려 입지가 순식간에 쪼그라들기도 했다. 

대선 이후 
완벽 실세

최근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더불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의 입지가 다소 불안하다.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7월, 제3지대로 행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윤 대통령의 측근,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는 말은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대변하는 수식어가 됐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머쥔 뒤 윤 대통령에게 신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인물은 대선 기간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대립각을 펼친 탓에 여론 악화를 겪었던 순간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내려놓은 뒤 대선주자로 언급되자,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오른편에 위치하면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경선에 승리하고 나서는 예산과 선거사무를 총괄해 대선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세가 된 권 원내대표는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당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노렸다.

권 원내대표의 당시 위상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 때도 알 수 있었다. 악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권 원내대표가 자신 쪽으로 이끌었다.

지난 총선에서 2500여표 차이로 간신히 4선에 성공했던 그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 아니었다. 원내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1차 투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대선 직후에는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늘 파장이 컸다. 여지없는 실세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장 의원 역시 권 원내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장 의원이 본격 부활한 시점은 대선이 끝난 직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직 역할을 맡으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가득 받았다. 그는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인수위에서도 조직 구성과 인선 등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목한 인물도 장 의원이다. 그가 0선 정치인의 대통령 탄생에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연일 타격 ‘전면전’
경찰 수사 개입 정황도 나와

대선 캠프 구성 초기 종합상황실장직을 맡으며 인선 대부분을 장 의원이 맡아서 했을 정도다. 대선 기간에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발로 뛴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호흡으로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윤 대통령이 ‘체리 따봉’을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고,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때부터 권 원내대표 직무 대행 체제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권 원내대표의 지인 아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 원내대표를 향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내 혼란을 일으킨 책임 역시 윤핵관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역시 윤핵관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향한 불신이 가득한 탓이다.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합류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화범이 소방수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더욱 점입가경인 상황이다.

타이밍을 보던 이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권 원내대표의 입지가 최근 들어 더욱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여론 플레이가 먹혀든 셈이다. 그는 연일 권 원내대표, 장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윤핵관 호소인들까지 저격하고 있다.

사방이 적
전방위 압박

그는 지난 13일 윤석열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려면 윤핵관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윤핵관의 압박이 있었다며 타격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서 이 전 대표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핵관과 경찰 고위급 인사가 만났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난 시점을 전후해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지시도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탄원서에서 언급한 절대자는 윤 대통령, 가까운 사람이 윤핵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올 경우 윤핵관은 바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일부 인용됐다. 비대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 셈이다. 내용상으로 완벽한 이 전 대표의 승리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게 유력해졌으나 그를 향한 당내 불신이 가득하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향해 몇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젠 윤핵관의 은퇴까지 거론하며 극심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도 속았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이유는 윤핵관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 

연속적으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를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두 인물을 저격하면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윤핵관과 거리두기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첫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새로 만들어진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홍보수석에는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수석을 임명했다. 쇄신을 통해 국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 중 여러 인물이 사적 채용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행정관 등 중에는 윤핵관을 보좌했던 인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수가
방화범으로?

현재 비서관 산하 행정관급에서 윤핵관 라인으로 분류되던 교육비서관실, 인사기획관실의 행정관 등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본격적인 감찰에 돌입했고, 쇄신 의지가 상당하다. 이와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를 감찰 중이다. 

해당 인물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일해왔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감찰 대상이 된 상태다. 

감찰 대상은 해당 참모뿐이 아니다. 해당 비서관 역시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하 직원이 대통령실의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대통령실 채용 전 윤핵관을 보좌한 인물로 현재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행정관을 대통령실에 넣은 게 윤핵관이며 실제 인사 실무를 윤핵관 라인인 행정관이 다 주무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를 통해 최대 20명까지 물갈이를 하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때 공을 세운 인물과 새로 합류한 참모진 사이 권력다툼의 시작이라고 해석한다. 해당 감찰과 인사개편 등이 윤핵관 라인을 걸러내자는 작업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재 내부 감찰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통상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개편 등에 대해 “늘 인사가 이뤄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국정 어젠다를 국민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감찰과 인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개편에서 사퇴설에 휩싸였던 김대기 비서실장도 기강 잡기에 나섰다. “비서는 원래 말이 없다”며 조용히 윤 대통령을 보좌해왔던 김 실장이지만, 최근에는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 18일에는 윤정부의 개편 방향을 발표했고, 지난 21일에는 직접 인선 발표를 했다. 내부 감찰과 함께 기강을 다지려는 흐름도 김대기 역할론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민생 위주 행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메시지 관리 기조도 비친다. 

대통령실도 쇄신, 감찰로 정리
과거 혁신위 사조직 반발 발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뜻을 파악하려면 대통령실보다 국회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었다. 국정운영 등에 있어 윤 대통령의 뜻을 윤핵관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다. 직접 마주하고 논의하는 참모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윤핵관을 압박하고 있는 카드는 비단 대통령실의 개편뿐만은 아니다. 혁신위의 활동 역시 윤핵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대선 직후 혁신위가 출범하자 친윤 세력과 윤핵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윤핵관은 혁신위가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며 열을 올렸다. 당시에는 이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혁신위도 존폐기로에 섰다. 

그러나 비대위가 출범하고 주호영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최근 되살아났다. 주 위원장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발표한 1호 혁신안은 국민의힘 내부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1호 혁신안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이관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존폐론을 딛고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주 위원장 역시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차 힘을 실어줬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가장 불편한 이는 역시 윤핵관 세력이다.

반발이 심했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혁신위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 같은 우려에 최 의원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객관화 가능한 평가자료를 축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윤핵관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현재 윤핵관을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평가 내려진다. 강성 지지층 역시 윤핵관에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70%가 넘는다. 여러 곳에서 윤핵관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만큼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거리두기
고립 직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핵관이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라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전면전을 치르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면 윤핵관의 정치 미래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 차린 권성동?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당 연찬회 이후 별도로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김동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권 원내대표가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관계자로 보이는 여러 인물과 함께 회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인물들은 카메라를 꺼내 권 원내대표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환호성까지 들린다.

영상 속 권 원내대표는 연찬회 때 입었던 국민의힘의 당명이 새겨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군 훈련인 을지연습을 대비해 음주가 없는 연찬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술은 못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를 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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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