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비핵화 신용장

비핵화, 무역 거래 방식으로 풀어야

지난해 1월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만나 대화로 담판 짓는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방식을 택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와 로드맵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성과에 상관없이 제3의 장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거래를 놓고 시도라도 해봤지만, 출범 1년7개월이 다 돼가는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눈에 띄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취하는 노력은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와 한·미 군사훈련 재개, 그리고 세계 국제기구 회의 등에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규탄하면서 문이 열려 있으니 먼저 손을 내밀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게 고작이다.

어차피 비핵화 문제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인데, 이 두 나라는 지금 아예 거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야 비핵화를 실천하겠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해야 대북제재를 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Top-down 방식으로 직거래장에서 비핵화 거래를 시도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Bottom-up 방식으로 정상적인 무역(신용장 개설) 거래 방식을 통해 비핵화 거래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두 나라가 서로 양보하라면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국제적인 무역 거래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무역 당사자 간의 신용 문제다.

예를 들어, A 국가의 a 회사가 B 국가의 b 회사에 어떤 물품을 수출할 경우, a 회사는 A 국가 항구에서 수출 물품을 배에 선적하자마자 수출 대금을 받기 원하고, b 회사는 B 국가 항구에서 수입 물품을 확인한 후 찾을 때 수입 대금을 지불하기 원한다.

국적도 다르고 거래 상대에 불과한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믿고 물건이나 대금을 먼저 줄 만큼 신용관계가 형성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 쌍방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국제적인 무역거래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이 때 쌍방의 조건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개런티 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은 국가가 아닌 은행이 맡는다.

수출입 회사와 은행 간의 이런 긴밀한 관계에 따라, a 회사는 A국가의 a’ 은행과 수출 관련 약정을 맺어야 하고, b 회사는 B 국가의 b’은행과 수입 관련 약정을 맺어야 무역거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A 국가의 a’ 은행과 B 국가의 b’ 은행 역시 a 회사와 b 회사의 무역거래를 돕기 위해 서로 국제적인 신뢰에 관한 약정을 맺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a 회사의 a’ 은행은 b 회사가 거래하는 b’ 은행과 미리 수출입 거래 관련 약정이 돼있어 a 회사가 수출 물품을 선적하면 바로 수출 대금을 a 회사에 지불해주고, 나중에 b’ 은행으로부터 선 지불해준 대금을 받는다.

b 회사의 b’ 은행 역시 a 회사가 거래하는 a’ 은행과 미리 수출입 거래 관련 약정이 돼있어 수입 물품이 항구에 도착할 때 b 회사가 b’ 은행에 수입 대금을 지불하면 수입 물품을 찾을 수 있도록 a’ 은행으로부터 받은 서류를 내주고 b 회사로부터 받은 수입대금을 a’ 은행에 송금하게 된다.


물론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a’ 은행은 b’ 은행으로부터 받은 신용장을 바탕으로 a 회사와 업무를 진행하고,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 b’ 은행은 b 회사로부터 신용장 개설에 따른 담보를 확보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이같이 국가 간의 무역거래에 있어 수출회사와 수입회사의 각자 조건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개런티 하는 은행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비핵화 거래에도 서로 자기들의 조건을 먼저 들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은행과 같은 세력이 필요하다. 즉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했을 때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개런티 할 수 있는 세력과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했을 때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개런티 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반도에서 북한을 개런티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밖에 없고, 미국을 개런티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는 것 같다. 북한과 중국은 서로 혈맹관계고, 한국과 미국은 서로 동맹관계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에 핵무기를 폐기하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라는 약속을 중국 이름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개런티 하고, 한국은 미국에 대북제제를 해제하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역시 한국 이름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개런티 하면 된다.

여기에는 국제간의 무역 거래에 있어 a’ 은행과 b’ 은행 간의 무역거래 약정이 돼있듯이,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인 거래 약정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거래 약정은 돼있지만, 외교적 거래 약정은 돼있지 않아 한국이 미국을 개런티 하거나 중국이 북한을 개런티 하기가 쉽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 간의 무역에서 양 국가 간의 은행거래가 없을 경우, 양 국가의 은행이 각각 거래하고 있는 제3국의 은행을 통해서 거래하듯이, 우리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제3국을 통한 정치적 거래를 모색하면 된다.

지정학적으로나 외교적인 관계로 봐서는 일본이 제3국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교량 역할을 할 정도의 역량도 없고 관심도 없다.

사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 전략전술 무기를 공개하고 핵무기 실험을 자행하면서 비핵화 신용장을 개설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거래를 원했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압박을 가하면서 대북제재 신용장을 개설하고 북한에 거래를 원했지만, 북한 역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비핵화 관련 외교 거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 앞서 북한을 개런티 해야 하는 중국과 미국을 개런티 해야 하는 한국 두 나라의 관계 정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당장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국에 사드 배치나 국제기구 동참 및 협력 등을 요구하며 한국이 중국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저해하기 위해 미국 포함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의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 협의체인 ‘칩(Chip)4’를 만들어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가 알면서도 미·중 패권싸움 때문에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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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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