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은 끝났다…포위당한 윤핵관 플랜B

대통령과 손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들이 침묵 중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한 모양새다. 믿을 사람은 의리를 강조하는 대통령뿐이다. 최근 일각에선 윤 대통령조차 윤핵관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마저 손을 놓아버리면 달콤했던 실세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여당을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고, 대권주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면으로 떠오른 순간 책임은 해당 인물에게 돌아갔고, 정치 생명이 끝이 나거나 위기에 몰려 입지가 순식간에 쪼그라들기도 했다. 

대선 이후 
완벽 실세

최근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더불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의 입지가 다소 불안하다.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7월, 제3지대로 행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윤 대통령의 측근,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는 말은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대변하는 수식어가 됐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머쥔 뒤 윤 대통령에게 신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인물은 대선 기간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대립각을 펼친 탓에 여론 악화를 겪었던 순간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내려놓은 뒤 대선주자로 언급되자,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오른편에 위치하면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경선에 승리하고 나서는 예산과 선거사무를 총괄해 대선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세가 된 권 원내대표는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당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노렸다.

권 원내대표의 당시 위상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 때도 알 수 있었다. 악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권 원내대표가 자신 쪽으로 이끌었다.

지난 총선에서 2500여표 차이로 간신히 4선에 성공했던 그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 아니었다. 원내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1차 투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대선 직후에는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늘 파장이 컸다. 여지없는 실세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장 의원 역시 권 원내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장 의원이 본격 부활한 시점은 대선이 끝난 직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직 역할을 맡으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가득 받았다. 그는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인수위에서도 조직 구성과 인선 등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목한 인물도 장 의원이다. 그가 0선 정치인의 대통령 탄생에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연일 타격 ‘전면전’
경찰 수사 개입 정황도 나와

대선 캠프 구성 초기 종합상황실장직을 맡으며 인선 대부분을 장 의원이 맡아서 했을 정도다. 대선 기간에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발로 뛴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호흡으로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윤 대통령이 ‘체리 따봉’을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고,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때부터 권 원내대표 직무 대행 체제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권 원내대표의 지인 아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 원내대표를 향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내 혼란을 일으킨 책임 역시 윤핵관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역시 윤핵관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향한 불신이 가득한 탓이다.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합류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화범이 소방수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더욱 점입가경인 상황이다.

타이밍을 보던 이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권 원내대표의 입지가 최근 들어 더욱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여론 플레이가 먹혀든 셈이다. 그는 연일 권 원내대표, 장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윤핵관 호소인들까지 저격하고 있다.

사방이 적
전방위 압박

그는 지난 13일 윤석열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려면 윤핵관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윤핵관의 압박이 있었다며 타격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서 이 전 대표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핵관과 경찰 고위급 인사가 만났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난 시점을 전후해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지시도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탄원서에서 언급한 절대자는 윤 대통령, 가까운 사람이 윤핵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올 경우 윤핵관은 바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일부 인용됐다. 비대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 셈이다. 내용상으로 완벽한 이 전 대표의 승리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게 유력해졌으나 그를 향한 당내 불신이 가득하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향해 몇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젠 윤핵관의 은퇴까지 거론하며 극심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도 속았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이유는 윤핵관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 

연속적으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를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두 인물을 저격하면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윤핵관과 거리두기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첫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새로 만들어진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홍보수석에는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수석을 임명했다. 쇄신을 통해 국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 중 여러 인물이 사적 채용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행정관 등 중에는 윤핵관을 보좌했던 인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수가
방화범으로?

현재 비서관 산하 행정관급에서 윤핵관 라인으로 분류되던 교육비서관실, 인사기획관실의 행정관 등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본격적인 감찰에 돌입했고, 쇄신 의지가 상당하다. 이와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를 감찰 중이다. 

해당 인물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일해왔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감찰 대상이 된 상태다. 

감찰 대상은 해당 참모뿐이 아니다. 해당 비서관 역시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하 직원이 대통령실의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대통령실 채용 전 윤핵관을 보좌한 인물로 현재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행정관을 대통령실에 넣은 게 윤핵관이며 실제 인사 실무를 윤핵관 라인인 행정관이 다 주무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를 통해 최대 20명까지 물갈이를 하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때 공을 세운 인물과 새로 합류한 참모진 사이 권력다툼의 시작이라고 해석한다. 해당 감찰과 인사개편 등이 윤핵관 라인을 걸러내자는 작업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재 내부 감찰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통상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개편 등에 대해 “늘 인사가 이뤄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국정 어젠다를 국민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감찰과 인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개편에서 사퇴설에 휩싸였던 김대기 비서실장도 기강 잡기에 나섰다. “비서는 원래 말이 없다”며 조용히 윤 대통령을 보좌해왔던 김 실장이지만, 최근에는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 18일에는 윤정부의 개편 방향을 발표했고, 지난 21일에는 직접 인선 발표를 했다. 내부 감찰과 함께 기강을 다지려는 흐름도 김대기 역할론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민생 위주 행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메시지 관리 기조도 비친다. 

대통령실도 쇄신, 감찰로 정리
과거 혁신위 사조직 반발 발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뜻을 파악하려면 대통령실보다 국회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었다. 국정운영 등에 있어 윤 대통령의 뜻을 윤핵관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다. 직접 마주하고 논의하는 참모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윤핵관을 압박하고 있는 카드는 비단 대통령실의 개편뿐만은 아니다. 혁신위의 활동 역시 윤핵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대선 직후 혁신위가 출범하자 친윤 세력과 윤핵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윤핵관은 혁신위가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며 열을 올렸다. 당시에는 이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혁신위도 존폐기로에 섰다. 

그러나 비대위가 출범하고 주호영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최근 되살아났다. 주 위원장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발표한 1호 혁신안은 국민의힘 내부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1호 혁신안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이관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존폐론을 딛고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주 위원장 역시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차 힘을 실어줬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가장 불편한 이는 역시 윤핵관 세력이다.

반발이 심했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혁신위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 같은 우려에 최 의원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객관화 가능한 평가자료를 축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윤핵관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현재 윤핵관을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평가 내려진다. 강성 지지층 역시 윤핵관에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70%가 넘는다. 여러 곳에서 윤핵관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만큼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거리두기
고립 직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핵관이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라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전면전을 치르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면 윤핵관의 정치 미래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 차린 권성동?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당 연찬회 이후 별도로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김동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권 원내대표가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관계자로 보이는 여러 인물과 함께 회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인물들은 카메라를 꺼내 권 원내대표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환호성까지 들린다.

영상 속 권 원내대표는 연찬회 때 입었던 국민의힘의 당명이 새겨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군 훈련인 을지연습을 대비해 음주가 없는 연찬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술은 못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를 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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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