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역시 원도심

완성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원도심(구도심)에 들어서는 신규 주거단지의 인기가 꾸준하다. 전통적 주거단지인 원도심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되는 단지가 속속 선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안정적 수요를 확보한 원도심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후주택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던 원도심은 신규 택지개발지구와 달리 학교, 관공서, 도로망, 대중교통, 편의시설 등의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주거선호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상대적
저평가

특히 해당 지역에서 개발 초기 분양되는 단지들은 지역의 미래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기 전이라 후에 높은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정주 환경이 개선되고, 개발호재가 많아진 것도 몸값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에 들어서는 ‘제일풍경채 원주 무실’은 지난달 82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만8873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35.08대1을 기록했다. 단지는 전통적인 인기 거주지역인 원주의 원도심에 분양한 아파트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통 준공 후에 쾌적한 주거환경, 편리한 생활여건 등을 모두 갖춰 미래가치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지역 대장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마포구 북아현 뉴타운에서 재개발 사업으로 분양됐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는 지난 6월 기준 전용 59㎡A 형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6495만3000원이다. 같은 기간 마포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4357만원) 대비 2138만3000원 높은 가격으로 지역 시세를 이끌고 있다.


‘완성된 인프라’ 신규 분양단지 인기
안정적 교통·생활권 갖춰 ‘엄지 척’

부산 서구 원도심인 서대신동3가 서대신 1구역을 재개발한 ‘대신 롯데캐슬’(2014년 10월 입주)은 지난 6월 기준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 가격이 6억1000만원이었다.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15%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부산 아파트 평균 가격 상승률 약 7.6%(4억4284만원→4억7646만원) 대비 7.4%포인트 높은 상승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주거타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뉴타운급 개발을 앞둔 대표적인 신주거타운으로 먼저 강원도 원주시가 있다. 원주시 원도심에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대규모 아파트 타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
시세 이끌어

원주시 도심권에는 총 7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정비사업은 재개발 4개 구역(4201세대 예정), 재건축 3개 구역(3363 세대 예정) 등이 계획돼 있다. 아파트 총 7564세대 건립이 예정돼 있다. 이 중 올해 하반기에 952세대(예정)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해당 지역은 두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1군 건설사 시공이 예정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일대도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대원 1·2·3구역)이 완료되면, 3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주거 단지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대원동도 지역 내 신주거타운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도 많은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도심 주거단지들은 쾌적한 주거환경, 편리한 생활여건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단지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만큼 원도심에서 공급되고 있는 분양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국에 분양(예정) 중인 원도심 주거단지.


재개발
재건축

 

 

▲여의도 월드메르디앙= 역세권 3룸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복합 주거단지인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 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된다. 층별 구성은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다.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진다. 

총주차 대수는 39대(법정 36대)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까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도착하고,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까지는 도보 5분 거리다.

 

 

▲의정부역 브라운스톤 리버뷰= 이수건설이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의정부역 브라운스톤 리버뷰’ 아파트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31층, 8개동 총 76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 59~104㎡ 58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의정부~삼성~수원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신설이 계획된 지하철 1호선·의정부 경전철 의정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문화시설이 가깝다. 

 

 

▲과천청사역 한양수자인= ㈜한양은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지하 7층~지상 22층, 1개동 전용면적 23~55㎡, 총 288실(일반분양 254실) 규모의 오피스텔 ‘과천청사역 한양수자인’을 공급한다. 단지는 오피스텔과 오피스, 근린생활시설이 결합된 복합 단지로 조성된다.

이 중 오피스텔은 지상 7층~22층에 조성된다. 정부과천청사역 초역세권에 위치하며, 지하철 4호선뿐만 아니라 과천대로, 우면산로 등을 통해 강남권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균형 발전 위해 도시재생사업
각종 개발호재로 몸값도 쑥쑥 

 

 

▲동인천역 파크 푸르지오=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서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동인천역 파크 푸르지오’가 분양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8층 총 2562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 중 전용면적 21~84㎡ 2005가구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분양 물량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특급·급행열차)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동인천역을 통해 GTX -B노선 환승역인 부평역 이용이 수월하다. 인천 원도심인 만큼 편의시설과 학군, 병원 등 기존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여서 계약 후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원주= 두산건설은 강원도 원주시 원동 일원에서 선보이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원주’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4층, 14개동, 전용면적 29~84㎡, 총 1167가구 규모로, 이 중 952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약 7000여 세대의 아파트 건립이 예정된 원주 원도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로, 원주를 대표하는 신주거타운이 형성된다는 기대를 받으며 분양 전부터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지 인근에 중앙시장, 중앙로 문화의 거리 등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AK플라자, 롯데마트 등 대형 쇼핑시설과 메가박스,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원주시청 등의 시설도 가깝다. 그뿐만 아니라 도보 통학 가능한 거리에 원주초, 교동초, 명륜초, 원주여중, 원주중·고 등이 있다. 연세대원주의과대학, 원주시립중앙도서관 등의 시설도 인접해 교육 환경이 우수하다. 

 

 


▲힐스테이트 마크로엔= 현대건설은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마크로엔’을 선보인다. 지하 2층~지상 최고 33층, 전용면적 59~84㎡, 총 951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168세대가 일반 분양으로 공급된다.

대표하는 
주거단지

창원 대원1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분양되는 단지로, 창원 원도심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단지가 위치한 대원동 일대는 현재 다수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으로, 3000여 세대의 대규모 주거단지가 될 예정이다. 홈플러스, 뉴코아아울렛, 창원스포츠파크, 창원파티마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가깝다. 또한 도보권에 대원초가 위치해 있다. 반경 1㎞ 내에 중·고교, 대학교 등이 있어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